산천어 축제에 간다고 하자 아이들이 그게 뭐냐고 물었다.
“얼음낚시도 할 수 있다는데?”
나도 모르게 기대가 섞인 대답을 했다. TV에서 보던 장면처럼 얼음 구멍에서 물고기가 튀어나오는 하루를, 아이들과 함께 겪게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우리는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사실은 점점 중요하지 않아 졌다.
기대를 품고 간 화천, 결과는 ‘0마리’
화천 산천어축제는 평일 기준으로도 누적 방문객 18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최근 후기로는 오픈런을 했지만 현장 대기가 2000명이었다는 글을 봤기 때문에 긴장되는 마음으로 낚시는 미리 예약을 했다. 4명이 낚싯대를 던지고 있으니 그중에 한 마리는 잡겠지 생각했다.
결과는?
한 마리도 못 잡았다.
산천어 낚시, 생각보다 쉽지 않다
평일 오전에 도착했다. 춥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날씨는 덜 춥고 햇빛도 좋았다. 축제장 인근 교회 주차장에 주차했는데 자리도 넉넉했다. 낚싯대는 미리 사서 가져갔고, 예약 확인 스티커를 받아서 각자의 옷에 달았다. 낚싯대에 미끼(루어)를 걸고 얼음 구멍에 내리니 마냥 신이 났다.
큰아이는 말없이 집중해서 줄을 올렸다 내렸다 반복했고, 둘째는 10분이 지나니 왜 안 잡히냐고 금방 지루해하더니 얼음 구멍을 뚫으며 만들어진 얼음 덩어리들을 옮기며 놀았다.
30분.
1시간.
2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비슷한 표정이었다. 그 와중에 두어 사람이 4, 5마리씩 잡기도 했지만 대부분 낚싯대를 거두고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제야 알았다.
아, 이건 체험이 아니라 진짜 낚시구나.
운이 따라야 잡을 수 있구나.
아이의 눈물 앞에서, 선택은 ‘이동’
얼음을 가지고 놀다가 낚싯대를 들다가 반복하던 둘째는 지치기 시작했다.
“엄마, 물고기가 안 잡히잖아. 놀러 가자.”
큰아이는 자리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다른 거 하고 놀다가 다시 와서 잡아도 된다고 말했다. 내 앞에 선 아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무 말없이 눈물이 고이는 얼굴을 보니 아이의 아쉬움이 눈에 보였다.
일단은 뭐라도 먹고, 눈썰매도 타고 놀자고 달래서 이동했다. 달고나도 하고, 활쏘기랑 새총도 하고, 눈썰매도 탔다. 근데 둘째는 눈썰매를 혼자 못 타겠다고 해서 아빠랑 큰 애를 보내고 내가 둘째를 데리고 다른 곳을 찾아갔다. 봅슬레이는 더 무서워서 싫고, 집라인도 무섭고, 심지어 미끄럼틀도 무서워 보인다고 싫다고 했다. 얼음썰매도 싫다, 산타우체국도 싫다 모두 다 싫다던 아이는 몸녹임 쉼터에 가서 잠이 들었다.
그동안 아빠랑 큰아이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도전하기로 했다.
결과는 같았다.
산천어는 끝내 잡히지 않았다.
기대 없던 실내 얼음조각 광장, 만족도는 최고
사실 실내 얼음조각 광장은 큰 기대를 안 했다. ‘얼음 몇 개 전시해 놓은 공간이겠지’ 싶었다. 근데 전시장으로 들어선 순간, 입이 딱 벌어졌다.
말 그대로 겨울왕국이었다.
천장부터 벽까지 전부 얼음 조각. 조명이 얼음에 반사돼서 파란빛, 보랏빛으로 공간이 반짝였다. 아이들이 동시에 말했다.
“우와…”
그 순간, 산천어 못 잡은 아쉬움이 싹 사라졌다.
얼음 미끄럼틀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진짜 얼음으로 만든 미끄럼틀이라 경사가 완만한 편이어도 속도가 제법 빨랐다. 얼음 위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소리와 속도감.
큰아이는 “한 번만 더!”를 외치며 세 번이나 탔다. 마침 들어오는 단체 관람객이 아니었다면 몇 번을 더 탔을 것이다. 둘째는 무서워서 못 탔지만, 얼음 성 사이를 돌아다니며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사진 찍자고 했다. 요즘 사진 찍기 힘든 어린이인데 신난 모양이었다. 얼음 앞에서 포즈 잡는 모습이 참 예뻤다
사진이 정말 잘 나오는 공간
조명 덕분에 필터를 쓰지 않아도 분위기가 살아난다. 얼음 벽이 배경이라 어디서 찍어도 사진이 예쁘다. 실내라 춥지 않아 좋았다. 얼음 위를 걸을 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긴 했지만 장난으로 미끄러지는 시늉을 하면서도 넘어지진 않았다.
밖에서 얼음낚시 하며 얼었던 몸이 여기서 다 녹았다. 물고기를 못 잡은 서운함 까지도.
산천어를 못 잡았다는 사실은 집에 오면서 점점 중요하지 않아 졌다. 한껏 신난 목소리로 재잘거리는 아이들만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날 우리가 잡은 건 산천어가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과 실패해도 다시 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겨울 축제는 꼭 결과가 있어야 즐거운 건 아니라는 걸, 아이 덕분에 조금 늦게 알게 됐다.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그날의 겨울은 충분히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