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나를 말하게 만들었다.
라이브 인터뷰에 출연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사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록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에게 설명하기보다는 나를 위한 기록을 남기던 사람이었다.
공모주를 처음 제대로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도 아니었다.
내가 어떤 종목에 청약을 했고 어떻게 매도를 했는지,
나중에 결과가 어떻든 “그날의 나”를 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남긴 게 블로그 기록이었다.
얼마나 배정을 받았는지, 어떻게 매도를 했는지에 대한 숫자들이었지만
그 안에는 늘 나의 판단과 망설임, 기대와 불안이 함께 들어 있었다.
완벽한 분석글도 아니었고, 전문가처럼 단정 짓는 글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을까?”에 가까운 기록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글들을 읽고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기록은 반드시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어도 된다는 걸.
오히려 스스로를 위해 쓴 글이, 가장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닿을 수도 있구나 하고.
라이브 인터뷰 제안을 받았을 때도 순간 멈칫하는 마음이 있었다.
‘내가 해도 되나?’
‘인터뷰라고 할 만한 이야기가 있을까?’
기록 뒤에 숨어 있을 때는 몰랐던 두려움들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막상 리허설이 시작되고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받았을 때,
머릿속이 잠깐 하얘졌다.
준비한 말들이 뒤죽박죽 되어,
제대로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블로그 글처럼 지우고 다시 쓸 수도 없는데 어쩌나.
그런데도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의외로 단순했다.
‘아, 내 이야기를 했을 뿐이구나.’
대단한 성공담도 아니었고,
화려한 투자 성과를 자랑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어떻게 공모주를 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뿐이었다.
돌아보면, 기록은 나를 앞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조금 더 분명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분명함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여전히 나는 전문가라고 말하긴 어렵다.
지금도 청약을 앞두면 고민하고,
결과를 확인할 때면 마음이 흔들린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그 과정을 흘려보내지 않고 남긴다는 점이다.
아무도 보지 않을 줄 알았던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이해의 단서가 되고,
대화의 시작이 되고,
이렇게 말할 기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배웠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충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걸 아직,
조용히 적어보지 않았을 뿐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