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연습기 1. 판단하지 않고 듣기
이 글은 아이를 키우며,
그리고 나 자신을 지켜보며
‘경청‘을 연습하는 기록이다.
아이가 숙제를 안 했다.
매주 주말마다 독서록 쓰기를 하나 해야 하는데
자꾸 미루다 보니 이번에도 일요일 밤이 되어 숙제를 하는 중이다.
하지만 도무지 집중을 하지 못하고,
동생 노는 거 참견했다가,
수첩 뒤적거리다가 계속 딴짓이다.
결국 오늘도 또 화가 났다.
숙제를 못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하루가 마무리되어야 하는 시간을 훌쩍 넘긴 채
정리되지 못한 상태가 나를 지치게 했기 때문이다.
“숙제 다 했어?”
“할 거야.”
대답은 하지만 계속 수첩만 붙들고 있다.
순간 진짜 험한 소리 할 뻔했다.
“너는 순서가 없어.”
나는 결국 또 모질게 말을 내뱉었다.
그나마 거르고 거른 말이 그거였다.
그 말은 조언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사실 아이를 판단하는 말이었다.
일의 우선순위를 세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도대체 언제 알 수 있는 걸까.
당장 잘 시간이 다 돼가는데
학교숙제부터 하는 게 너무 당연한 건
나한테만 그런가 보다.
최근 재독하고 있는 책 <마음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질문>에서 본 문장이 하나 있다.
‘판단 없이 듣는 것이 경청이다’
이 문장을 보자마자
내가 떠올린 질문은 이거였다.
’도대체 판단 없이 들을 수가 있는 걸까?‘
나는 숨 쉬듯이 판단하고 있었다.
말을 듣기 전부터, 상황만으로도 이미 평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판단하지 않고 듣는다는 건 무엇일까.
아이의 말뿐만 아니라
말로 하지 않는 표정과 행동까지도
어떻게 판단 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
정답을 찾지 못한 채
그저 하나를 다짐해 본다.
순간 판단이 떠오른다고 할지라도,
아이를 그 앞에 세우지 않겠다고.
그럴 수도 있지.
너에겐 중요하지 않구나.
그렇게 느꼈구나.
너는 나와 다르구나.
내 판단은 잠시 옆으로 미뤄두고
너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