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생일 아침, 나는 늘 첫 장면을 만든다.

풍선으로 꾸미는 이유에 대하여,

by 엄마코끼리

6시 반에 눈을 떴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작이었지만 내 루틴을 마무리하는 것보다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래도 이 아침만큼은 바쁘게 시작하고 싶지 않아 잠시 숨을 고르고 시작했다.


어린 시절 엄마는 생일이면 친구들을 불러 모아 생일 파티를 해주셨다. 나중에 가게를 시작하게 된 다음에는 손님이 없는 테이블에 생일 케이크를 올려두고 함께 축하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늘 지인의 생일이 되면, 가장 먼저 케이크를 떠올린다.


아이가 태어난 후, 아이의 생일엔 케이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에게 매년 생일을 기억할 만한 장면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매년 생일이 되면, 나는 풍선세트를 준비한다. 여기저기 잔뜩 꾸미기보다 아이가 한눈에 ‘우와’할 만한 공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풍선은 아이가 원하는 테마로 준비하는데 올해로 벌써 3년째 스파이더맨이다.


오늘의 포토존.

잠이 덜 깨서 눈도 못 뜬 채로도 방에서 나와 자리를 잡는다.

아이에게 장면을 만들어주려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그 장면을 더 오래 보고 기억하고 있는 건 나였다.


신랑은 그 풍선을 도대체 언제까지 할 거냐고 묻는다. 이제 좀 컸으니 그만해도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이를 향한 관심이 줄어서 그런 건 아니다. 그저 아이가 자랄수록 효율을 더 따지게 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나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생일을 위해 풍선을 산다.


대단하지 않아도, 소박해 보여도,

아이에게는 분명히 기억에 남을 아침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하원하고 아이와 함께 돌아오니 풍선은 그 새 몇 개가 떨어져 있었고,

아침에 부산스럽게 준비해 둔 것과 달라져있었지만 아이는 다음 날까지 풍선을 붙여두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하루 더 두기 위해 풍선을 다시 붙여두었다.


아마 내년에도 신랑은 같은 말을 할 것이다.

큰 아이의 생일 즈음에도, 또 한 번 묻겠지.


그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또 풍선을 꾸미고 있을 것이다.


내 아이의 마음에

‘특별함’으로 채워질 작은 순간을

한 번 더 만들어주기 위해서.


#아이생일 #육아에세이 #엄마의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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