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패스와 메쥬 수요예측을 나란히 놓고 본 날
숫자는 거의 같았습니다.
경쟁률도, 참여기관 수도, 공모가도요.
그런데 느낌은 조 달랐어요.
결과 화면을 캡처해 두고 한참 들여다봤어요.
숫자는 분명 좋았어요. 한패스는 1,172 대 1, 메쥬는 1,108대 1. 둘 다 밴드 최상단으로 공모가가 잡혔고, 참여 기관 수도 2,000개를 훌쩍 넘겼거든요. "잘 나왔다"는 말을 붙이기에 충분한 결과였어요.
근데 일정이 같은 종목이라 그런지, 그 숫자를 보면서 "그래서?"가 남았어요.
공모주를 보다 보면 이런 순간이 있어요. 숫자가 나쁘지 않은데 뭔가 더 확인하고 싶은 느낌. 마음이 먼저 앞서려는 걸 붙잡고 싶은 느낌. 그래서 두 종목을 나란히 놓고 한 번 더 들여다보기로 했어요.
경쟁률 1,000이 넘는다고 다 같은 건 아니더라고요.
경쟁률 1,000이 넘는다는 무슨 의미인지
처음 공모주를 볼 때 경쟁률부터 찾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숫자가 클수록 관심이 많다는 뜻이고, 관심이 많으면 일단 마음이 놓이거든요.
한패스 1,172대 1, 메쥬 1,108대 1. 둘 다 충분히 높아요. 참여 기관 수도 한패스 2,229개, 메쥬 2,320개로 비슷한 규모였어요.
근데 경쟁률은 "얼마나 많이 들어왔냐"를 보여줄 뿐, "얼마나 진지하게 들어왔냐"는 보여주지 ㅇ낳아요. 관심과 확신은 다른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메쥬 쪽 숫자를 더 들여다보게 됐어요.
메쥬에서 확약 숫자를 봤을 때 달라진 것
메쥬에는 확약 데이터가 같이 보였어요.
확약 제시 기관이 1,775개, 전체의 76.5%. 그중 3개월 이상 확약이 1,209개로 52.1%였고, 6개월 확약도 556개, 24%였어요.
이 숫자가 왜 다르게 읽혔냐면, "들어왔다"가 아니라 "버티겠다"는 의사 표시이기 때문이에요.
기관이 의무보유확약을 제시한다는 건, 상장 직후에 팔지 않겠다는 약속이에요. 특히 3개월, 6개월 확약은 그 기간 동안 매도 물량이 묶인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경쟁률이 높아도 확약이 낮으면 상장일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공모주를 볼 때 경쟁률보다 의무확약비율을 더 중요하게 봐요. 숫자가 많이 들어왔다는 것보다, 얼마나 오래 들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냐가 상장 이후 흐름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거든요.
관심이 많은 것과 확신이 있는 것은 다른 이야기예요.
같은 상단 확정인데 왜 다르게 읽혔을까
한패스도, 메쥬도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상단으로 확정됐어요. 표면상 같은 결과예요.
한패스는 경쟁률과 상단 확정이라는 기본기가 깔끔하게 보이는 종목이었어요. 강하고 명료한 숫자.
메쥬는 거기에 확약 데이터가 더해지면서 판단할 수 있는 층위가 하나 더 생겼어요. 경쟁률 너머에 있는 숫자를 볼 수 있었달까요. 그게 메쥬를 더 오래 들여다보게 만든 이유였어요.
"둘 다 잘 나왔네"에서 끝낼 수도 있었는데, 나란히 놓고 보니 읽히는 결이 달랐어요. 같은 등급처럼 보이는 두 종목이 실제로는 다른 정보를 주고 있었던 거예요.
수요예측 결과를 '1차 필터'로만 쓰기로 한 이후
한패스와 메쥬를 들여다보면서 다시 확인한 게 있어요.
수요예측 결과가 좋다는 건, 시작 조건이 나쁘지 ㅇ낳다는 거예요. 1차 필터를 통과했다는 뜻이지, 그게 청약의 결론은 아니에요.
그다음엔 내 자금 상황이 있고, 청약 일정과 환불일이 있고, 상장 이후 변동성을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도 있어요. 수요예측이 아무리 좋아도 그 다음 체크를 건너뛰면 마음이 흔들리는 타이밍이 꼭 생기더라고요.
숫자가 좋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근데 그 기분이 판단이 되지 않도록 한 박자 늦추는 습관이 생기면, 공모주가 조금 덜 급해져요.
수요예측은 시작 조건이에요. 결론이 아니라
그래서 지금 뭘 하고 있냐면
두 종목을 각각 5칸짜리 메모로 정리해봤어요. 종목명, 경쟁률, 공모가 확정위치, 확약비율, 그리고 내 한 줄 판단.
한패스: 경쟁률 강함, 상단 확정, 기본기 탄탄.
메쥬: 경쟁률 강함, 상단 확정, 확약 76.5%(그중 3개월 이상이 52%)
이렇게 나란히 적어두니까 "둘 다 좋네"가 아니라 "어떤 이유로 좋은지"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공모주를 오래 보다 보면 숫자보다 그 숫자를 읽는 방식이 쌓인다는 걸 느껴요. 한패스와 메쥬를 나란히 놓고 본 오늘이 그런 날이었어요.
여러분은 공모주 볼 때 제일 먼저 보는 숫자가 뭐예요?
경쟁률, 확약, 공모가- 실제로 판단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기준이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