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돈 벌고 싶고, 경제적 자유에 대한 관심도 엄청 많다. 그래서 나름 공부도 하고 이것저것 알아보기도 하고 하는 중인데, 다단계를 하는 지인이 자꾸 나한테 '소개'를 한다. 사실 아예 안 볼 사이는 또 아니라서 뻔히 어느 정도 의도를 알아도 무조건 안 본다고 할 수도 없고 하니 보자고 하면 만나서 가볍게 근황을 이야기하고, 지인도 자신의 근황과 더불어 제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사실 제품 소개야 뭐, 좋다고 생각해서 추천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나도 뭐 써봤는데 좋은 거 있으면 그거 괜찮더라 하면서 얘기하니까 적당히 넘기기 나쁘지 않은데 문제는 자꾸 나더러 제대로 알아보고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반복하는 것이다.
대놓고 제안을 하는 게 아닐 때는 딱히 나도 할 말이 없지만, 아예 확실하게 말을 하는 상황이 오면 정말 나름 단호하게 생각이 없음을 말했고, 그러면 또 알겠다면서 한동안 연락이 뜸해졌다가 한번씩 다시 연락이 오고, 또 다시 '제안'을 한다. 그럼 나는 또 거절을 하고, 잊을 만하면 또 '제안'을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세 번째 거절을 했다. 사실 내가 이렇게 거절을 하는 건, 네트워크 마케팅에 발을 담가봤기 때문이다. 돈이 될 거라는 친구의 말에 너무 더 알아보는 것도 없이 덜컥 시작을 했던 경험이 있는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내가 자꾸 '제안'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직접 경험해본 바로는, 이건 잘 하는 사람들이나 잘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로서 그 물건을 사용하는 건 제품이 좋으면 뭐든 사용할 수 있는 거니까 특별히 거리낌이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네트워크에 내가 들어가는 건 다른 문제다.
친구 소개로 알게 된 화장품은 출산 후 무녀져있던 내 피부를 살려줬고, 만족도가 너무 높아서 진짜 경험이 없어도 돈을 벌 수 있을 줄 알고 덜컥 시작을 했다. 그들은 이야기 했다. 아무 경험없던 누구도 성공했고, 누구도 이렇게 성공해서 돈을 벌고 있다고. 이게 바로 요즘 시대에 맞는 돈을 버는 도구라고 말이다. 나는 뭔가 나도 성취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에 도취되었고 엄청 열심히 강의를 듣고 화장품을 사용했다.
그런데 나의 결과를 보면, 그 화장품을 나만 사용하고 있다. 무슨 말이냐면 전~혀 돈을 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엄청나게 마이너스가 됐다. 물론 그들은 내가 사용한 돈이 결국 화장품을 싸게 쓴 거기 때문에 손해 볼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 내가 이걸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 화장품을 이 돈을 주고 살 일이 있었을까? 정답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어느 순간 나는 현타가 왔고, 내가 들이는 시간과 정성에 비해 아웃풋이 없어도 너무 없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너무 생산성이 떨어지는 활동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그냥 여전히 나만 화장품을 사용하는 중이다. 그런 내가 다른 네트워크에 들어간다? 어불성설이지. 내 친구도 뭐 내 등쳐먹으려고 나한테 소개했던 게 아니었다. 자기가 사용해보니 좋았고, 진짜 돈이 된다고 믿었고, 그래서 공유했고, 나는 거기에 동의했을 뿐이다. 지금도 친구는 그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레벨에 도달하지 못했다.
친구는 계속해서 목표를 새롭게 하고, 소비자를 찾는다. 그리고 함께할 파트너를 구한다. 계속 꾸준히 하지만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거기는 화장품을 파는 게 아니라 희망을 파는 거 같다고. "당신도 이렇게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도전하십시오! 지금이 적기입니다. 지금 시작하세요! 기회를 잡으세요!" 계속 말하는 것이다. 내가 처음 강의를 들으러 갔을 때도 황금타이밍이라고 했는데, 일년이 지나도 황금타이밍이라고 했다.
사실, 누군가에게는 정말 황금타이밍이었고, 정말 기회였다. 다만, 나에게는 그게 맞지 않았을 뿐이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이미 다 떨어져 나가고 할 수 있는 사람들만 남아있는 공동체인 것이다. 그걸 간과하기 쉽다는 걸 나는 너무 비싸게 배웠다.
그러니, 저는 다단계에 관심이 없습니다. 저에게 제안은 그만해주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