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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코끼리 Oct 21. 2024

너의 첫 번째 미라클 모닝

초등 2학년, 새벽 6시에 시작한 하루

  월요일은 새벽 6시 줌으로 모임이 있는 날이다. 다른 날도 새벽에 일어나려고 애쓰는 편이지만 월요일은 정해진 모임이 있어서 알람을 꼭 맞춘다. 간혹 옆에서 잠든 아이가 새벽에 어설프게 잠이 깨서 나를 붙드는 날에는 거실로 나오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화면을 켜지 못하고 참여를 하기도 하지만 되도록이면 화면을 켜고 참여하려고 한다. 월요일이 아니어도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시간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소중한 시간이다. 


출처: 픽사 베이

  오늘 노트북을 켜고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에서 부스스한 모습으로 1호가 나왔다. 6시라서 더 자도 된다고 했지만 아이는 잠을 더 자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 오늘 할 공부할 거 아니면 그냥 들어가서 더 자.
괜히 이따 피곤하다고 하지 말고

  들어가서 자라고 한 말이었는데, 공부하려고 일어났다고 했다. 더 할 말이 없어서 오늘 계획된 것들을 꺼내주었다. 애는 공부를 한다더니 잠이 덜 깨서 집중을 못 했고, 자꾸 멍하니 다른 데를 봤다. 공부가 안 되는 것 같은데 얘는 왜 버티고 있지. 차라리 잠을 푹 자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만 들어서 솔직히 화가 났다. 사실 그 시간은 당연히 나만의 시간이라고 생각했었기에 뜻하지 않게 방해를 받게 되는 상황이 되니 더 화가 났던 것 같다. 


출처: 픽사 베이

    결국 집중하기 많이 힘들어하던 아이는 잔소리를 1절부터 4절까지 들어가며 할 일을 했고, 연산 하나만 남겨둔 채 등교를 했다. 아무래도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서 더 많이 놀고 싶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를 다 마치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육아에 치이지 않고 내 시간을 갖고 싶어서 새벽에 일어나게 된 것처럼. 


  2호까지 등원시키고 드디어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아이들을 보내고 혼자 있다 보니 괜히 또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생전 처음으로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공부해 본 건데, 잠이 덜 깬 것도 당연하고, 그 와중에 공부를 하려고 하는 그 상황이 쉽지 않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근데 그걸 나는 그렇게 잔소리를 하고 날카롭게 말해야 했을까. 그저 내 시간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내가 더 예민해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해졌다. 조금 더 기다려줄 수 있었는데. 어차피 일찍 일어난 거 조금 멍하게 있어도 큰일 나는 거 아니었는데. 밀려드는 후회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최근 숏폼에서 본 장항준의 인터뷰 내용이 떠올랐다. 가장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사람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자기는 대통령을 만났을 때보다 가족을 더 잘 대하려고 한다고 했다. 너무 어렵지 않냐는 말에 자기가 두 사람(아내와 딸)을 정말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정말 좋아하는 건 아닌 건가 싶은 생각이 스칠 정도로 오늘 나의, 아니 요즘 나의 태도는 친절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엔 화가 너무 많이 나서 아침마다 아이에게 써 주던 쪽지도 쓰지 않았다. 그럴 기분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상황을 돌이켜보며 나는 나에게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너는 또 나에게 기회를 준다. 속상한 마음에 울고불고했어도 눈물 콧물 범벅된 얼굴을 들이밀며 닦아달라고 하는 너라서, 엄마가 미안하고 또 고마워하는 걸 아니? 내일도 만약 네가 아침 일찍 일어난다면, 나는 좀 더 너에게 친절할 것이다. 좀 멍 때리게 된다고 해도, 그런 시간도 필요한 법이니까 거뜬히 기다려주어야지. 공부하는 걸 힘들어하는 너에게 적어도 화를 내지는 말아야지. 그리고 나의 새벽 시간도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야겠다. 그리고 내일은 너에게 꼭 쪽지를 써서 사랑한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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