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지인이 구에서 지원해 주는 화상영어 안내문을 보고, 괜찮은 거 같다며 알려주었다. 아무 생각 없이 사이트에 접속해서 레벨테스트 신청을 했다. 원어민 선생님의 질문에 얼음이 된 채로 눈동자만 굴려 나를 보았다. 옆에서 보는 내가 속이 터질 정도로 아이는 입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놀라운 건, 선생님의 대응이었다. 선생님은 침착하게 잘 기다려주셨고, 천천히 반복해서 질문을 해주셨다. 조금씩 긴장이 풀렸는지 아이는 띄엄띄엄 이야기를 했고, 제시된 리딩 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결과를 받았는데 레벨을 좀 후하게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대망의 첫 수업이었다. 주 3회 1대 3 수업을 신청했는데 오늘 보니 1대 2로 수업이 진행되는 듯했다. 첫날이라 옆에서 지켜보는데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는 첫 수강이 아닌지 훨씬 능숙해 보였다. 그 친구를 보며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 지켜보는데 수업 내내 내 도움이 필요했다. 아이는 잘 모른다는 말도 할 수 없었고,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기 순간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교재가 필수는 아니라고 했는데 첫 수업을 듣는 오늘의 주제는 Singular Noun과 Plural Noun이었다. 국어에서도 품사를 안 했는데 영어로 명사가 뭔지 알 수가 없는 우리 어린이는 가만히 얼어있었다.
옆에서 나는 잽싸게 필기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아이에게 오늘 수업에서 어떤 것들을 배웠는지를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해 주기 위해서였다. 나는 나대로 체크하기 바쁘고 아이는 수업을 따라가기 바빴다. 인사를 하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아이는 드러누웠다.
엄마, 이거 너무 힘들다.
수업은 30분간 진행이 됐고, 선생님은 아이가 대답을 못하면 기다려주시지만 말을 하다 보면 속도가 좀 빨라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수업이 처음이라서 일상적으로 하는 질문에도 무슨 대답을 해야 하는지 낯설어하기 바빴던 우리 어린이는 수업을 마치자마자 진이 빠진 것 같았다.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지 한국어로 말을 해주기도 했는데 너무 정신이 없다 보니 친구 말도 안 들렸던 것 같다. 그게 한편으로는 너무 귀여워 보이면서도 너무 부담스러운 게 아닐까 걱정도 됐다.
혹시 너무 어려우면 수업을 변경해 보겠다고 말했는데, 아이는 선생님이 마음에 드는지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힘든 건 사실이라 이번 주는 그대로 진행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같은 레벨을 반복해서 들어도 괜찮을 것 같으니 교재를 주문을 해서 간단하게 미리 단어를 읽어보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화상영어 소감
1. 레벨테스트 결과가 선생님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레벨을 후하게 주는 선생님이 있고, 타이트하게 체크하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아이가 받은 레벨보다 한 단계 낮춰서 수강신청 할 수 있으니 그렇게 시작하는 게 더 부담 없을 것 같습니다.
2. 첫 수업은 꼭 옆에서 지켜봐 주세요. 아이가 긴장할 때 옆에서 도움을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대신 다 해줄 필요는 없지만 필요한 말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3. 레벨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든다면 레벨을 변경할 수 있으니 수업하는 동안 아이가 잘 따라가고 있는지 점검해 주세요.
4. 1대 1 수업에서는 대답을 아이 혼자 다 감당해야 합니다. 친구가 함께 수업을 들으면 친구가 어떻게 대답하는지 보고 눈치껏 따라갈 수 있어서 기질에 따라 수줍음이 많고 낯설어하는 아이라고 하더라도 소그룹 수업으로 시작하다가 적응한 뒤에 1대 1로 변경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됩니다.
5. 교재는 필수가 아닙니다. 아이의 레벨에 따라 굳이 필요한 교재가 아니라면 구매하지 않아도 좋지만 아이가 수업을 미리 준비해야 편안할 것 같다면 구매하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 수업을 마치고 주문했습니다.
일단, 주 3회 수업이라 내일모레 또 수업이 있는데 교재는 그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된다. 하지만 수업을 조금 더 진행해 보고 도저히 못 따라가겠다 싶으면 레벨 변경을 신청해야겠다. 조금만 더 힘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