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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주가 있는 사람인가?

by 엄마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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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 시절에는 '비전'과 '사명'을 찾으라는 이야기가 유행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내가 성취하고 이뤄야 할 어떤 가치를 찾으라는 것이 핵심 메시지였다. 그러다 보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오래 했다. 보통 특출 난 어떤 재주가 있거나 특별히 좋아하고 즐기는 어떤 것이 있다면 그걸 목표로 삼으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돌아보고 생각해 봐도 나는 그냥 여러 분야에 적당히 관심이 있었고, 특별히 잘하는 게 없는 보통의 평범한 주변 인물일 뿐이었다. 그마저도 앞 번호도 아닌 교실을 채우고 있는 번호도 붙지 않을 주변인 말이다. 공부를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빠져든 과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예체능에 딱히 재주를 보이지도 않았다.


하도 찾아야 된다고 하니까 나도 좀 찾아보자 하고 적성 찾는 심리검사도 다 찾아서 하고, 책도 찾아 읽고 했는데 뭔가 이거구나 하는 걸 찾을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할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고, 특별히 재주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그러다 오늘 가슴에 와닿는 문장을 만났다.


주방 선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들을 찾듯
열린 마음으로 당신의 재주를 찾아라.
일단, 재료들을 모으고 나면,
무슨 음식을 할지 결정할 수 있다.

<부자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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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냉장고 문을 수시로 연다. "뭐 먹을 거 없어?", "엄마, 뭐 없어?" 하면서 말이다. 몇 번을 열어도 냉장고에는 변화가 없는데도 아이들은 자꾸 문을 열고 확인한다. 오늘의 문장을 접하면서 아이가 냉장고 문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도무지 달라진 게 없는 냉장고를 하루에도 수십 번 열면서 무언가를 찾는 간절함이 나에게 있었을까. 내 안에 있는 재료가 뭔지 그만큼 궁금해해 봤을까. 대단한 요리를 하기 위해서 냉장고를 여는 게 아니듯이 내 안에 있는 사소한 관심과 재주를 다시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냉장고 문을 열며 나에게 묻는 아이의 낭랑한 목소리가 귀에 들리듯이 생생하다. 그만큼 생생해지도록 내 안을 살펴보는 일을 해야겠다.


큰마음먹고 장을 보고 레시피를 보고 요리를 하는 날도 있지만, 보통은 집에 있는 재료들로 조금 더 신경 쓴 티가 나는 반찬을 하기도 하고, 매번 잘 먹는 기본 반찬들도 주기적으로 만든다. 제일 자주 하는 요리는 잘 먹는 기본 반찬들이다. 특별할 거 없는 재주들이어도 어떤 레시피를 만나 어느 역할을 하게 되느냐에 따라 특별함을 갖는 순간이 있다. 내 안에 있는 그저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는 재주들도 어떤 레시피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게 피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 더욱 애정을 가지고 살펴봐야겠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내 아이도 자신의 안에 있는 소중하고 빛나는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보리 하늘색 모던한 미니멀리스트 100일 계획 플래너 (8).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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