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워 보이는 포스터와 달리 일본 애니 실사화의 우수 사례에 속하는 작품 <바람의 검심>. 이 작품은 원작의 초창기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얼마 전 포스팅 했던 <바람의 검심 추억편> 이 종료 된 후 바로 다음 이야기다. 원작인 소년 성장 만화의 특성상, 수련이나 전투 장면에서 오버스런 전개는 있지만그나마 다른 작품들에 비해 현실적이기에 영화 역시 과한 부분이 없어 좋았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싱크로율은 물론 제일 중요한 관심거리인 액션 장면에서 5점으로도 부족한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다. 원작을 모르는 이들도 부담없이 볼 수 있는 '메이지유신 검객 유랑기', <바람의 검심> 영화 1편은 어땠을까.
STORY
일본 막부 말기. 길었던 전란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옴과 동시에 '칼잡이 발도재' 라 불리던 전설의 검술가 '켄신' 은 사라졌다. 평화로운 지금, 조용히 떠돌이 생활하던 '켄신' 은 자신의 이름을 팔며 악행을 저지르는 일당의 소문을 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검술로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카미야 활심류 도장' 의 사범 대리인 '카오루' 를 만나 함께 생활하게 된다.
한편, 아편 음모를 꾸미고 있던 사악한 갑부 '칸류' 는 뛰어난 실력가들을 대동하여 계획을 진척시키는데 유일하게 제조법을 알고 있던 '메구미' 가 도망가고, 켄신 일행과 함께 하게 되며 대립이 일어나는데..
오버하지 않은 것이 신의 한 수
원작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지만, 오그라드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기술 이름을 크게 외치며 공격에 들어간다던가 캐릭터의 다양한 감정과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 성우들의 오버스러운 연기와 화면이 그러하다. 설정만 다를 뿐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실사화가 쉬우면서도 조심스러운 부분이었는데..
감독 '오오토모 케이시' 는 해냈다. 영화 <바람의 검심> 은 일상 생활은 물론 액션 장면까지 과도한 효과나 카메라 워킹을 사용하지 않고, 마치 실제 인물들의 움직임을 관전하는 듯한 롱테이크 샷을 주로 사용하여 사실적으로 와닿는다. 그렇기에 이들이 보여주는 액션은 마치 80대 성룡 영화를 보는 듯 실제 있을법한 전문가들의 모습으로 보여지며, 감정선과 대사는 함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호불호가 갈릴수는 있으나 오히려 BGM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는 등 쓸데없는 조미료를 치지 않아 담백한 맛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깨끗한 느낌의 영화였다. 후속작을 고려하여 명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누가봐도 어색한 CG 나 억지스런 스토리로 끌고 갔다면 욕먹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파트 구분을 잘했다. 원작도 크게 3 파트로 나눌 수 있는데, 켄신과 친구들이 서로에게 적응하는 1파트를 적절하게 끊었으며 이는 자연스레 '파트2 - 시시오 일당' 과 이어지며 <바람의 검심 - 도쿄 대화재편> 도 성공하게 되었다. 켄신의 과거도 살짝 다루고, 1파트의 내용을 조금은 짜집기 하였지만 개별적으로 켄신에게 도전하던 단편 이야기를 한꺼번에 묶은 스토리는 부드러웠고 자연스레 후속작으로 이어진다.
캐릭터 설정이 완벽한건 아니다. '사이토 하지메' 는 열혈남이고, '사가라 사노스케' 는 그냥 싸움꾼 같다. 또한 '사노스케' 의 경우 켄신과 힘을 합치기까지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없다. 또한 악역 '칸류' 는 일본 고유의 오버스러운 연기가 좀 과하게 여겨져 부담스러웠으나 그의 호위 병사들의 아우라와 애션이 화려했기에 커버한다.
액션 실사화란 이래야 칭찬하지!!
<바람의 검심> 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건 액션이 끝내준다. 와이어만 썼을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 성룡처럼 온갖 사물을 시용하며 맨손으로 싸우지 않을 뿐이지, 인물간의 전투 동선 및 개별 스킬은 얼마나 연습했을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완벽함을 보여준다. 그저 칼 몇 번 튕기는 액션이 아니다. 호흡을 자유롭게 조절하며 매우 만족스런 액션을 선보인다.
특히 악역들, '진에' 라던가 이런 캐릭터는 외모와 말투 등 원작과 최대한 잘 맞아 떨어지며 원작을 잊을 정도로 독립적인 액션 드라마로써의 재미가 충분하다. 이미 오프닝부터 보여지는 전란 시퀀스 속 사람들, 그리고 그곳을 날아다니는 켄신의 액션을 본다면 이후에 주욱 이어질 기대는 확실히 보장받을 것이다.
<강철의 연금술사> <원피스> <블리치> 등, 얼마나 많은 애니 대작이 실사화를 거치며 먹칠을 당했는가. 팬들이 실사화에서 바라는 것이 그저 화려한 효과와 캐릭터 외형을 그대로 붙여넣는걸로 생각하는건지 많은 실패가 있었다. 이후로도 실사화가 진행된다면 영화 <바람의 검심> 은 매우 우수한 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