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유진 Jun 10. 2021

무겁게만 짓눌린 어두운 이야기 - 캐시 트럭

과연 무엇을 뽑아낼 수 있는 작품이었을까..


<캐시 트럭> 이라는 제목보다는 원제인 <Wrath of Man - 빡친 남자??> 가 더 맞을거 같은데, 아무래도 번역하기가 애매했나 보다. 액션 배우 '제이슨 스타뎀' 의 활약이야 이미 봐온지 20년 가까이 되어 세월의 풍파로 인해 약간 수그러 들었겠지만서도 믿고 보는 배우다.


영화 <캐시 트럭> 은 주연이 '제이슨 스타뎀' 이라서 본게 아니라, <알라딘> 마법 신화를 이룬 '가이 리치' 감독의 신작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보여주는 현실 이야기는 어떨까. 예고편을 봤을 땐 웃음기 쫙 빼버린 무거운 작품이 아닐까 했는데 그 예상은 너무 정확히 들어맞았다


<알라딘> 의 후광이 아직도 유지되기에 기대됐던 작품 <캐시 트럭> 은 어땠을까. 난 그저 그랬다.



STORY

'현금 수송차 (캐시 트럭)' 을 습격하는 악당들에 의해 하나뿐인 아들을 잃어버린 남자 'H (제이슨 스타뎀)'. 그는 어느 조직의 보스였으며 얌전하게 살아가려 했는데 이런 비극을 당하게 된 것이다. 범인을 잡으려 의심가는 리스트에 따라 하나씩 처리해나가지만 도저히 잡히진 않고...


현장에 답이 있다 생각하여 현금 호송 회사에 위장 취업한 그는 일부 습격 사건에서 활약을 보이며 엘리트로 인정받고. 머지 않아 그토록 찾던 범인들과 마주하는 때가 찾아오게 되는데..




제목에만 들어찬 분노

액션 장르이면서 누아르 성격을 갖고 있다. 남자들의 세계와 복수, 범죄.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이야기 배경이 '캐시 트럭' 에 몰리며 그 범위가 좁아서일까. 꽤 괜찮은 액션이 아니라 그냥 그런 액션 영화, 하이스트와 누아르가 뒤섞인 작품이 되어버렸다.


원제를 봤을 때 어떤 사연에 의해 그 분노를 미친듯이 폭발할 것 같은 기대가 있었지만 주인공 'H'가 보여주는 분노는 매우 잔잔하게 쌓아올려나가다 툭 한 번 내지르고 마무리 짓는다. 지금껏 그가 여러 작품에서 보여줬던 액션 수준과는 다르게 간단한 총격전과 결투로 끝나버렸으며, 요즘 같은 시대에 분노라고 할 수 있는 적정 수준보다는 밋밋한 느낌이었다.


분실물을 집부터 찾아보지 않고 무작정 남을 의심하다 사고친 신작 <노바디> 가 오히려 '분노' 라는 테마에 있어서는 쾌감과 오락성을 적절히 갖추고 있었는데, <캐시 트럭> 은 그냥 무겁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그냥 사무실을 걸어가거나 동료들과 포켓볼을 치는 것일 뿐인 일상에도 깔려있는 무거운 음악은 언밸런스한 느낌이 가득.

 


그렇다면 작품의 중심은 이야기로 넘어간다. 주인공 'H' 의 비밀과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냈느냐. 이것도 아니다. 작품은 집중해서 보지 않는다면 비슷비슷해 보이는 악당들의 얼굴과 사건을 다루는 시간이 그저 '몇 개월 전/후' 라는 자막만 던져놓고 햇갈리게 교차해 나간다.


나의 집중력 문제겠으나 중후반부까지도 'H'의 부하들이 고용한 누군가가 일을 저질렀는데, 그들은 이를 알고도 차마 보스에게 말하지 못한채 숨기다 결국엔 맞붙게 되는 전개로 오해하고 있었다. 그렇다, 집중력의 문제가 작품에 드러난다.



누굴 더 집중해서 봐야 할까..

<캐시 트럭> 의 서사는 두 가지다. 'H' 가 아들을 잃고, 범인을 찾아가는 것. 악당들이 대박 건수를 위해 철저히 계획을 세우는 것. 그리고 결국 최종장에서 마주하는 이들의 대결.


여기서 두 서사 모두 그리 흥미롭지도 않지만, 비중은 후자에 속하는 악당들에게 더 맞춰진 느낌. 그들은 내부 분열도 조금 있고, 지루한 현실을 버티지 못해 다시 범죄에 뛰어들며 그들의 리더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등 그들에게도 나름의 행복이 있다는걸 보여준다.


그들의 행복은 조직원 모두가 함께 하기에 더 굳건해 보이고, 'H' 는 부하들은 거느리고 있으나 결국 진실을 위해서 본인이 직접 뛰어 다니며 복수와 진실이라는 행복의 출구를 찾아 나선다. 문제는 차라리 'H' 가 직접 진실을 밝혀나가는 과정에 더 많은 에피소드를 엮고, 악당들의 이야기는 줄였다면 어땠을까.


복수에 나서는 그의 이야기가 강렬하지도 않을 뿐더러, 악당들은 동료애를 말하고픈건지 아니면 인생 역전을 위한 한 탕에 포커싱 하고픈 건지. 마지막 범죄 시나리오를 테이블 위에서 구상함과 동시에 실제로 일을 벌이는 장면이 교차하는 과정에서 주인공 'H' 는 배제 되었으며, 이는 오히려 연속성을 떨어뜨려 애매한 액션 시퀀스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결말 또한 너무 싱겁다. 차라리 우리가 진부하게 생각하는 전개로만 갔어도 괜찮았을텐데, <캐시 트럭> 은 조금은 꼬아가면서 특별하게 보이려 했던 점이 오히려 작품 자체를 무난하거나 쪼금은 더 아쉬운 구성으로 마무리 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새로움, 통쾌함, 긴장감은 없다. 포스터 속 그의 모습은 마치 죽은 아들을 애도하듯 혼자서 비장하지만 억지로 비장함으로 꽉꽉 채운 작품에 유연한 이야기가 없다면 무겁기만 할 뿐, 애매한 장르로써 기억에 남는건 그닥 없다. <알라딘> 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지만 '가이 리치' 감독이 보여준 현실 누아르는 그렇게 내 감성 세계에선 힘이 없었다.


무겁게만 짓눌린 어두운 이야기 (2.5점)


매거진의 이전글 악마가 시킬게 아니라 직접 나와야 했다 [컨저링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