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성장하니까 청춘이다!!
진부할 수 있어도 난 아직도 일본 영화의 감수성이 좋다. 똑같은 진부함이어도 연출, 색감, 캐릭터 설정 및 원작을 구현해가는 과정이 한국 작품과는 소재 선정, OST 활용 등에서 더 뛰어나다 생각한다. 하지만 청소년, 특히 '고교시절' 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중복된다는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요즘처럼 특별한 자극도 없고, 극장 가기도 어려운 시절. 차분하게 힐링할 수 있는 사랑과 성장 이야기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제목이 워낙 길다. 순정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유명 작가 '사카사키 이오' 를 알텐데 그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과거 못 다한 인연이었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에서의 두 주연이 이번엔 남매로 만나며 펼쳐지는 이야기. 이미 작년에 일본에선 개봉했고, 오는 6월 16일 CGV 단독 개봉으로 공개되는 영화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는 어땠을까.
같은 멘션에 살고 있는 네 명의 고등학생이 주인공. 소극적인 소녀 '유나' 는 평소 즐겨보던 동화 속 왕자와 비슷하게 생긴 '리오' 에게 빠지게 되는데, 알고보니 그는 친구 '아카리' 의 동생이었다. 그러나 그 둘은 부모님의 재혼으로 억지로 남매 관계가 되어버렸으며, '리오' 가 '아카리' 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유나' 는 어쩔 줄 몰라할 뿐.
이왕 차일거 시원하게 거절 당하고 친구가 되기로 한 '유나' 의 결심. 그리고 '아카리' 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만 거절당하는 '리오'. 그리고 밝은 성격을 가진 '아카리' 에게 끌리는 동급생 '카즈'. 이렇게 오묘하게 엮인 네 명의 친구가 보여주는 사랑과 청춘의 성장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다.
두 시간이 조금 넘는 긴 런닝 타임과 일본 영화 고유의 잔잔함이 만나 익숙치 않은 이들에겐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영화가 보여주는 수채화 같은 1년 사계절의 톤과 분위기, 배우들의 훈훈한 비주얼은 이 작품을 끝까지 보게 만든다.
제목만 봤을 때는 서로 고백하다 거절당하는 복잡한 학원 연애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영화 <사사차차> 가 말하는 메세지는 크게 두 가지. 바로 '사랑, 성장' 이다.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네 주인공은 서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고백했다 거절당하며 이후에 어떻게 대처해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앞부분은 주로 '리오, 유나' 의 짝사랑 감정을 중심으로, 뒷부분은 '아카리, 카즈' 가 장래와 가족에서의 역할이라는 점으로 공감하며 각각 두 커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랑을 표현하는 이들은 고백 이후 진실을 깨닫고, 자신의 진실된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소극적이었던 모습을 벗어나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으로 성장한다. 연애 감정이 그들을 성숙하게 만든 것.
또한 고교시절 겪을만한 고민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이들은 함께 하고픈 연애 감정, 주변 사람을 걱정하느라 자신의 참된 마음을 억누르던 모습에서 하고픈 것을 당당하게 표현하며 성장한다.
잔잔한 분위기와 연출은 고교시절의 고민을 평범한 드라마로 풀어나가지만 화려한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평범함에 잘 묻어나는 연기와 캐스팅. 그리고 적절한 OST 와 평안한 배경이 이를 커버하며 오랜만에 나의 10대 시절을 되새기게끔 한다.
이건 명확히 리뷰하지 못하겠다. 원작을 보지 않았으며, 실사 공개 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만을 봤을 뿐. 애니판은 애니답게 화사한 색감과 더 밝은 분위기, 통통튀는 듯한 캐릭터 설정이 한 몫한다. 그러나 실사 또한 그러한 느낌을 고스란히 가져왔다면 난 오히려 이 영화의 매력이 반감했을 거라 생각한다.
오히려 느낌을 과장하지 않고 현실 그대로를 덤덤하게 보여주는 전개가 요즘처럼 잔잔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때에 그 수요와 잘 어우러진다 생각하며, 굳이 원작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오리지널 드라마로써도 꽤 괜찮은 감성을 보여준다.
캐스팅은 찰떡 같다. 나 또한 인상깊게 봤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의 두 주연은 한층 더 성숙했고, 발전했으며 그들의 케미를 다른 세계관에서 보는 것이 정겨우면서도 보는 내내 응원하게 된다.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다른 두 주연을 이번에 처음 접한다면, 이 작품을 계기로 푹 빠져보는건 어떨까. 수줍은 소녀와 꿈을 억누르고 있는 성실한 소년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았던 두 사람.
어느 누구에게 특정적으로 무게를 실지 않고, 네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적정 수준으로 엮어가고 풀어나가는 방식이 기다란 제목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처럼 여유롭다.
계속 잔잔하게 흘러가던 영화는 해피엔딩을 맞으며 엔딩곡 'Official髭男dism - 115万キロのフィルム' 으로 이어진다. 이 노래는 3년 전에 나왔던 곡으로 두 사람의 인생을 필름으로 만든다면 그 길이가 '약 115만 킬로' 정도가 된다 한다.
노래 자체도 좋지만 내내 잔잔하던 영화가 마지막 그들이 바라보는 도시의 화창한 아침 풍경과 함께 그들 각자의 인생을 필름에 넣어놓고 기운 가득한 희망의 멜로디로 마무리 하는게 뿌듯하다. 오랜만에 여러분의 마음을 정화시켜 줄 네 남녀의 성장기.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를 관람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