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한 분위기와 귀신이 나오지 않음에도 공포 영화로써 인기 많은 작품 <콰이어트 플레이스>. 18년의 첫 작품은 괴물이 그닥 많이 나오지 않음에도, 대사가 거의 없으며 오로지 청각과 단발적인 시각으로 보여주는 긴장감으로 인기를 얻었다. 오감을 제대로 열어야 알 수 있는 공포랄까.
당시 1편에 대한 나의 한 줄 평은 이러했다.
오감을 확장하고도 공포는 못 느꼈다.
워낙 잔잔함 속에 이어지는 공포이기에 배우들의 연기나 심리 상태, 분위기를 조성하는 배경과 적정 수준의 음악과 깜놀 구간이 중요했던 작품은 내가 워낙 공포에 도가 터서 그런지 '깜놀' 을 제외하고는 공포 그 자체의 스릴과 긴장은 느끼지 못했다.
3년만에 후속작이 나왔다. 보통 후속작들은 전작으로부터 꽤 시간이 지난 다음의 이야기를 보여주는게 대부분인데 특이하게도 <콰이어트 플레이스> 는 1편 사건 직후로부터 시작한다. 과연 어땠을까.
STORY
괴물의 약점을 알아내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가족. 위기 상황에서 그들을 구해준건 이웃이었던 '에밋'. 나름의 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지내던 그는 이들을 도울 힘이 없다 말하지만, 딸 '리건' 은 괴물을 물리칠 방법을 안다며 도와달라 한다.
그것은 분명히 누군가 구조 시그널로 보내고 있는 라디오의 음악 주파수를 따라가면 생존자가 있을 것이며, 그 곳의 음향 시설을 활용하여 주파수를 넓게 퍼뜨리면 될거라는 것. 그러나 확실치도 않은 가설에 그 위험한 도전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나 '리건' 은 내일을 희망을 위해 이를 무시한채 홀로 떠나는데..
밝혀지는 인류 멸망의 그 날
1편을 처음 접한 이들은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뜬금없는 'D-400' 일 정도의 숫자를 보고 의아할 것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PART 2> 는 사건의 시작을 제대로 보여준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알만한 디스토피아 세계 명작 <라스트 오브 어스> 나 또는 그 외의 다른 재난/좀비 영화처럼, 이번 후속작 또한 절망적이고 긴급한 사건의 시작을 오프닝부터 풀어나간다.
그리하여 어째서 인류는 힘 없이 무너졌는지, 따로 살아남아 버텨야 했던 가족이 1편에서 겪었던 비극에 다시 공감하며 어딘가 살아있을지 모를 사람들을 찾아나서는 새로운 이야기에 궁금증을 갖게 된다.
사건이 시작되던 날은 밝은 대낮. 대낮의 외계인 습격은 한밤중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무섭기도 하다. 적이 어떻게 공격해오고, 타인이 어떻게 죽어나가는지 너무 훤하게 보이지 않는가. 그래서 절망적으로 무너지는 마을과 이어지는 전 세계의 비극은 전체 이야기의 앞뒤를 이어주는 중간 지점에 자리를 잡고,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어준다.
그런데 아쉬운건 새로운 이야기보다는 최초의 이야기 서사가 더 긴장감 있고 재밌었다는 것이다.
나의 오감이 노화된 것일까...
결론적으로 무섭지 않았다. 전편보다 괴물이 자주 나온다는 것. 예상 가능한 깜놀 구간, 아주 조용하게 이어지던 상황을 놀라게 하기 위한 시끄러운 소리. 이것이 전부다. 전작에선 빨간 조명이 들어오며 위기 상황에서 벌어지는 은폐, 도주, 전투가 나름 긴장감을 부여하였으나, 이번 후속작에선 사운드에서 오는 시끄러움 이 외에 공포는 느껴지지 않는다.
안전한 걸음을 위해 바닥에 뿌렸던 하얀 가루를 벗어나 나뭇잎이 사각거리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가족.
어떠한 위험이 기다리고 있으며, 나름의 대처법을 익힌 이들이 보여줄 생존 능력은 무엇일까에 대한 기대는 시간이 갈 수록 줄어 들었다.
여기에 새로운 인물들이 나와도 의미 없다. 같은 뜻을 가진 동료가 한 명 늘었을 뿐, 후반부 나오는 의심 많은 세력은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 하며, 마지막의 평화로운 섬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궁금했다. 남편을 잃은 가족이 보여줄 후속 이야기는 대체 무엇이 있을까. 괴물과의 정면 승부가 아니라면, 갓난 아기까지 있는 상황에 누군가와의 조력을 통한 희망을 발견하는 전개가 아닐까. 그런데 이들 가족 외에도 살아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생존자들은 아무런 특징이 없다.
의심을 가지고 거세게 나오는 이들, 그냥 고립되어 평화롭게 살아가는 이들. 주인공 '리건' 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들이 고생하고 있을 동안 이렇게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여러 감정이 교차했겠으나 그건 잠시일 뿐, 그들이 작품의 메인 테마를 끌어가는 역할을 하진 않는다.
여기에 두 갈래로 갈라진 이야기가 오히려 이질감을 준다. 적극적으로 희망의 빛을 찾아 나아가는 '리건' 과 달리 갇혀진 상황에서 방어만 해야 하는 엄마 '에블린' 과 아들 '마커스'의 모습은 전작보다 좁아진 배경에서 더욱 답답하게 느껴지며, 공포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강인한 이미지의 임팩트는 더 떨어졌다.
나름대로 명확한 대처 방안을 발견했음에도 이를 후반부에가서야 전격적으로 확장하여 대응하는 전개가 결국 디스토피아 공간을 확장시켜 보여주고, 여정을 떠나는 모습에만 그친 듯 하여 전편보다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과연 세 번째 이야기는 나올 것인가. 이들이 발견한 명확한 대처법이 어떤 후속작을 끌고올지에 대한 암시는 전혀 없었다. 흩어졌던 가족이 재회한 것도 아니고. 굳이 3년이라는 공백을 두고서 개봉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 그만큼 <콰이어트 플레이스> 가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세계는 좁은 곳에서 오감을 열게 하고도 공포라는 감성은 건드리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절망적일거 같은 포스터의 느낌. 그들에겐 다급하고 위험한 세계겠지만 나에게 그리 절망적으로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