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카더라를 반드시 기피해야 하는 이유
한 남자의 장난질에 파탄나버린 명예, 사랑, 동료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두 번째 작품으로 '질투' 라는 미묘한 감정을 테마로 한 <오셀로> 를 읽었다.
<햄릿> 이 핏빛 복수와 관련되어 빨간색 표지로 꾸며졌던에 비해, <오셀로> 는 사랑의 감정이라 그런지 말랑말랑해 보이는 노란색 표지로 꾸며졌다. 정확치 않은 정보로 인해 벌어진 '질투의 비극' 은 과연 어땠을까.
STORY
'오셀로' 는 비록 타국 출신에 피부색도 커멓지만 베니스에서 꽤 큰 활약으로 존경받는 장군이다. 명망 있는 귀족 출신 여성 '데스데모나' 와 결혼한 그는 행복에 푹 빠져있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사이프러스' 로 떠나게 된다.
그런데, 그 주변엔 분노에 불타는 사악한 남자 '이아고' 가 부하로 있었으니, 그는 '오셀로' 가 자신의 아내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오해 & 메인 직책을 '캐시오' 에게 뺏긴 분노 & 일을 크게 벌이기 위해 사랑에 목마른 '로더리고' 를 동시에 이용하여 아주 요망스러운 계략을 세운다.
'이아고' 의 장난질로 인해 그 용맹하던 '오셀로' 는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주변 인물들 또한 계략에 빠지면서 헛된 증거와 상황들이 모여 모두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 막장 치정극, <오셀로> 의 이야기다.
잘못된 정황과 억측이 불러일으킨 '잘못된 질투'
<오셀로> 의 핵심은 '질투' 다. 특히 이 질투심은 남성 캐릭터에게 확고하게 보여진다.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빼앗긴 명예. 이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세상에 알려질 자신의 명예를 위해 강직하게 보이던 그들은 '이아고' 라는 한 남자의 장난질로 인해 모두가 타락한다.
살인을 계획하고, 무조건 미워하게 되고. 상대에 대한 자신의 믿음이 얼마나 굳건한지를 신의 이름을 대가며 초반부에 강력히 어필하던 남자들은 모두 흔들린다. 그것도 자신이 직접 본게 아니라 '카더라 통신' 을 통해서 말이다. 오로지 한 사람의 말만 믿고 추가로 알아보지 않은건, 그만큼 믿고 있던 그 사람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직접 알아보지 않고, 명확하게 확인하려 하지 않았던 '오셀로' 의 큰 실수는 '내로남불'. 자기는 굳건하게 믿으면서 상대에겐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쌓여가는 억측이 이어지고, 장난질에 거대해지면서 결국 그는 자신이 쥐었던 모든 행복을 아작내고 말았다.
이유가 있어서 질투하는게 아니에요. 그저 질투심이 많아서 질투하는 거죠. 질투심은 스스로 잉태되어 태어나는 괴물이에요.
질투심. 누구나 질투심은 갖고 있되, 그 감정이 자신을 어느 정도로 차지하게 만들것이냐는 것은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다. 애시당초 질투가 많은 이는 특별한 이유가 덧붙여진다해도 결국은 그렇게 된다. 성향이 그러하니까. 그러면서 주변의 온갖 상황을 먹어가며 질투심은 점점 커지고, 자신이 정당한 명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이 정원이라면 우리의 의지는 정원사에요.
우리의 마음 속에 여러가지 감정, 본성이 섞여있지만 결국 무엇을 선택하고 가꿔가느냐는 본인의 몫. '늑대 인간' 에 대한 설화에도 있지 않은가, 우리의 마음 속엔 두 마리의 늑대가 있는데 둘 중 누가 이기느냐는 우리가 어느 쪽에 먹이를 더 주느냐에 달려있다고.
이미 질투란 녀석으로 타락해버린 사람 눈에는 모든 것이 부정적인 것으로 보이고, 이것을 정화시킬지 아니면 죽음으로써 없애버릴지 또한 본인의 몫. 억측과 질투, 카더라 통신에만 의지한 '오셀로' 의 비극은 모두 그의 몫이다.
가부장 문화를 비판하다!!
우선 베니스인과는 다른 타지인 '오셀로' 자체를 주인공으로 삼은게 '셰익스피어' 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당시만 해도 만연해 있던 '백인 우월주의'. 그러나 오히려 인간을 타락시키는건 우월한 백인들이었으며, 여기서 타지인은 피해자로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부정적인 성향으로 교훈을 주는 건 모두 남성들이다.
작품 속 여성들은 남성에게 복종해야만 하는. 남성들이 어떻게 그려내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참신한 아내가 될 수도 있고, 창녀가 될 수도 있는 세계. 그래서 항상 남성에게 복종해야만 하고, 변심에 대해서도 유독 사악한 짓거리라며 비난한다.
사랑의 필수조건들이 없기 때문에 그녀의 섬세한 감정은 스스로 사기당했다 생각하여 역겨움을 토로하여 무어놈을 혐오하고 증오하기 시작할테죠
그에 반해 여성들은 남성을 100% 신뢰하고 사랑한다는 풍조가 가득하다.
그 분이 태어난 고장의 태양이 그런 (질투와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을 그 분에게서 다 뽑아낸거 같아
결국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여성들은 숭배하던 남성들로부터 죽임을 당하고. 자신을 변명하는 것마저 창녀처럼 더러운 반항 짓거리라고 폄하하고, 입 다물고 있자니 평생 오해만 먹고 살게 되고. 여성들이 살기 힘든 시대였나 보다..
역시 끝내주는 참된 진리와 표현
'셰익스피어' 는 이 작품에서 또한 인생 조언을 마구 던져놓고 있다. 딱 들어맞는 적절한 비유는 당연하고.
이는 <햄릿> 에서 이미 언급한바 있으니, 몇 대목만 적어보자.
빼앗긴 자가 미소지으면 그 도둑으로부터 뭔가를 훔치는 것이 되지만, 무익한 슬픔에 젖어 지내는 것은 스스로를 강탈하는 것이오
시간이라는 자궁 속에는 분만될 사건들이 많이 들어있어요
아침 드라마나 '사랑과 전쟁' 에서 볼 듯한 치정 막장 요소가 가득하다. 요사스럽게도 쫌만 잘못하면 들킬지도 모르는데 대담하게 거짓말하고 다니는 '이아고' 도 놀랍고, 질투에 빠져 타락하는 이의 과정을 보는 것도 즐겁다. <오셀로> 를 읽으면, 질투가 만들어내는 사랑의 비극을 명확하게 공감할 수 있다. 재미있다.
일단 우리는 막장 드라마라면 환호하는 존재가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