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설계하기
2023년 1월, ‘본디(Bondee)’라는 메타버스 기반 SNS 앱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당시 근무하던 회사에서는 본디를 벤치마킹하여 새로운 앱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결정했고 근 6개월 정도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그중에서도 인터뷰 설계부터 정성 데이터 분석까지의 과정이 나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경험이었는데, 벌써 작년 일이 다 되어가는 프로젝트이지만 이를 회고해 볼 겸 정리해 보았다.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항상 UX리서치 단계에 가중을 얼마나 둬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나 역시도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시간에 쫓겨 UX리서치 단계를 축소한 경우가 왕왕 있었다. UX리서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는 대부분 부족한 시간일 것이다.
서비스 런칭까지 주어진 시간은 굉장히 빠듯했기에 디자인을 시작함과 동시에 당장 개발을 진행해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우리 팀은 UX리서치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회사에서는 경쟁 서비스를 벤치마킹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식의 패스트팔로워 전략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벤치마킹할 서비스가 있었다. 지금은 인기가 식었지만 출시 당시 반응이 뜨거웠던 ‘본디’라는 앱이다.
경쟁 서비스를 벤치마킹한다는 것은 즉 경쟁 서비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사용자는 어떤 플로우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팀은 소요되는 시간과 상관없이 서비스 벤치마킹을 위해서는 기존 서비스의 문제점을 먼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고, 결과적으로 UX리서치가 선행되었기 때문에 디자인 작업 도중 방향성을 잃지 않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UX리서치가 선행되지 않은 채로 서비스를 만들게 된다면, 명확한 방향성 없이 즉각적인 판단에 의해 프로덕트를 만들게 될 수도 있다.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리서치를 생략하고 무작정 빨리 만들었다고 해서 프로덕트가 빨리 완성되는 것도 아니었을뿐더러 오히려 방향성을 잃고 우왕좌왕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물론 'UX리서치를 꼭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각 프로젝트의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얻은 것이 더 많았다고 생각하기에 후회 없는 판단이었다.
UX리서치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는 인터뷰 설계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인터뷰 설계부터 진행까지 딱 하루가 걸렸다. 당시 본디는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앱이었고, 회사 내에서 본디를 사용하고 있는 유저가 많아지고 있던 참이라 인터뷰 대상자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먼저 인터뷰 방향을 명확하게 정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는 목적과 인터뷰를 통해 무엇을 알고 싶은지를 정의했다.
‧인터뷰 목적 : 사용자들의 본디 서비스 이용 경험을 확인하여 문제점 및 개선 사항을 도출한다
‧인터뷰 항목 : 사용자들이 본디의 각 기능을 사용하면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파악한다.
‧참여자 조건 : 본디 서비스를 이용해 본 사용자 5명
인터뷰 인원은 5명으로 한정하고, 인터뷰 참여자를 물색했다. 본디는 당시 출시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신규 서비스였기 때문에, 사내에서 본디 사용자들이 늘어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본디 사용자들이 본디를 시작하게 됐던 과정과 서비스에 대한 몰입도를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참여자는 서비스 사용 빈도와 기간에 따라 Light, Middle, Heavy 유저로 구분하여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서비스 사용 기간이 약 일주일 내외이며, 서비스 접속 빈도가 높은 사용자를 Heavy 유저로 정의했다. 이들은 서비스 몰입도가 높으며 주변에 서비스를 추천하기도 한다.
‧서비스 사용 기간이 약 일주일 내외이며, 서비스 접속 빈도가 낮은 사용자를 Middle 유저로 정의했다. 이들은 서비스를 사용한 기간은 Heavy 유저와 비슷하지만 주변에 추천하거나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서비스를 사용 기간이 3일 내외인 사용자를 Light 유저로 정의했다.
우리가 인뎁스 인터뷰에서 알아내고 싶은 것은 본디의 문제점과 개선사항이다. 즉, 사용자들이 어떤 플로우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지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본디의 기능과 유저플로우를 살펴보았다. 여러 기능을 사용해 보며 본디가 제공하고 있는 공통적인 사용자 경험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본디가 갖고 있는 핵심 경험은 크게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있었다. 내 아바타와 내 공간을 꾸밀 수 있는 (1) 꾸미기 경험과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2) 커뮤니케이션 경험이다.
우리는 본디가 제공하는 기능을 위 두 가지 핵심 경험에 따라 분류하고, 그에 따라 파생되는 하위 질문을 설계했다. 인터뷰 방향에 맞는 질문을 설계하기 위해 해당 질문의 수행 목적을 같이 명시해 두었다. 아래의 질문 중 꼭 해야 하는 질문들만 추려낸 후 인터뷰 도중에 답변에 따라 질문을 유동적으로 바꾸어가며 대응했다.
질문을 설계하는 기준은 인터뷰 방향과 목적에 따라 파생된다. 때문에 앞서 말한 인터뷰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인뎁스 인터뷰를 빠르고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리서치의 방향과 목표가 명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진행 중에는 참여자들의 행동을 촬영하며 그들에게 특정한 태스크를 수행하게 했다. 앞서 도출했던 본디가 제공하는 경험을 사용자들이 매끄럽게 사용하고 있는지, 그들이 본디의 핵심 가치를 느끼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는데, 아래의 태스크를 통해 참여자들이 실제로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여자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연관된 질문을 동시에 할 수 있었기에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에 유용한 관찰 기법이었다.
1) 포스팅 기능을 통해 내 친구들의 상태를 확인하세요.
2) 아파트 기능을 통해 나의 공간을 꾸며보세요.
3) 아파트 기능을 통해 친구들의 공간을 둘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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