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걸 다 느낀 여행지
6개월 전 하이록스 대회 참여를 위해 건너간 호주 퍼스 여행을 하고, 사실 예정에 없던 시드니와 멜버른 여행이 결정이 되었다.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셋이서 처음 여행지를 결정했을 땐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를 가기로 했었다. 정보를 모으고 비행기 표를 알아보던 와중에 에티오피아에 화산이 폭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과감히 포기했다. (ㅠㅠ) 그래서 비교적 멀면서도 만만해 보이는, 또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시드니 여행을 결정했다. 시드니만 가기 아쉬우니 간 김에 멜버른까지 가보기로 했다.
왜 항상 여행 전 일주일은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친구들과 계획을 세우고 또 세우며 일하기 싫은 마음을 잠재우며 지내다 보니 여행 당일이 되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시드니가 8시간이나 걸린다. 멀다 멀어... 도착하자마자 우린 예정된 계획들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커피를 마시러 간다. 하루에 두세 잔을 마셨다.. ㅋㅋㅋ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보고 먹고 느끼고 생각했다.
자유, 표현, 개성, 청춘과 사랑, 낭만 이곳엔 너무나도 분명하게 이러한 것들이 살아있었다.
어려서부터 서양문화를 좋아하고 항상 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려고 준비했었고, 여러 번 다른 기회들도 있었지만 상황이 잘 맞지 않아 가지 못했었다. 때론 용기가 부족해서였기도 했다.
그래, 나는 이런 것들을 사랑했지. 나의 이런 생각은 여행 내내 떠올랐었다.
시드니. 이름만 익숙한 곳. 와보니 '별거 없네'라는 말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래도 가장 멋지다고 생각 한 곳은 오페라 하우스였다. 사실은 오페라를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 아쉽게도 보지 못했지만 엄마랑 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성악을 전공하셨다. 당시 중앙대학교 성악과를 전공하며 교수에게 유학 제의도 받은 실력자였지만 어려웠던 가정형편으로 유학을 포기하셨다고 했다. 지금의 엄마와 엄마의 삶도 사랑하지만 꿈을 이룬 엄마의 모습은 어땠을까. 나와는 상관없이 꿈을 쫓아간 엄마의 삶을 엄마는 사랑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랑 음악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건 나의 꿈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꿈은 무엇일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경원이의 꿈‘을 응원해 줘야지. 밀어줘야지.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이유가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해주지 못한 것들을 엄마에게 다 해주고 싶다. 젊음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게 무색할 만큼 황혼의 나이라고 할지라도 꿈을 꾸고 꿈을 이루는 삶을 선물해주고 싶다.
둘째 날 투어를 위해 3시간 거리를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가이드 아저씨가 시드니의 역사에 대해 얘기해 주셨다. 되게 노곤노곤한 상태로 들었는데, 호주의 역사가 되게 짧다는 걸 알았다. 산업혁명 이전 1700년대에 영국의 죄수들을 호주로 보내 수용했다고 한다. 광산붐이 일어나기 전까지 고작 1000명을 겨우 넘기는 인구였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는 국가가 되었다.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한 땅이 어마어마한 땅이 되었다. 땅이 가진 광물과 자원 등 가진 것이 많은 땅이지만 그것을 발견하기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의 ‘고유함‘이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 인생인 것 같고. 발견하지 못한 채 떠나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 내 것을 발견했다면 누군가가 가진 자원도 발견하고 이끌어내 주는 것 또한 참 중요한 일임을 느낀다. 그리고 그 일은 내가 내 것을 발견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것도 발견할 수 없다.
별거 없다고 생각한 시드니 여행에서 난 많은 것을 발견했다. 여행을 해보니 보이는 것 말고 내가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많이 발견했던 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시드니는 '별게 많다'.
그곳에서 나는 생각 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온 것 같다.
그래, 일단 내가 있는 곳을 떠나봐야 한다.
낯섦과 두려움을 깨는 것부터 꿈이 실현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