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지만, 직장예절이 시급합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요?

by 달콤달달

나는 나를 잘 모른다. 어쩌면 '내가 이런 사람이면 좋겠어.' 하고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나 자신을 왜곡해서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 있어야 나를 볼 수 있듯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건 나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평판에 신경 쓰고 싶지 않으면서도 아예 무관심할 수 없는 이유이다. 회사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옆에 앉아있는 동료는 또 어떤 사람인가? 단순히 업무 능력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


인사가 그렇게 힘든 일인가요?

오전 9시. 오늘도 한치의 오차 없이 9시 정각이 되어서야 A주무관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자리에 앉아 업무를 준비하던 다른 직원들은 그를 보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지만 그는 맞인사 없이 목소리 사이를 유유히 비껴 걸어가 그대로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출근하며 인사하는 그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내 몫의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가족 같은 회사은 사양하겠습니다.

회사에서 우리가 서로를 부르는 공식 호칭은 '주무관'이다. 그런데 '주무관님~' 하고 부르는 일이 영 어색하고 낯간지러워 보통은 '선생님~' 하고 부른다.(팀장님부터는 팀장님이라고 부른다)

- B야, 그 자료 좀 줄래?

C는 오늘도 반말이다. 옆 자리에 앉은 동료의 나이가 아무리 어리다고 한들 사무실에서 친동생 부르듯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흔을 넘긴 내 나이가 새삼 고맙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사무실은 감정쓰레기통이 아닙니다만

D팀장의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조금 전에는 수화기를 탁! 하고 내려놓더니 이번에는 책장 넘기는 소리가 날카롭게 허공을 가른다. 추운 겨울 새벽녘의 공기가 사무실의 적막보다 온기로울 듯하다. 미간에 깊이 파인 주름이야 자기 얼굴이니 상관할 바 아니지만 구겨질 대로 구겨진 사무실의 분위기는 웬만한 다림질로는 펴질 것 같지가 않다. '아이씨...!'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불씨는 바짝 메마른 자신의 몸을 화르르 태우기에 이른다. 그런 그를 그저 바라본다. 대낮, 사무실에서도 불멍을 할 수가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사무용 의자이지, 소파 아닙니다.

E동료는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 곧 잘 신발을 벗고 두 다리를 의자 위로 올려 양반다리 자세로 업무를 본다. 통화를 하는 그녀의 옆으로 민원인이 다가왔다. 그러나 그녀는 전화를 끊지도, 다리를 의자 밑으로 내리지도 않는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자 민원인의 얼굴에 서서히 먹구름이 서린다. 소나기를 뿌리기 전 급히 옆 동료가 나서서,

- 무슨 일로 오셨어요? 제가 혹시 도울 일이 있을까요?

일부러 큰 목소리로 E의 주의를 끌어보지만 E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다.


사람을 찾습니다.

- 대신 받았습니다. OO부서 ㅁㅁ입니다. 네, 담당 주무관이 잠깐 자리를 비웠습니다. 메모 남겨드릴까요?

주인 없는 전화벨이 울려 당겨 받고 보니 F의 자리가 비었다. 얼마 후의 시간이 지나자 다시 벨이 울렸고 F는 여전히 자리에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한번 전화를 대신 받았다. 생각해보니 그는 아까부터 보이지 않는다. 신데렐라는 밤 12시에 유리구두라도 흘리고 사라졌다지만 그는 대낮 2시에 옆 동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자리를 비웠다. 이번 주만 해도 벌써 세 번째이다. 그의 자리에서는 전화벨이 또 울리고 있다.


회사에서 업무를 잘 소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직장예절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만나면 서로에게 인사하는 것, 사적인 자리를 제외하고는 반말 등을 삼갈 것(형님, 누님, 오빠, 언니 또한 회사 내에서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자기감정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지 않을 것,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을 것, 자리를 오래 비우게 될 경우 주변에 양해를 구할 것 등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무례한 사람과는 함께 일하고 싶지가 않다. 나는 동료로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일까? 누구는 어떻대, 누구는 저떻대 하고 평가하기 전에 나 자신을 돌아보며 하루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 A부터 F는 제가 혹은 동료가 겪었던 인물들 중 한 명 이상 여러 명의 특징을 합쳐서 재구성 한 인물들입니다. 책의 제목은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이수은, 민음사, 2020. 에서 빌려왔고 대문 사진은 SNL 쿠팡플레이 캡쳐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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