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삶의 무대로 매일 컴백한다

나도 연예인!

by 달콤달달

올타임 레전드 이효리가 컴백했다. 댄스가수 유랑단이라는 제목을 달고 김완선, 보아, 화사와 함께. 이효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방송에 나와 툭툭 꺼낸 말들이 바로 다음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게 벌써 여러 번이다. 비-유재석과 함께 ‘싹쓰리’로 활동 당시 방송에서 떼인 돈 받으러 가는 센 언니 콘셉트로 여자 가수들이 뭉치면 재밌겠다고 이야기하며 엄정화-제시-화사를 언급, 실제로 환불원정대가 결성되었다. 이번 댄스가수 유랑단 역시 ‘서울체크인‘ 3화에서 여가수들을 소집해 방송했던 에피소드가 결실을 맺은 케이스. 그만큼 방송이 될 것 같은 소재를 발굴해 내는 안목이 있다는 거고, 그녀의 말들이 공중으로 흩어지지 않고 방송으로 만들어질 만큼 영향력도 있다는 말일 테다.


결혼 후 제주에 정착하여 소길댁으로 조용히 지내던 이효리가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집과 라이프 스타일을 공개했을 때 대중들은 열광했었다. 자신들이 기억하는 화려한 톱스타 이효리와 꾸미지 않아 수수한 일반인 이효리 사이의 간극이 이 프로그램의 주요한 인기 요인이 아니었을까? 이효리는 자신의 효용 가치가 여전히 쓸모 있음을 확인했을 것이다, 이후 ‘놀면뭐하니-서울체크인-캐나다체크인-댄스가수유랑단’ 까지 출연 빈도가 높아진 걸 보면. 수년간 방송에서 외떨어져있던 그녀가 ‘효리네 민박’을 기점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는 이유가 뭘까?


그동안 방송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억지로 외면해 봤으나 도저히 참아지지가 않아서? 잊히는 게 두려워 잊히지 않기 위해서? 일반인처럼 살아보려 했으나 본투비 톱스타 자질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었던 걸까? 단순히 경제적 이유는 아니리라, 그녀는 이효리니까. 어찌 됐든 무엇보다 그녀가 제주도 촌구석에서 다시 화려한 무대로 돌아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언제든 그녀를 열렬히 환영해 주는 대중들의 애정일 것이다. 비난할 의도는 아니다. 다만 일을 하고 싶으면 하고, 쉬고 싶으면 쉬는 연예인들이 그저 부러운 마음이랄까. 직장인인 나도 일을 하다가 재충전이 필요할 때, 내 마음대로 쉬었다가 다시 일하고 싶을 때 '컴백'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순간 연예계는 '컴백'이라는 편리한 제도를 만들어 냈다. 배우는 영화 한 편을 찍고 개봉에 맞추어 홍보활동을 하고, 영화가 상영관 스크린에서 내려올 쯤부터 다시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가수들은 또 어떤가. 앨범을 내고 잠깐(정말 잠깐이다) 활동을 하고 다시 앨범 준비라는 명목하에 그 모습을 감춘다. 아예 연예계 활동은 하지 않고 CF만 찍으면서 연예인 타이틀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중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킬 수만 있다면 이들의 컴백은 언제나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연예인들이 활동방법에 대해서 하루 8시간, 주 5일, 연가 21일처럼 정해진 지침은 없지만 대중들의 사랑과 지지를 양분 삼는 직업인만큼 휴식기를 가질 때에는 대중들을 충분히 납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처음 연예계에 발을 들이는 대다수는 일을 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먼 훗날 흑역사로 남을지언정 어떻게든 많은 프로그램(작품)에 참여하는 것도, 예능에 출연해 개인기를 선보이고 입담을 뽐내는 것도 모두 자신을 알리기 위한 고군분투 아니겠는가? 연예인들에게 인기는 생존과 직결되므로 일단 인지도를 높여 안정적인 수입 창출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이후에 톱스타 반열에 오르면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방패 삼아 자신들의 행보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일부 연예인 중에는 팬들이 이루어준 부를 바탕으로 작품(혹은 음반)을 고르고, 계속 고른다. 그러다 마땅한 작품이 없으면 오래도록 쉬기도 한다. 그런데 계속 쉰다. 단순히 차기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숨을 고르는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결혼과 함께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아예 은퇴를 한 것도 아니다.


최근 선예의 컴백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걸그룹으로 활동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원더걸스의 리더선예가 결혼하면서 그룹이 해체되었는데 아이를 낳고 10년 만에 '컴백'을 했다. 대중들은 선예를 반가워하면서도 일부는 거부감을 표했다. 결혼이라는 사적인 이유를 들어 그룹 활동에 영향을 주고 팬들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고했으면서 이제는 자기가 아쉬우니 다시 방송가로 되돌아온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회사와 동료들에게 이해받을 때 대중들의 이해는 필요치 않았던 그녀이다. 떠날 때 마음대로 떠나더니 돌아올 때도 어물쩍 마음대로 돌아온 그녀를 대중들이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 모양새이다. 선예는 이효리가 될 수 없었다.


연예인을 프리랜서 직장인으로 분류하기에는 짧은 기간 큰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대중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일반적인 직업과 구별된다. 세상에 또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휴식기와 활동기를 구분하며 일을 할 수 있을까?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에게도 휴직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사전 승인요청과 허가라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휴직의 사유마다 휴직할 수 있는 기간도 정해져 있다. 육아휴직처럼 청하면 반드시 허가해주어야 하는 경우라도 휴직 발령 공문이 시달되어야 비로소 휴직에 돌입할 수 있다. 퇴직을 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다시 돌아갈 수 없고 되돌아가고 싶다면 첫 단계인 입사시험부터 다시 치러야 할 것이다. 직업이란 그런 것이다. 월급이라는 일의 대가를 받는 대신 성실히 근무할 의무와 일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대중들의 사랑과 관심을, 그로 인한 경제적 풍요를 얻었다면 성실히 활동할 의무와 행동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연예계를 떠났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슬그머니 컴백하는 꼼수를 부리는 연예인들이 달갑지 않은 이유이다.


삶에도 ‘컴백’ 제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는 동안 아빠, 엄마 역할을 슬며시 내려놓았다가 아이가 철든 어른이 되면 다시 부모 자리로 컴백하고, 등허리에 짊어진 가장의 무게가 무거울 땐 잠시 훌훌 털어버렸다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말이다. 제사나 명절 때마다 며느리 휴식기를 가질 수 있다면 이혼율이 현저히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삶은 연속성을 지닌다. 부모 역할도, 가장의 무게도, 며느리의 고단함도 힘들다고,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마음대로 휴직할 수도, 그만둘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다. 하차벨이 없는 버스를 타고 무작정 달리는 기분이다. 지치고 울렁거린다.


물리적 휴식이 어렵다면 심리적 휴식이라도 가져야겠다. 하차벨 없는 버스라도 창문은 있겠지! 맛있는 한 끼 식사, 즐거운 며칠의 여행은 내일을 위한 휴식, 내년을 위한 준비이다.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우리들은 소소한 행복을 창문 삼아 숨을 고르고 매일매일 각자의 무대에 다시 오른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끼가 여기까지라 만인의 연예인이 될 수는 없겠지만 내 삶의 연예인이 되기에 우리 모두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휴식도 은퇴도 대역도 없이 삶이라는 무대에서 열연 중인 나에게 무한한 사랑과 환대를 보내는 바이다. 열렬한 응원과 지지를 받아 마땅하다. 나는 내 삶 속으로 매일 컴백한다.




* 사진출처: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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