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현장학습 도시락이 엄마의 준비물인 이유

일 하는 엄마나 전업 엄마나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by 달콤달달

- 포켓몬, 키티, 도라에몽... 그런 도시락은 아니지만 : http://omn.kr/1ylu6


[키즈노트 알림] 현장학습 준비물 : 끈 달린 물통, 물수건, 운동화, 자유복, 여분 마스크, 도시락, 도시락, 도시락, 도시…락???


아이가 올해 입학한 유치원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현장학습을 간다. 그리고 한 달의 마지막 현장학습에서는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학 오리엔테이션 자료에 안내되어 있었다. 3월엔 적응 기간이라서 현장학습을 두 번만 가면서 도시락 준비물이 없었는데 이번 주에는 도시락을 준비하라는 키즈노트 알림이 있었다. 물수건과 여분 마스크 등 준비물이 여럿 보였는데도 그중에서도 도. 시. 락. 이 세 글자가 유독 크게,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알고 맞는 매라고 아프지 않을쏜가. 도시락을 싸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서 도시락을 싸는 일이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요리를 못하고 손재주 없는 엄마는 아이가 손꼽아 기다리는 현장학습이 그렇게 반갑지 않다.(매주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로 나가주시는 선생님들의 노고는 당연히 감사한 마음 가득이다.)


메뉴부터 고민이다. 김밥 대신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소고기주먹밥이 좋을 것 같다. 아이의 편식을 핑계 삼아 가장 손이 덜 가는 음식을 고른 것이 아니냐고 누가 묻는 다면 한사코 맞는 말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김밥은 재료 준비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기 때문에 새벽부터 일어나 지지고 볶고 해야 하는데 아침잠이 많아 자신이 없었던 데다 전에도 김밥을 몇 번 시도했었지만 번번이 옆구리가 터지곤 했던 것이다. 비엔나소시지를 반찬으로 더해주면 아이가 만족할 만한 도시락이 완성될 것이다. 아차차, 과일! 아이는 샤인 머스켓을 좋아하건만 지금은 철이 아니란다. 꿩대신 닭이라고, 애플청포도를 샀는데 맛도 모양도 제법 닮았다.


<도시락 완성!>

직장어린이집에 다니던 2년 동안에는 도시락을 싸지 않았다. 코로나 여파도 있었지만 한 번씩 도시락을 준비해야 할 때에도 준비물은 늘 '빈 도시락 통'이었다. 어린이집 조리사 선생님의 수고로움이 직장맘들에게 꿀보다 달콤한 아침잠을 조금 더 잘 수 있는 배려였던 것이다. 도시락일 뿐인데, 엄마가 되어서 뭐 그리 힘들다고 투정을 하느냐고 타박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요즘 도시락은 그냥 도시락이 아닌 것이 문제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캐릭터를 도시락에 완벽하게 구현하는 현란한 솜씨를 지닌 엄마들이 많다. 아이가 다른 아이들의 도시락을 보며 '우와!' 하며 눈을 힐끗거리지는 않을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정성과 사랑에 있어서는 넘치게 담았으니 아이가 엄마의 마음을 느끼기에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이를 키우며 엄마 생각이 부쩍 많이 난다. 소풍 가는 날 잠에서 깨고 보면 소고기를 잔뜩 넣은 김밥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엄마는 소고기를 총총 썰어 밥에 버무려 김밥을 싸셨다. 김밥 단면에 알알히 박힌 소고기는 맛에서나 멋에서나 뒤지지 않는 일품 도시락이어서 소풍날 아이들은 앞다투어 내 김밥에 젓가락을 가져다 대곤 했다. 그걸 모르지 않는 엄마는 하나는 아이들 먹으라고 내어주고 하나는 오롯이 내가 먹을 수 있도록 항상 두 개의 도시락을 준비해 주셨더랬다. 엄마를 보고 배운대로 주먹밥과 과일을 넉넉히 쌌다. 오순도순 머리를 맞대고 도시락을 먹으며 우정도 쌓고 추억을 나눌 병아리 같이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아침 공기가 더욱 달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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