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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달달 May 03. 2022

포켓몬 빵을 어디서 샀다고?

남편이 포켓몬 빵을 당근마켓에서 사 왔다

- 그땐 없었는데... 2022년 포켓몬빵에는 이게 생겼습니다 :  http://omn.kr/1yoqw


남편에게서 사진이 전송되었다. 메시지 없이 사진만 달랑 보냈지만 의기양양한 태도를 읽을  있었다. 말로만 듣던 '포켓몬 '이다. 품절 대란이라는 포켓몬 빵을, 그것도 하나라면 몰라도  개를 어떻게 구한 거지? 궁금한 마음에 손가락이 바빠진다.

- 어떻게 구했어?

- ㅁㅁ동에 올라왔더라고.

처음에는 남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동네 편의점에 포켓몬 빵이 입고가 되면 알려주는 앱 같은 게 있나? 하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 당근마켓에서 15,000원 주고 샀어.

- 응??? 뭐라고????? 얼마에 샀다고???????

물음표의 갯수가 줄지 않고 점점 늘어날 때쯤, 남편이 한마디 보탰다.

- 원래 하나에 6,000-7,000원씩 파는데 나는 싸게 구한 거야.

'그렇구나, 3천 원이나 싸게 산 거구나. 잘했어.'라는 칭찬 담은 말은 입에서 차마 나오지 않았다. 포켓몬 빵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나 싶지만 사실 남편이 웃돈까지 얹어주면서 이 빵을 산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 아이가 원하니까, 아이가 먹어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북이......' 로 이어지는 포켓몬 노래를, 나도 모르는 그 노래를 아이는 언젠가부터 줄줄이 왼다. 그러면서 포켓몬 빵을 '나도 먹어보았으면' 하고 또 노래를 불렀다.(영화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의 눈빛을 외면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어릴 적에도 국진이빵, 포켓몬 빵을 먹어본 적이 없는 나는 사실 이 빵이 지금에 와서 왜 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지 솔직히 이해하지 못한다. 뭐든지 남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에는 더욱 외면하는 성격 탓일 수도 있고 호기심이 없는 기질을 타고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포켓몬 빵도 왕년에 먹어본 사람이 지금도 사는 게 아닐까? 그때는 한 푼 두 푼 용돈 모아 간식을 사 먹던 초등학생들이 지금은 엄마 눈치 보지 않고 자기 돈으로 얼마든지 포켓몬 빵을 살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테니 포켓몬 빵이 요즘 들어 다시 인기를 누리는 것은 그때의 어린이들이 지금 어른이 되어 만끽하는 '발칙한 사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나간 것은 늘 아련하고 그립다, 첫사랑이 그러하듯이. 최근 방영했던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도, 그전에 방영했던 <응답하라> 시리즈도 모두 찬란하게 빛이 났던 누군가의 한 때를 다시 비춰주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사랑과 호응을 얻어내는 것일 테다. 지금 돌아보면 '왜 저랬을까?' 싶은 시답잖은 고민들이 사느냐 죽느냐 보다 더 심각한 고민처럼 느껴졌던 때, 지금 찾아보면 촌스럽기 짝이 없는 패션인데 세상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며 거리를 활보하던 그때, 서툴렀을지언정 우리들의 청춘이 아름다웠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 소중한 시간들이 포켓몬 빵에 담겨 다시 우리 곁에 찾아왔으니, 사람들은 빵이 아니라 반짝였던 자기 자신을 기억하기 위해 포켓몬 빵을 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를 향해(향했던 때가 있었다고 믿고 싶다) '밤하늘의 별도 달도 따주겠다던' 남편의 마음이 지금은 온전히 아이에게로 향하는 중이다. 편의점을 열 군데를 돌아야 포켓몬 빵 하나를 구할 수 있다면 서른 군데를 돌아다녀야 할 시간과 발품이었으니 15,000원이면 싸게 산 걸로 치자. 코로나 초기, 마스크 대란이 떠올랐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코로나와 마스크의 시간들이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다. 머지않아 포켓몬 빵에 담긴 열망들도 다시금 추억이라는 시간 속으로 사그라져들 것이다. 어느 날엔가 편의점 진열장에서 닿지 않는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포켓몬 빵을 하나 보게 된다면 그때는 고민 없이 살 것이다. 물론 제 값을 주고 말이다.


빵은 누구나 아는 흔한 맛이었다. 초코빵 두 개는 아이가 먹고 치즈빵은 내가 먹었다. 빵을 다 먹기도 전 스티커를 달라며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는 아이를 보니 웃음이 났다. 1998년 포켓몬 빵 속에는 추억할만한 나의 어린 시절은 없었지만 2022년의 포켓몬 빵 속에 아이가 추억할 이야깃거리 하나가 담겼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만 속해 있던 포켓몬 빵이 '우리들의' 포켓몬 빵이 된 날이다.

<포켓몬 빵과 각각에서 나온 스티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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