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콤달달 Jul 11. 2023

이렇게 예쁠 줄 정말 몰랐지

둘째는 사랑이라더니

갓 구운 식빵이 아가 팔뚝 위에

매끈매끈

퐁신퐁신

보들보들

쫀득쫀득

빵 굽는 냄새보다 아가 냄새 더 고소할 걸

앙 깨물어볼까 식빵을 크게 한 입 베어 물듯이

앙 하고 아가가 울겠지

앙 귀여워

앙 다문 아가 입술도


사랑은 원래가 유치한 거다. 말도 안 되는 시(네, 시 맞아요?)가 줄줄 나온다. 둘째 팔뚝이 갓 구운 식빵으로 보이고 두 볼은 잘 익은 복숭아 처럼 보인다. 달콤한 아기 냄새가 코 끝 가득 차오른다. 뭐가 씌여도 단단히 씌였다. 하루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기만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 이 정도면 불치인데 평생 낫지 않아도 좋다. 첫째만으로도 충분할 거라는 건 순전히 착각이었다. 둘째가 이렇게 예쁜 줄도 모르고.


나의 달콤한 일상과 반대로 연일 가슴 아픈 소식을 접하고 있다. 친모, 친부에 의해 생을 살아보지도 못하고, 빛나는 순간을 누려보지 못하고, 무엇보다 사랑 한번 받지 못한 채 하늘 나라로 떠나야 했던 아가들. 관련 기사가 없는 날이 드물다. 부모자격증이란 게 있으면 좋겠다. 아기를 품고, 키우는 데에도 자격이 필요하다.


삼신할매요, 불임, 난임으로 힘들어 하는 좋은 예비 부모님들도 많잖아요. 왜 애먼 곳에 점지해서 애초에 없어도 좋을 슬픔을 만드시나요. 신이니까 알잖아요.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누가 좋은 부모인지 아닌지. 잘 좀 해주세요. 아무나 말고 부모의 마음을 갖춘, 선한 사람들에게만 아기 천사를 허락해주세요. 아무에게나 생명을 맡기는 거 그거 직무유기예요.


행복하다가 참담하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복잡한 마음이 든다. 에버랜드에 사는 자아언트 판다, 아이바오가 쌍둥이 아기 판다를 낳았다는데 태어나자마자 입에 물고 가슴으로 옮겨 안아주었다고 한다. 기본이 안 된 인간에게 짐승만도 못하다는 비유를 하곤한다. 동물에게 실례되는 말이라서 사과를 하고 싶은 심정이다. 인간과 비교되는 자체가 싫을 것 같아, 내가 동물이라면. 사람을 왜 검은머리 짐승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동물들도 자기 새끼는 품는다.


생과 사의 기사가 나란히 붙어있는 걸 보고있자니 마음이 번잡했다


원하지 않는 임신이었을지도 모른다. 낳는다고 해서 갑자기 모성애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무섭고 막막했을 수 있다. 그래도 조금만 지켜보면 좋았을 텐데. 아기가 웃을 때 세상이 얼마나 환해지는지, 아기가 옹알일 때 세상이 어떻게 노래가 되는지 며칠만 지나면 알았을 텐데. 힘든 세상에서 유일한 기쁨이 되어주었을지도 모르는데. 아니면, 정 키울 자신이 없었으면 기관에라도 맡기는 선택을 했으면 좋았을 일이다. 부모 손에서 크지 못하더라도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감사하며 살아갈 줄 아는 담대한 아이였을 수도 있지 않은가.


혹시 아기를 낳고 어떻게 지원 받아야 하는지 몰랐던 건 아닐까?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지안이 처한 상황이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고 할머니를 요양원에도 모실 수 있었는데 정작 지안 본인은 그걸 몰랐다. 가르쳐줄 만 한 어른도 주변에 없었다. 아이를 낳으면 병원에서 즉시 출생신고 하는 방법은 어떨까? 태어나자마자 아기를 사회 구성원으로 등록해서 시스템으로 보호받도록 하는 방식이 도입되면 좋을 것 같다, 분유나 기저귀 등 양육에 필요한 지원이 즉시 이루어지도록. 이름 등록은 추후에 하도록 하더라도.


알지도 못하는 아기의 죽음이 이토록 먹먹한 건 내가 엄마라서 일 것이다. 모든 성인 여자들이 엄마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타인의 불행에 이렇게까지 측은한 마음이 생기고, 아기들이 보호받는 세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며, 노키즈 존이 차별이라는 걸 알게 된 게 내가 엄마가 되어서 그런 거라면 그 경험이 참으로 귀하다.



작가의 이전글 자라는 아이들도 지키지 못하면서 아이를 낳으라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