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양동이의 변신

베트남 하노이 박린에서...

by 아이리스 H

에고~~ 쯧쯧쯧


참 가난했던 어린 시절

수도가 없는 집에서 여섯 식구가 살았다.

난 겨우 중학생이었고 동생들은

초등학생이었다. 옆집 쪽문을 열면

수도가 있었고, 물을 양동이 (바께스?)에

가득 담아 두세 번씩 물을 날라야 했던 그때가

기억의 저편에서 아련하게 떠올랐다.


여섯 식구의 물을 책임졌던 양동이에 대한

기억을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채 가난과

싸워야 했고, 맞벌이로 집을 비운 부모님을

대신하여 언니와 나는 양동이에 물을 채워

나르는 일을 사계절 해야만 했다.

힘도 없고 삐쩍 마른 언니와 나는 아마

그때 원더우먼이 아니었을까?


너무나 힘들었던 그때 그 시절


사글세에서 전세로 단독주택으로

조금씩 형편이 좋아졌지만 4남매 학비로

아버지와 엄마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 후 25평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끝내

32평 아파트로 옮기신 나의 아버지는

노후를 편안하게 살고 계신다.

그때 그 시절이 못내 미안했다고...


그러나 4남매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수돗물이 잘 나오는 내 집에서 잘 살고 있으니

어릴 적 가난이 마음속에 단단한 근육으로

자리 잡았음을 긴 세월이 지나고 알았다.

가난은 때로 불편하고 힘겹다.

잘 견디어 내면 훗날 나를 더 강하고

멋지게 만들 수도 있다.




어머나 세상에~~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베트남 하노이다.

오더를 받기 위해 타이빈에서 박장으로 갔다.

2시간 30분 거리를 달려가 일을 끝내고

박린으로 향했다. 맛난 동태탕으로 저녁을

먹고는 예쁜 카페를 검색했다.

퇴근길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꼬불꼬불 뒷골목으로 빙빙 돌린다.

예쁜 카페가 나올까?

오잉? 중국풍? 일본풍? 빈티지다.

베트남 콩카페 느낌이 물씬 나는 카페다.

고개 들어 위를 올려다보는 순간

오 마이 갓!!!

들어가는 입구에 빨간등이 인상적이다.

일단 차를 세우고 입구 쪽에 앉았다.


오호라~ 예쁜 카페?

컨츄리 하고 옛 물건들이 곳곳에 보인다.

오래된 티비장, 자전거, 전화기...

60년대~ 추억의 물건들이 즐비하다.

그중 나무 위 빨간등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빨간 양동이의 변신이었다.


어머나 세상에...


플라스틱 빨간색 물 양동이를

뒤집어 등을 달고 조르륵 나뭇가지사이에

걸어 둔 것이었다.

참신한 아이디어에 추억이 방울방울

남편에게도 말 못 했던 가난한 날의 추억을

주절주절 이야기하다 눈물 날 뻔했다.

따뜻한 박시우 한잔을 호로록 마셨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데로 그런 의미가...

2026년 1월 대롱대롱 나무 위에

거꾸로 매달려 등으로 변신한 빨간 양동이의

존재감이 축축했던 지난날을 뽀송하게

빛나게 해 주었다. 참 힘든 하루였는데...

양동이의 변신이 미소 짓게 한다.


베트남 박린 빈티지 카페에서

물양동이는 등이 되어 빛나고 있었다.

2026년 1월 박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