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국화포트
어느 날,
노란 국화는 검정 포트에 심겨
가볍게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아름다움을 한껏 발사하며 거실 중앙
테이블에 당당하게 입성했다.
겨우 한 달을 버티고는
조금씩 힘들어하더니
급기야 시들시들 풀이 죽고 말라갔다.
세탁실 구석으로 쫓겨난 국화포트는
그 후로 꽃과 줄기가 다 죽은 듯했다.
꼴까닭 숨 넘어가기 직전
119 구조대인양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잎사귀를 가위로 다듬고 영양제를 주었다.
그리고 지퍼백으로 포트를 감싸주었다.
보살핌, 관심, 사랑이 필요해 보였다.
반쪽은 죽고, 반쪽은 신기하게 살아났다.
반쪽을 정리했고, 살아남은 반쪽이에게
정성을 다했고 기다렸다. 무심하게 세탁실을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말을 걸었다.
괜찮니? 살만하니?
그러던 어느 날,
잎사귀에 생기가 돌았고 꽃망울까지
여러 개를 달고 새롭게 살아났음을 알렸다.
긴 출장을 마지고 돌아온 날 노란 꽃망울을
터트렸고 지퍼백에 담아놓은 물로 겨우
생명유지를 했는지 활짝 피어났다.
설마 설마 반쪽이가 꽃을 피우려나?
새해맞이는 반쪽이와 함께였다.
끙끙 낑낑 드디어 노란 국화꽃을 달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세탁실에서 다시
당당하게 거실 쪽 베란다로 포트를 옮겼다.
작은 화초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았다.
연초록잎사귀들 사이에 귀엽고 앙증맞고
쪼그마한 국화 두 송이를 피워 냈다.
반쪽을 잃고 반쪽이는 많이 힘들었을게다.
그럼에도 한 줌의 바람과 흙과 작은 포트에서
살아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꽃들이 수북하고 화려했던 때보다
죽을고비를 잘 이겨내고 살아나서
소박하게 꽃을 피워낸 반쪽이가 대견하다.
작은 포트 속에서 오늘도 숨 쉬고 있는
노란 국화꽃을 칭찬해 본다.
반쪽이 국화옆에서...삶을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