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국화빵

재래시장 가기

by 아이리스 H

요즘 집콕생활을 하다보니 하루가 느리게 가는 듯하다.


밖에 나갔다 오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는데 말이다. 오늘은 점심을 먹고 남동생네 부부와 함께 골프스크린에 나들이 갔다. 그런데 첫 홀부터 퍼팅이 잘 안된다. 괜찮다. 다음 홀에서 잘 치면 된다. 그런데 두 번째 홀도 내 맘대로 안된다. 이럴 땐 잘 치려 하는 것보다 즐겨야 한다.


다행히 아직 골프 초보들이라 내가 1등을 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다. 조만간 자리를 내어 줄 위기가 보인다. 정신 바짝 차리고 집중해야 한다. 그러다가 해저드에 퐁당 빠졌다. ABC에서 B를 빼면 AC ㅠㅠ 아이고 큰일 났다. 골프에서 양파 까면 마이너스다. 파3인데... 몸이 아직 안 풀렸다. 3홀까지 벅벅 기어간다.


남동생은 나이스 샷을 날리고 있다. 그러나 꼴찌 담당 올케가 승부수를 띄우려고 유틀리티를 잡고 야무지게 샷을 날린다. 갑자기 뻑! 하는 소리와 함께 으윽 으흐흑 신음소리 내며 의자에 앉았다. 아직 갈길이 먼데... 부상이다. 등과 옆구리가 아프단다. 쉬어가라 해놓고 대신 두 홀 정도를 동생과 번갈아 가며 쳐주었는데도 올케는 계속 아픈지 말이 없다. 손을 잡아보니 따뜻했다.

하지만 골프 치기를 중단하고 정형외과에 가보기로 했다.

'이게 뭔 일이냐?'


다니던 병원 말고 다른 병원을 검색해서 갔는데 엑스레이 결과상 특별한 이상이 나오지 않았고 물리치료를 받기로 했다. 난 병원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주변 동네 탐방을 나섰다. 알고 보니 이곳은 재래시장이 있는 곳이고 싱싱한 야채와 과일 그리고 생선 등을 살 수 있다. 아산에서는 나름 유명한 재래시장이었다. 처음 오는 곳이지만 낯설지 않았다.

온양온천 전통시장(아산)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시간을 때우기로 했는데 살짝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도넛이라도 살까? 두리번거리던 중 추억의 풀빵을 굽고 계신 아줌마를 만났다. 만들어 놓은 것은 없고 손님이 오면 그때 구워 주시나 보다. 소나기가 짧게 한차례 지나가고 파란 하늘은 뭉게구름이 두둥실 지나가고 있었다.


발길을 멈추고 추억의 풀빵 굽는 것을 사진 찍고 싶다고 말했다. 그냥 눈빛으로 승낙을 받았다. 주전자에서 조르르 쏟아지는 밀가루 반죽 물을 틀 안에 부었다. 잠시 후 팥앙금을 넣고 다시 반죽 물을 덮어 기다린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뾰족한 집게로 콕콕 쑤셔서 뒤집기를 하신다. 그리고 또 몇 분이 흐른 후 국화빵 한판이 아름답게 완성되었다.


통 크게 한판을 다 샀다. ㅎㅎ 동생네 그리고 내 것 저렴하니 다 사서 나눴다. 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올케의 전화가 왔다. 물리치료가 벌써 끝났다고 한다. 아쉽지만 추억의 따끈따끈 국화빵을 내 손안에 받아 들고 오는 길 발걸음도 가볍다. 횡단보도 앞 졸고 계시는 아줌마를 깨워 오랜만에 야구르트도 샀다.

추억의 풀빵은 어릴 적 간식으로 배고픔을 달래주었고, 야쿠르트는 울 아들들 키울 때 대문 앞 문고리에 걸어 두고 가시면 매일매일 먹었던 유산균이다.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정겨움이 폴폴 풍겨 났다. 골프스크린 치며 승부수를 내는 것보다 정겨운 시골의 재래시장 구경이 더 좋았던 하루다. 올케 덕분에...


다행스러운 건 올케의 갈비뼈도 등 날개도 옆구리도 특별한 이상 소견 없이 좀 쉬어가라는 신호로 나왔다는 거다. 올케와 나는 여고 선후배이다. 결혼 후 알게 되었지만 우연이 인연이 되었고 교사 출신이라 서로 공감대도 잘 맞고 심성도 착하다. 시누이와 올케 사이라기보다 친 자매 사이라 해도 믿을 만큼 친하다. 아프지 마라~


골프스크린에 가면 자매냐고? 쌍둥이냐고? 물어볼 만큼 닮아있다. ㅎㅎ사실 올케가 훨씬 어리고 예쁘지만 마스크로 반쯤 가려져 있어서 그런 오해를 받기도 했다. 여하튼 오늘은 국화빵으로 추억도 샀고 그나마 부상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아프긴 해도 국화빵을 받아들고 좋아라 하는 올케를 보니 웃음이 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따끈따끈 풀빵은 모양이 흐트러져 흐물흐물했지만 맛있다. 차가운 요구르트에 빨대 끼워서 먹으니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즐겁다. 가끔은 이런날도 있다.


난 10개나 먹었다. 요구르트도 2개나 홀릭하고 나니 벌써 집이다. 시원하게 소나기가 쏟아진다. 걱정 근심 다 사라지게 장대 같은 굵은 비가 내린다. 평화로움은 이런 건가 보다. 무슨 일이 날 것 같았지만 지나가는 거~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 재래시장에 가면 국화빵(풀빵)을 5개나 살 수 있다. ㅎㅎ


하노이 마담은 오늘도 천 원의 행복을 통 크게 쏘았다.

푸하하하~ 풀빵이 국화꽃처럼 활짝 피어나 내 입속에서 춤을 추고 내려갔다.

어린 시절 국화빵은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