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누구에게?

by 아이리스 H

너도 춥니? 나도 춥다.


베란다에서 식물들을 거실 책장 위로 옮겨왔다.


어느새 가을 찬바람이 느껴진다. 따스한 온기와 빛을 선사하는 조명으로 분위기를 잡아본다. 햇살 가득 눈부신 가을이지만 아침, 저녁 기온차가 있어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LED 조명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ㅎㅎ 가끔은 색다른 분위기를 만드느것도 삶의 활력소가 된다.


누가 볼까? 몰래 먹는 누가바

하나 입에 물고

가을밤 외로운 밤 편지를 쓴다.

누구에게?

사랑하는 남자에게

오잉?

남편 말고

다른 남자 ㅎㅎ

베트남 하노이에서

홀로서기하는 둘째 아들이다.

오늘이 생일이라서

부치지 못할 편지지에

오랜만에

손편지를 써보았다.

두장이나... 말려둔 낙엽은 보너스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우리 만날 수 있을까?


베트남에 있을 땐 한국이 그리웠고, 지금 한국에 있으니 베트남이 그립다. 아직도 철새가 되어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나그네의 삶을 살고 있다. 그리움이 낙엽처럼 켜켜이 쌓여가는 시간들... 소중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삶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놓는다.




먼저, 한국에 있는 큰아들은 인턴을 마치고, 취업을 했다. 월급 외에 성과급까지 받으며 회사의 초년생으로 당당하게 코 시국에 빛나는 삶을 살아가는 중이니 걱정이 없다. 몇 개월 전 만 해도 깜깜한 터널 속에서 빛을 찾아 헤맸고, 인생 속 미로 찾기를 하느라 진땀을 뺐다.


베트남에 있는 둘째 아들은

대학 졸업과 전역을 하고, 쉴 틈 없이 빠른 진로를 선택했다. 베트남에서 의류무역을 하는 남편회사에 합류했다. 그리고 코 시국이었지만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실현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호찌민에 환자가 속출했고, 하노이까지 파장이 일면서 셧다운이 되었다. 준비 중이던 옷가게는 물건 하나 제대로 팔아보지도 못한 채 문을 닫았다. 다행히 가게 안에 들였던 집기류를 헐값에 처분하고 집콕 생활에 들어갔다.


베트남 봉쇄조치는 심각했다.


대문 밖 출입은 마트만 가능해졌고, 완전 모든 것이 차단된 감옥살이가 시작되었다. 하루, 이틀, 사흘... 장기화되더니 2주, 아니 4주째가 되고... 아들은 많이 힘들어했다.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까지 했었다.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은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고, 우울감을 호소했다. "괜찮아, 아들아 지금 다들 힘든 시간들이야 바쁘고 힘겹게 일을 해야 하지만 상황이 그럴 수 없으니 좀 더 기다려보자."


위로의 말도 들리지 않을 듯 "엄마, 한국으로 그냥 돌아갈까? 꿈이고 뭐고... "흔들리는 마음이 말 한마디에 묻어났다. 작은아들의 위기다. 어둠이 잔뜩 드리워져 있었다.




빛과 어둠 사이에서 우리 부부는 결단을 해야 했다. 한국도 별반 차이가 없이 경제상황도, 취업도 힘든 상황이었다. 아직은 더 큰 그림을 그려도 될 만큼 젊은데 마냥 봉쇄조치로 젊음을 묶어놓기엔 베트남의 환경이 좋지 않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에서 숨만 쉬고 있기엔 청춘들의 시간이 아까웠다.


하지만 난 둘째 아들에게 특단의 조치를 내려주었다. 자식을 위한 부모의 마음은 더 아프다.


"아들아, 세상에 태어나 너 혼자만의 시간은 처음이지?


그동안 가족과 늘 함께 있었고, 친구가 곁에 있었으며, 군대 동기와 함께 있었지... 어쩔 수 없이 지금은 혼자 있어야 한다면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하듯이 너 혼자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을 터득했으면 좋겠다."


"사람은 어차피 이 세상에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거란 걸 엄마도 뒤늦게 알게 되었고, 지금 혼자만의 한국생활을 하고 있으며 형도 코로나 시국에 2년 넘게 혼자만의 생활을 해냈고, 아빠도 혼자서 회사를 운영하며 살고 있으니 이제 너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방황하는 시간이 필요한듯하구나"


선택은 온전히 네 몫이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한 번뿐인 인생이란 걸... 지금은 어둠의 그림자가 친구 되어 있지만 조금씩 한 줌의 햇살이 고맙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어느 순간 쨍하고 해 뜰 날이 오는 거라지만 사회초년생들이 처음 겪는 코 시국의 삶은 더더 힘겨웠을 듯하다.




작은아들이 많이 아프다고 ㅠㅠ 몸살감기가 심하고 두드러기까지 편도선도 부었다고... 남편의 전화가 왔다.

병원에 다녀왔다고... 면역성도 떨어졌고, 영양적으로도 균형 잡힌 식사도 하지 못했고, 배달도 차단되었던 상황이었으니 혼자서 끙끙 되었을게 불 보듯 뻔하다.


난 베트남 특별입국을 준비 중이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호텔 격리 8일 해야 하고, 두 남자를 위해 또 한 남자를 그리움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현실이다. 빛이 나는 삶을 살고 있는 큰아들보다 지금은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작은아들에게 달려가려 한다.


혼자는 외로워 둘이 되었고, 둘은 사랑으로 둘을 얻었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다.

함께 웃고 울며 지냈던 날들... 세월이 흐르니 다들 혼자의 삶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빛이 보이지 않지만 어둠이 계속되지는 않았다.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뜬다. 인생에도 빛나는 삶과 어두운 삶이 함께 있었다.

길고 길었던 코 시국의 시대가 지나가고 조금씩 모든 상황이 좋아지는 세상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가족은 힘이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주어야 한다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때로는 짐이 되기도 하고 귀찮고 챙겨주어야 할 대상이기도 해서 버겁고 힘들다. 그럼에도 삶의 에너지가 되고, 배터리가 되어준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기 전 난 그리움과 보고픔을 달래러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할 것이다. 5월에 꽃을 만나고 초록의 싱그러움을 만나 설레었고, 여름을 보내주고, 가을을 만나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감성에 젖었다. 또 겨울을 맞이 하며 헤어짐의 아쉬움과 만남이 기쁨을 알아가는 일이 삶의 수레바퀴인 것을...


너무나 귀여웠던 작은아들은 어느새 홀로서기를 하며 성장하고 있다. 엄마의 자리를 비어 두고 눈물 흘렸을 작은아들과 눈물을 삼키며 혼자서 아버지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남편 곁으로 찬바람이 불기 전 돌아가려 한다.나의 잔소리와 귀찮게 함이 그리웠나 보다...두남자 ㅎㅎ


아들아 아프지 마라 ~~

생일을 멀리서 축하한다.

청춘! 무조건 뜨거울 필요는 없다.

활활 타오르지 않아도 된다.

조금 늦어도 괜찮더라.

다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한걸음 한걸음 내딛다 보면

빛도 만날 수 있더라.

원래 멋진 작품은 인고의 시간이 긴 법이다.

차근차근 서두르지 말고 돌탑을 쌓아가듯

그렇게 살면 되는 거다.


가끔은 어둠이 나를 쉬게 한다. 긴 쉼표를 찍고 나면 차오르는 열정으로 다시 빛을 모을 수도 있단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고, 불행 속에서 행복을 알아가는 멋진 청춘의 삶을 응원한다. 파이팅!! 파이팅!!

20년 전 7살 꼬맹이(아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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