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일 날 이벤트!

행복은 만들어 가는 거?

by 아이리스 H

작은 아들의 생일이었다.

혼자 떨어져 있으면

행여 낙엽처럼 쓸쓸해질까?

서울행 KTX를 갑자기 탔다.

점심때를 놓쳐서 배가 고팠다.

역전에서 흑미 호두과자를 샀다.

서울역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간 곳은


어디일까?


위드 코로나를 시행했지만

환자가 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불안했지만 이런 날 여럿이 함께

지내는 게 좋을 듯하여

번개팅을 했다.

나를 위한 다이어트 한 끼로

늦은 점심을 대접해준 사람은 친언니다.


세상에 첫선을 보인 지

77일 된 따봉이네 집이다.

그곳에서 우연하게 이벤트를...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다.

누가? 아기가

손님 접대를 잘하네.

이모 할미가 되었다...ㅎㅎ

일단 배고픔을 달랬다.


코 시국에 아기를 낳고,

산후조리원에서 2주를 보내고,

집에서 방콕 하며 아기를 돌본 지

77일째라는 달력을 세워 두었다.

하루하루 넘기는 식으로 D-day를

기억하는 건가보다....

집안에 들어서자 입구에 커다란 유모차가

반긴다. 그리고 거실을 꽉 채운 아기용품들이

알록달록 모빌과 간이 아기침대와 접이식 의자,

그리고 커다란 아기 침대... 짐이 엄청 늘었다.

단출한 신혼살림이었는데

아기의 탄생으로

많은 것이 생겼다.


모유 수유용 노란 원피스를 입고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딸 같은 내 조카는

힘겨웠던 육아전쟁의

흔적으로

홀쭉해졌다.


뒤척 뒤척 따봉이가 눈을 떴다.

"따봉아, 안녕?"

"옹알옹알"

"나와보니 세상이 만만치 않지?"

"옹알옹알"

"아이고 이뻐라, 고생했네"

"옹알옹알" 씩 웃는다.


포동포동 소시지 팔뚝에

두 주먹 불끈 쥐고

첫 만남을 가졌다. ㅎㅎ

꼼지락꼼지락 발가락과

오동통한 꿀벅지

뽀쏭뽀쏭한 솜털에

향긋한 분 냄새가 너무 좋다.


귀요미 우주복까지 ㅎㅎ

이걸 어쩌나?

타임머신 타고

어릴 적 아들을 키웠던

과거 속으로

쑹쑹쑹~ 날아갔다.


주먹 안에 내 손가락을

넣었다. 꼭 잡는다(파악 반사)

발바닥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한 줄을 획 그었더니

발가락을 쫙~편다.

(바빈스키 반사)

ㅎㅎ살살

만져본다.


물건을 들고 오른쪽, 왼쪽

눈동자가 따라온다.

그리고 위아래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도 돌린다.

이런저런 반응과 반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따봉이에게 풍덩 빠졌다.


잠시 후 , 졸린지 캥캥거린다.

익숙해진 엄마는 아기를 재운다.

그리고 신나는 수다 삼매경

ㅎㅎ 오랜만이다.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엄마 되기 힘드네 ㅎㅎ"



가을이 너무 이쁘다.

거실 뷰가 가을 산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다행스럽게 거실에서 보는

북한산 자락이

단풍 들어 오색빛이다.

우~~~~ 아


천안 호두과자와 커피 한잔의 여유는

금세 지나갔다. 아기가 깨어났고, 나는

아기와 눈 마주침을 하며

사진도 찍고, 옹알이도 받아준다.

가까운 아기 옷 매장으로 쇼핑을 갔다.

아기도 콧바람 씌워주기로 했다.

2021년 11월 3일 따봉이

아기띠를 하고

꽁꽁 싸매고 덮어서

세상 밖으로 나가기

도전!!

어머나 세상에

너무 예쁘고 귀엽다.

아들 같은 딸이다.ㅎㅎ


할미 된 기념으로 통 크게

아기 옷과 내복을 사주었다.

겨우 두벌에 머리띠를 샀는데

어머나 세상에... 비싸다. 비싸

오가닉 이라며 ㅠㅠ

머리띠가 2만 원대다.

아들 같은 딸을 위한

최고의 선물은 리본 머리띠


28년 전 상품으로 받은 유모차

임신 중 편지글을 써서

라디오(여성시대)에 보냈다.

글이 방송되었고

유모차를 선물로 받아서 두 아들을 키웠다.

보라색 아아치형 덮개가 있는 예쁜 유모차였다.


요즘 유모차는 백만 원도 훨씬 넘는다고 한다.

공짜로 얻은 유모 차속

큰아들은 회사원이 되었고,

유모차를 짚고 서있던 꼬맹이는

바로 따봉이 엄마가 되었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더니...

어느새 어른이 되어있다.

두 아이를 키우고 난 후

깨끗하게 세탁하여 소아과 근처에 내놓았다.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깨끗하고 튼튼합니다"

무료로 드림했었다. 어느 날 길가에서

나의 유모 차속에 모르는 아기가 새근새근

잠든 모습을 보고 흐뭇했었다.


아기 옷은 잠시 입는 것이고 금방 큰다

작게 만들고 좋은 면과 재질이라지만

너무 비싼 것 같았다.


폼나게 쏘긴 했는데 씁쓸했다.

따봉 이를 위해 쓰는 돈이 아까운 게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형편의 엄마 아빠를 위해 서라도

좀 저렴하고도 좋은 제품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중한 내 아이를 위해서

좋은 것을 주려 하지만

아기는 사실

좋은 옷보다 엄마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애정관계의 확인을 위한 스킨십이

필요하다.


눈 마주침과 옹알이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과

생리적인 것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유수유 룰 강조한다.

귀찮고 힘들지만 최소 백일까지만이라도

모유수유를 권장한다.


애착 시기이며 욕구 충족의

소중하고 귀한 시기이다.

나도 두 아들 다 모유수유를 했다.

고액과외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

지금도 생각한다.


옷을 사들고 오다가 작은 꼬마 케이크를 샀다.

액세서리도 샀다. 귀걸이와 브럿치

소소하고 잔잔한 나를 위한 셀프 선물이다.


77일 아기는 꼬까옷 선물

아기 낳고 키우느라 애쓴 엄마는 머리핀,

아들 생일날 엄마는 귀걸이,

할머니가 되어 함께 육아를 돕는 언니를 위한

브럿치까지 저렴하지만 작은 선물로

따봉이 포함

여자 넷은 즐거운 이벤트를 가졌다.

맛난 저녁

저녁은 이쁜 따봉이 엄마가 한턱 쏜다.

내가 좋아하는 초밥에 가락국수에 회덮밥이다.

주거니 받거니 사랑이 넘친다.

하트초에 불을 붙이고

베트남에 있는 아들에게

페이스톡을 해서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러주었다.


혼자 있던 아들은

깜짝 이벤트에

감동을...

우리도 즐겁고

덕분에 따봉이도 인사하고

언니도, 조카도

오랜만에 육아전쟁을 치르며

힘겨웠던 스트레스를

날려 보냈다.


벳남 아들의 기분도 굿~

아이리스의 기분도 짱~

따봉이의 기분도 헤쭉~

언니의 기분도 띵호아~

아기 엄마의 기분도 업업~


행복은 만들어 가는 거다.


아기보기는 너무 힘들다.

그래도 행복하다.

아기의 예쁜 발을 내 두 손에

담았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77일의 기적이다.

77일 된 아가의 발

1년 후, 2년 후 다봉이는

예쁘고 사랑스럽게 자라겠지...

그리고 기억에도 없는

이 사진들을 고마워할 것이다.


갑자기 서울 가길 참 잘했다.

나의 예쁜 조카의 건강과

따봉이의 건강을 함께 빈다.

애쓰고 있는 언니의

얼굴에도 힘든 꽃이 아니라

행복한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사진 속 따봉이가 말한다.

옹알옹알 내 마음 알죠?

똘망똘망 아기

눈빛이 벌써 보고 싶다.


**2018년 7월 7일 결혼하여 77일 된 아가와 행복하게 살고 있답니다.**

**11월6일 브런치 입성 1주년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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