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 몰랐다. 아들이어도... "
여행 셋째 날, 아들과 엄마는 각자 다른 길을 택했다. 아들은 친구가 있는 부산으로 나는 언니가 있는 서울로 가기로 했다. 싸운 거 아니고 타협한 거다. 첫 휴가라 아들에게 자유를 준 것이고 엄마도 자유부인이 된 거다. 함께 여행 와서 따로 가는 건 처음이다. ㅎㅎ 이럴 수도 있다.
마음은 그런 거야~
하늘도 우리가 헤어질 줄 알고 있었는지? 빗님이 새벽부터 구름을 동반하고 내렸다. 잔뜩 흐린 날씨 속에서도 부지런한 뱃사공들은 바다에 하얀 선을 그으며 오고 가고 있었다. 물안개가 자욱한 바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집들이 조용히 아침을 연다. 아침 조식 패스하고 늦잠 모드로 이불속에서 게으름을 피워본다.
하루 더 이곳에서 놀다가 갈 생각이다. 원피스를 가져왔는데 입을까? 살짝 춥다. 니트조끼를 입을까? 그건 너무 더울 듯하다.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다가 파란 줄무늬 롱 셔츠를 택했다. 아들이 부산 가고 통영댁과 둘이서 오붓하게 오늘은 분위 좋은 카페에 가기로 했다.
통영하면 생각나는 곳(동피랑, 서피랑, 루지, 보트...)을 피해서 사람 없고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 더 재미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지만 운치 있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테이크 아웃해서 차에 두고 홀짝 거리며 마셨다. 따스한 온기가 서늘해진 마음을 적정온도로 유지시켜 주었다.
빗방울이 거세지 않아 손우산을 쓰고
청마문학관에 들렀다. 우리 둘 뿐이다.
이곳은 청마 유치환 시인의 문학관이다.
깃발, 행복, 그리움, 바위... 등의 유명 시가 있었다. 그분을 기리며 이곳에 와있다.
날씨 탓인가? 마음이 울적하다. 행복이란 시의 첫 구절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으로 시작되는 아름다운 시를 외웠던 여고생은 어느덧 50대 갱년기 소녀가 되어 이곳에 서 있다.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로 끝나는 시이다.
마음은 그런 거야~
시를 읽으며 애틋함과 애절함이 마음속을 온통 헤집어 놓았다. 내 안에 유치환 시인의 시어들이 꿈틀꿈틀 살아나 말해 주는 듯 생생 했다. 아마도 이런 느낌과 마음 때문에 기념관이나 문학관을 찾게 되는 건가 보다... 생가를 재현하여 놓은 곳으로 발길을 옮겨갔다.
집필했던 방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오래된 가구와 앉은뱅이책상뿐이다. 옛 부엌을 실감 나게 꾸며놓았다. 초가지붕도 오랜만에 보니 새로웠다. 고추와 가지를 뜰에 심어두었고 초가지붕을 올려 새 단장했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여러 척의 배들이 들고나고 바다내음이 났다.
통영댁과 나는 잠시 유치환 시인의 시를 감상하고 마음을 잠시 이곳에 내려놓았다.
기분도 꿀꿀하고 이럴 땐 맛있는 것 먹어줘야 당 충전이 된다. 흐렸던 날씨도 조금씩 개이고 있었다.
뭘 먹을까? 조식을 패스하고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한참을 달려갔다. 토담집이다. 생선구이 냄새와 연기가 자욱했다. 고등어는 내가 좋아하는 생선이다. 우리는 먹는 것도 잘 통했다.
산채비빔밥 정식(통영 토담집)
상차림이 시작되었다. 어머나! 세상에 진수성찬이다. 계속 나온다. 사진을 찍고도 미역국과 된장 그리고 더더 나왔다. 후한 접대를 받았다. 그래 이 정도는 먹어줘야 기분도 마음도 몸도 튼튼해질 거다. 아들의 빈자리가 티 안 나고 더더 즐겁다. ㅎㅎ배고픔을 채우고 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하늘도 먹구름을 내보내는 중이고 내 마음도 흐림 속 맑음 유지 중이다.
마음은 그런 거야~
카페가 인사를 하며 반긴다. 안녕, 네르하? ㅎㅎ. 따뜻한 페퍼민트 한잔과 달달한 마키아또 한잔을 시키고 카페를 탐색한다. 3층 옥상 후들후들 유리벽을 만났다. 그러나 한번 용기를 내어 사진을 찍어보리라! 마음이 강해졌다. 이곳저곳 카페를 편안하고 멋지게 꾸며놓았다. 넓은 바다와 하늘은 오는 이들을 품어 주었다.
딸 셋 엄마는 딸 키운 이야기를... 아들 둘 엄마는 아들 키운 이야기를 ㅎㅎ밤을 새워도 모자랄 판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ㅎㅎ'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우리는 이미 정해진 운명 속에서 30여 년을 살아냈으니 대단한 어머니인 것을 ㅎㅎ수다는 하늘이 먹구름이 파란 하늘로 변심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2박 3일의 통영에서의 여행은 참 즐겁고 행복했다. 큰아들과 첫 여행도 잘 마무리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던 통영댁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지금 나는 내 마음과 대화 중이다.
마음은 그런 거야~ 얼르고 달래고 살펴서 맑음을 유지하는 거... 그게 바로 나.
바다야~~ 안녕~~~어데가노? 서울 간다~~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