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첫째 날
사춘기보다 무섭다는 갱년기를 아십니까?
딸로 ,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주부로, 직장인으로.. 1인 다역. 참 많이 애쓰고 수고했으니 코로나와 함께 멋진 가을날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갱년기 우울감은 함께 공감해주는 친구가 최고 더이다.
자~출발!
동갑내기 친구 4명은 용평스키장 리조트로 케이블카를 타러 가기로 했다. 추석을 지내고, 연휴를 맞아 떠나는 달콤한 여행... 설렘에 잠을 설치고, 급 처방받은 약을 먹고, 운전대를 잡은 친구와 맛있는 옥수수를 쪄온 친구와 타국 살이 중 한국에 온 나랑 양평에서 전원 살이 중인 친구 모임이다.
바람 따라 강물 따라 고고~ 파란 하늘에 흰구름도 따라오고 하하호호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막히고 또 막히는 길을 따라 3시간 만에 겨우 양평에 도착했다.
드디어 친구 4명은 오랜만에 만났다. 배꼽시계는 점심 알람을 울리고, 차 안에서 옥수수로 허기를 달래며 우리는'메밀꽃 필 무렵 '그곳으로 달려갔다. 아뿔싸! 주차장부터 식당 앞까지 줄을 섰다. 코 시국이 무색하다. 정작 메밀꽃밭은 꽃이 졌다."야! 여기, 아니야 가자!"
우리는 두 번째 검색지로 갔다. 에고! 여기도 인산인해 아니야 세 번째 검색지로... 헐~ 손님을 받을 수 없단다. 오늘 점심은 강제 금식? 앙대용ㅠㅠ갱년기 아줌마들 뿔났다 씩씩 여행 첫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고 길에서 헤매고 다닌다.
용평 가기 전, 창자가 꼬일듯하다. 용평으로 가기 전 마지막 휴게소에 들렀다. 2명씩 가림막을 하고서 초스피드로 음식을 접수하고 황태해장국과 비빔밥 그리고 소고기국밥으로 끼니를 겨우 해결했다. 주린 배를 채우느라 서로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조용했다. 하하하
냠냠, 쩝쩝, 쓰읍 금강산도 식후경
흐릿했던 시야가 또렷해졌다.
자동차도 배가 고프단다. 주유를 하기 위해 줄을 섰다. 주유기계 2번 친구 2명이 내렸다. 셀프주유다. 그런데... 갑자기 방송한다. 엥??
2번 주유 6만 원
2번 주유 6만 원
2번 주유 6만 원
어쩌라는 거지?
빨간 티를 입은 아저씨 두 명이 달려온다. 무슨 일인고? 연휴기간 손님이 많아 2만 원만 주유하란다. 6만 원 주유를 강제 진압당하는 두 친구 하하하 그 와중에 친구는"만원만 더..."
양보하란다. NO를 외친다. 이럴 수가...방송을 듣지 못한 친구들 차 안에서 놀란 나와 친구 ㅎㅎ일단 2만 원으로 허기를 채운 자동차를 몰고 나오며 어이없이 하하하 웃고 말았다.
용평리조트에 도착하여 짐 풀고 조금 쉬었다가 케이블카 타러 갔다. 후문으로 나가야 했는데 정문으로 나가 빙빙 돌았다. 인생도 빙빙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도 걷지 않는 길에 우리만 걷고 있다. 묻고 물어 가보니...어머나? 세상에? 줄을 서서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갱년기 아줌마들 짜증 제대로다. 내일 아침 일찍 타자! 결정하는데 3초도 안 걸림 패스!! 패스다. 아까운 시간을 여기서 보낼 순 없다. 게다가 아무리 위드 코로나라 해도 사람이 밀집되어 있는 곳은 위험하다.
이왕 나온 거 신나게 사진이나 찍자. 풀밭으로 분수대로 포토존을 찾아 하하하 뭣이 중한데...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재밌게 사진 찍으며 모델놀이를 한다. 이것도 쉽지 않네 호호호.
숙소로 돌아오는 길 원할머니보쌈 3세트를 사 왔다. 12만 원을 풀었다. ㅎㅎ먹는 것에 진심이다. 푸짐한 저녁상으로 위로받으며 맥주 한잔 캬~~ 하루의 피로가 싸악 달아난다. 티브이를 켜고 수다타임을... 갱년기 아줌마들은 편함을 추구한다. 귀찮고 복잡하고 번거로움은 가라.
버겁고 힘들고 쫓기며 살아온 삶에 오래간만에 쉼표를 찍었다. 위로는 부모세대, 아래로는 자녀세대, 우리는 낀세대 좌충우돌 인생길에 손이 많이 간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는 함께여서 서로를 위로하고 힘이 되어 살아왔다. 산책도 패스하고 편안하게 널브러져 누웠다.
내일은 진짜 좋은 날을 보내리라.... 벌써 해가 지고 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20대 젊은 날을 이야기할 수 있고 그땐 그랬었지... 공감하며 50대를 살아가는 이야기로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사춘기 자녀들을 잘 길러낸
무서울 게 없는 우리는 갱년기다.
미움받을 용기도 생겼다.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는 법도 알고 있다. 여행은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