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거제도 바람의 언덕

by 아이리스 H

시를 떠나 통영에서의 첫날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몬처럼 새콤 달콤한 여행에 신바람 난 아들은 깨우지도 않았는데 일어나 씻는다.

리 준비된 호텔 조식에 진심으로 예의를 지키는 중이란다.

도가 아니고 잔잔한 물결이 커튼을 여니 한눈에 보였다. 이것이 바로 오션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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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테라스에서 보이는 통영의 밤 야경과 아침 풍경이다.(2021년 9월 9일)


직히 살아오면서 여행을 자주 했지만 늘 남편과 내가 대장이 되었다.

면을 먹어도 즐겁고 행복했던 가족여행이 떠올랐다.

시하게 텐트 치고 놀아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도마 위에 소시지와 고기를 잘라 굽고 쌈 싸 먹던 때가 그립다.


이번 여행은 아들에게 온전히 맡겼다. 나의 생각이나 방법을 말해주기보다는 그저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따라가 보기로 했다. 늘 따라다니기만 했던 아들은 표를 예매하고, 음료수를 사고, 택시를 타며 이런저런 여행의 안내자가 되었다. 짐도 들고 엄마를 보호하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아들 키운 맛 제대로 즐겨보기 위한 코스였다고 나 할까? 어른이 된다는 건 모든 걸 결정하고 책임져야 함을 알아가는 거란 걸 여행을 통해 말해주고 싶었다. 아들은 엄마의 취향과 식성도 잘 알고 있었다. 늘 주는 데로 불평 없이 잘 먹고 잘 자라 주어 고마웠다. 아들이 하자는 데로 해보니 쉽지만은 않았다.ㅎㅎ


호텔 조식도 즐겨줘야 여행의 묘미란다. 어젯밤 와인바와 칵테일을 즐기자고 했는데 패스시키고 쉬었다. 아들은 혼자서 즐기러 갔다 왔다. 나보다 아들이 더 신났다. 우리는 일찍 호텔 조식을 먹고 다시 올라와 아들은 쪽잠을 즐기고 나는 화장을 하고 가방을 챙겼다.




여행이란?


싸고 또 싸고 짐 챙기는 놀이다.

찍고 또 찍고 포즈 잡는 놀이다.

먹고 또 먹고 신나는 놀이다.

자고 또 자고 잠자는 놀이다.

벗고 입고 인형 놀이다.


자연과 교감하며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놀이다. 코 시국에 마스크를 벗고 쓰고 가면 놀이다.

가는 곳마다 인증숏 날리며 내가 누군지? 밝혀내는 놀이다.


통영댁의 최고의 서비스는 안전한 운전과 재밌고 유쾌한 입담으로 아들과 나는 하하호호 신나는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다. 인생은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만나며 사는 게 재산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것은 누구나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다.


누군가의 도움도 받고, 때로는 도움도 주며 그리 사는 것 프라이빗한 삶을 위해 가끔은 손해 보는 듯 베풀고 가끔은 접대를 받아도 미안해하지 않으며 공생하는 삶이라면 행복할 것이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다 길을 놓쳐도 남는 건 시간뿐이니 화낼 필요 없음을 알았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삶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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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바람의 언덕에 도착했다. 가을 하늘은 바람에 따라 변하고 있었다. 아들은 바다에서 가까운 곳까지 내려갔다. 겁쟁이 엄마는" 아들아 그만 멈춰~ 소리친다. 위험해" 아들은 두 팔을 벌려 바람을 맞이했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바람결에 출렁거렸다.


저 멀리 풍차가 이국적이다. 한국의 나폴리라더니 그곳보다 더 멋지다. 이탈리아 여행 중 나폴리에 갔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기억 속 나폴리는 비 구경만 했었다. 그러나 오늘 내 인생 최고의 날처럼 멋진 광경을 눈에 담았다. 마음속에 저장하고 올라간 길을 내려왔다.


통영으로 돌아와 볼락 매운탕을 먹었다.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다.

아들은 둘째 날 더 멋진 바다 뷰가 보이는 스탠포드 호텔에 숙소를 잡았다. ㅎㅎ 제법이다. 알바의 달인인 아들은 짠돌이다. 늘 용돈이 부족하다며 SOS를 쳤다. 난 그럴 때마다 짠돌이 엄마가 되었고 잔소리 대마왕이 되어 돈을 아껴 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행경비를 넉넉하게 잡고 여유롭게 돈을 쓰고 있었다. 짠돌이 엄마와 아들은 오늘 쿨하게 즐기기로 했다. 하늘처럼 넓은 마음과 바람 같은 시간들을 소중하게 추억하는 법 애쓰고 수고한 자신을 위해 돈 쓸 줄도 알고, 방전된 마음에 행복을 풀 충전 하여 열심히 돈도 벌어야 한다는 것을...

KakaoTalk_20210913_201203957.jpg 통영 스탠포드 호텔

침대에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오션뷰에 취해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이런... 내 머릿속에서는 멋진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고 은은한 조명 아래 글을 쓰면 좋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리고 루프탑에 마련된 수영장은 한려수도가 보이며 하늘과 바다가 아름다웠지만 고소공포증과 유리벽은 겁쟁이에게 무용지물이란 걸... 아깝다. 멀리서 사진만 찍었다는...


지하 편의점에서 참깨라면과 바나나우유 그리고 포테이토를 야식을 먹었는데 꿀맛이다. 우야꼬?

둘째 날은 그렇게 깊어갔다. 폭신한 침대에서 꿀잠을 잤다. 내일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