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팅? 설렘

두근두근...

by 아이리스 H

햇살이 눈부신 가을날,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파란 하늘의 구름처럼 내발이 둥둥 떠있다. 누구 만나러 어디 가는데? 이런 기분일까? 뭘? 입고 갈까? 샬랄라 원피스? 청바지에 티셔츠 캐주얼룩? 아니 평범하게? 고민 끝에 블랙& 화이트로 심플하게 입고 가기로 했다. 두근두근 떨린다. 첫 미팅이라 설렘 만땅이다.


모자도 쓸까? 설레는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모자도 눌러썼다.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김 작가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브런치를 통해 김 작가님을 알게 되었고, 나는 천명이 넘는 구독자 중 한 명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내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하며 댓글을 달아주셨다. 직접 만남을 갖기는 처음이다.


귀국 후, 바쁜 일처리를 끝내고 만나려 했지만 용기가 부족했고 쑥스럽고 어색해서 차일피일 미루었다. 좀 더 글이 모아지고 자신감이 충전되면... 하지만 망설임도 잠시 용기 있게 만남을 원한다고 전했다. 행여 거절을 할지도 모르니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내고 기다렸다.

5...

4...

3...

2...

1....

와우~오홀 오케이! 답장이다.

코시국이니 편안하게 집으로 오라하신다.

이럴 수가... 그저 브런치 속 작가와 구독자일 뿐 아는 게 없는데...

첫 문자에 마음문을 활짝 열어 흔쾌히 만남을 허락해주신 김 작가님이시다.




10월 연휴가 시작되는 날,


꽃을 살까? 커피잔을 살까? 스카프를 살까? 이런저런 고민만 하다가 빈손으로 서울역에 도착했다. 이젠 더 이상 망설일 시간적 여유도 없다. 서울역 꽃집 앞을 서성거리다 멀티숍에 들렀다.


첫눈에 뜨인 수제 작품 커피 스푼을 구매했다. 꽃이 피어나는 나뭇가지를 형상화한 동수저다. 그리고 호두과자 옆에 누워있는 보리가루 찰보리빵 한 상자를 급구했다. 어설픈 선물을 들고 가려니 발걸음이 좀 무겁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의 택시가 내 차례가 되었다. 주소를 목청껏 말해도 네비도 택시 기사분도 못 알아듣는다. 그나마 내가 살던 동네라 우여곡절 끝에 작가님 동네 어귀에 내려주고 가셨다. 오늘 만남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택시 타기 전 설렘은 택시에서 내린 후 급 피로감으로 내 마음을 흔들었다.


이제라도 미팅을 포기할까? 괜한 만남을 갖는 건 아닐까? 부정의 마음이 내 마음속에 돌멩이를 자꾸 던진다.


약속시간이 야속하게 지나갔다. 여기는 어디인고? 길도 모르겠고 김 작가님께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짠~~~ 하고 멋지게 만남을 가지려 했는데... 목소리 미팅을 먼저 가졌다. 반갑게 전화를 받으신다. 차근차근 길을 설명하시고는 한걸음에 마중 나오신 작가님을 골목길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ㅎㅎ




솔솔 불던 바람은 어디 갔을까?


어허!! 등에서 땀이 나고 너무나 미안하고 송구스럽다. 헤매지 않게 마중 나오신 작가님의 민폐 구독자가 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택시 기사님을 핑계 대며 길을 헤매고 있었다. 그때였다.


선글라스에 마스크에 모자까지 완전무장한 작가님을 나는 한눈에 알아보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텔레파시가? 통했다.저 멀리서 나를 향해 오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후광을 두른 듯 나에게만 보이는 김 작가님에게 미안한 마음에 한 손을 번쩍 들어 흔들며


"작가님, 여기요. 아이리스예요" 반가움과 필이 충만한 첫 미팅은 골목길에서 우연처럼 이루어지고 작가님을 따라 집으로 따라가는길 한걸음 한걸음 행복한 곳으로 ...들어섰다.


처음 와본곳, 낯설고 어색해야 정상인데 어디에서 본듯한 글 속 풍경들이 비디오처럼 생생하게 펼쳐졌다. 생중계하는 것처럼 내 눈에 들어왔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과 함께 편안한 마음이 나를 소파로 인도했다. 식탁에 꽂아둔 장미꽃이 나를 격하게 반겨주었다. 솔솔 가을바람 대신 선풍기를 틀어 땀을 날렸다.


쑥 인절미에 콩가루를 묻혀 정성껏 내오셨고, 보라색 탱글탱글 포도와 시원한 배를 조각내어 따스한 커피 한잔과 푸짐한 다과상을 준비해 주셨다. 글 속에서는 들을 수 없는 김 작가님의 목소리는 낭랑하고 활기차서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단아하시고 깔끔한 인상이 눈에 들어왔다.



진실된 글과 진심은 통한다.


거실 앞마당엔 글 속 풍경이 그대로 묻어났고, 소파며 식탁도...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 생생해서 웃고 또 웃었다. 첫 미팅 아니고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모든 게 친근했다. 작가님의 남편분은 우리의 만남을 위해 외출을 해주셨단다. 이런 배려를... 감동이다.


중국의 우롱차를 우려내어 놓으신다.

KakaoTalk_20211005_185240871_02.jpg 꽃무늬가 아름다운 차 세트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귀하게 대접해 주신다. 구수하고 쌉쌀한 차 한잔의 목 넘김이 따스하게 전해진다. 오길 참 잘했다. 내 마음속에 앙금 되었던 모든 것들이 녹아든다. 마음이 잘 통하고 눈빛도 너무 좋으시다. 비문(눈에 생기는 병명)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난 늦기 전에 찾아뵈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상태는 양호했고 무척 밝은 표정이셨다. 참으로 다행이다.


거실 앞 뜰에 나란히 돌로 조각한 오리 두 마리가 있고... 키우던 강아지와의 추억을 고스란히 묻어두었다. 나무와 꽃들이 그리고 작은 텃밭에 고추가 주렁주렁 여기는 정녕 서울 한복판이 아닌 듯했다. 2층 서재실을 지나 옥상을 가보니 진솔한 이야기들이 더 생생하고 잔잔하게 작가님의 일상을 비추고 있었다.


쌍무지개가 떴다는 그곳, 옥상에서 잠시 넋을 잃고 서울구경을 했다.가을 바람이 분다.

탁 트인 전망과 진 분홍빛 채송화가 활짝 웃는다. 보기만 해도 힐링이다. 아~참 좋다.

KakaoTalk_20211005_185126022.jpg 김 작가님의 옥상에서...

항아리 속에서 작가님의 글 속 정겨움이 전율을 타고 흐른다. 오래된 항아리가 한국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듯 오랜 세월 글쟁이로 살아온 김 작가님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었다. 김 작가님과의 첫 미팅은 바람을 가르고 날아간 화살촉처럼 빨리 지나갔다. 더 머물고 싶은 공간이었지만 책 한 권을 선물 받고 아쉽게 헤어졌다.


처음 만났던 골목길의 숨결이 아직 따스하다. 채 온기가 식지 않은 듯... 그 길을 걸어 내려오며 감사했다.


'여기까지 잘 왔구나! 아이리스'

토닥토닥 햇살이 내 등을 두드려준다. 언제든 또 오라던 작가님의 한마디가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언제쯤 나도 작가님처럼 편안하게 구독자이며 작가님들을 초대하며 살 수 있을까?


멋진 가을날 추억하나 선물해주신 김 작가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좀 더 열심히 글을 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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