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미와 베짱이
어릴 적 교과서에 실렸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재해석되고 있다. 개미의 삶을 무조건 옳다고 배워왔던 30대 이상이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나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개미처럼 부지런하게 살았다.
쉬지 않고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끝이 없이 목표를 세우고, 쉼표 없는 나날들이 행복이라 믿으며 부자가 되겠다는 욕망을 채우며 살았다.
서울에 32평 아파트를 사는데 14년이 걸렸다. 그럼에도 쉬지 못했다. 대출금을 갚느라, 아이들을 가르치고 먹이고 살피느라 맞벌이를 해도 빠듯한 삶이 버겁고 힘겨웠다.
행복한 미래는 너무나 멀리 있는 듯 내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맘껏 놀아보지도 못하고, 부자도 못되었다. 하루하루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애썼지만 강남도 아니고, 강북에 아파트 한 채가 전부였던 나의 삶은 그 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이 불안했고, 일을 하지 않으면 나만 경쟁구도에서 밀려나는 것이 아닐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더 큰 욕심이 자라고 있었다.
금수저로 태어난 사람들이 부러웠다.
용광로에 들어가면 금은 금세 녹아버리지만 흙은 더 단단 해지고 도자기가 된다는 희망을 부여잡고, 열심히 살아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의 삶은 지독한 개미의 삶이었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발버둥이었다.
두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성장하는 동안 나는 온몸과 마음이 이유 없이 아팠다. 달리기를 하다가 멈출 수는 없는 것처럼 내 몸에 습관적으로 배어있는 개미 근성을 떨쳐낼 방법을 찾지 못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쳐진 채로 삶을 꾸려갔다.
5년 전, 베트남을 택한 건 진정한 쉼표의 시작이었다. 남편도 25년 차 회사생활을 접고 베트남에서 작게 의류무역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도 여전히 열심히 일하는 일개미지만 회사 사장님이 되었다. 타국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일은 맨땅에 헤딩 정도라고 생각하면 너무 하려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금방 부자 대열에 서는 줄 착각했다.
베짱이 놀이를 해도 되려나? 타국에서 노래도 부르며 합창단에 가입했고, 골프가방을 메고 골프레슨도 받았고, 베트남어를 배우러 어학원에도 가고, 여행도 주마다 다니며 개미로 살면서 모았던 돈들을 열심히 풀어서 쓰며 자칭 베짱이 놀이를 즐겼다.
불안감이 밀려왔다.
뼛속까지 개미처럼 일해야 하는 강박감과 내 몸과 마음은 그렇게 학습되어 있어 변신을 하지도 못하고 급기야 사업에도 고비가 왔다. 나는 짧았던 베짱이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개미처럼 일을 해야만 마음도 편했고 삶의 의미도 찾을 수 있었다. 마음이 미안했다. 돈을 벌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일개미였다.
그렇게 3년이 지나면서 사업이 자리를 잡아갔다. 나도 베짱이로 살았던 시간보다 개미로 사는 삶에 익숙해진 상태로 열심히 일을 했다. 2년이란 세월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모든 생활들이 정지되었지만 다행스럽게 버티기를 하며 그곳에서 살아남았다.
베짱이로 살려해도 개미였던 습성으로 변신이 쉽지 않았고, 개미처럼 살지 않으려고 베짱이의 삶을 동경하며 베짱이 모드로 변신하기도 어렵다는 걸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돈만 있으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목표액을 채우면 실컷 놀아 보리라 다짐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 하다가 온전히 개미의 삶도 살지 못하고, 베짱이의 삶도 살지 못했다.
미래를 위한 현재의 절약과 알뜰함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백세시대라지만 일만 하다가 병들어 골골거리며 사는 삶 말고 건강하고 팔팔하게 살고 싶다. 여러 가지 한국 볼일이 쌓여있어 나는 5월, 한국으로 잠시 귀국했고, 온전한 베짱이의 삶을 추구하는 중이다.
하늘을 봐 구름이 너무 예쁘다.
지인 찬스로 아산 은행나무길에 갔다. 곡교천이 흐르고, 코스모스가 피어있고, 국화꽃이 나를 반긴다. 요즘 핫한 핑크 뮬리까지... 잠시 자연을 마주하며 정신줄을 놓았다. 이래도 된다니까...ㅎㅎ"너무너무 좋아~ 여보 "
남편에게 사진을 전송한다.
"와우~~ 나도 한국 가고 싶다. "
그리움과 보고픔에 울컥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바람이 내 마음을 알고 있다. 파란 하늘도 나를 보고 있다. 베짱이로의 삶을 선물해준 것이니 즐기란다 ㅎㅎ 누구에게나 힘듬이 존재한다. 그리고 선물 같은 날들이 도래한다. 그때 변신할 준비를 해야 한다.
주저하지 말고, 즐기고 누려보자.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 있게 욕심을 내려놓고
잠시 변신을 하는 거다.
개미였다가 베짱이로의 변신이 두려웠던 나는 지금 나를 보듬어 안아준다.
' 참 잘했구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
세상 구경하며 놀아보련다. 그래도 된다니까...ㅎㅎ 지금이야!!
주어진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아들이 월급을 타서 용돈을 준다. 맛난 것도 사준다. 이런 횡재다. 그런데 부담스럽다. 주는 것에 익숙한 나는 받는 것이 서툴다 ㅎㅎ 아들이 개미처럼 일해서 준 용돈을 엄마는 베짱이가 되어 실컷 쓰고 있다. 월급날에 아들이 엄마를 위해 준비한 저녁 배달상이다. 어쩌면 좋아 ㅎㅎ
지금 내가 누려야 하는 행복... 어색하지만 받아들여보니 충분히 받을 자격 있다. 금수저 부모가 아니어도 흙수저 부모여도 아들의 귀한 용돈을 받음이 더 행복하고 당당한 베짱이 엄마다. 가을 찬바람이 불기 전에 행복을 충전해야 추운 겨울 이겨낼 수 있으니 으샤 으샤 신나게 자연 나들이 즐겨줘야 한다.
오늘도
여전히 개미로 애쓰시는 분들,
어쩌다 베짱이로 노시는 분들...
주말 자연과 친구 하실 자격 충분합니다.
그냥 떠나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