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좋아?

초보 골퍼와 동행

by 아이리스 H

이것은 무엇일까요?

오잉?

글쎄?

느낌은 폭신하다.

천은 천인데 뭔가 이상하다.


공 모양인데

진짜 공은 아니다.

그럼 뭐지?

이건 헌 양말의 환골탈태

골프공을 형상화한 양말 뭉치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골프 연습을 하기 위한 필살기다.

거실 암막커튼을 치거나

벽을 쳐도 괜찮은 아이디어 제품.

ㅋㅋㅋㅋㅋㅋ집안용


알뜰파 초보골퍼의 솜씨다.

골프에 풍덩 빠지면 이런거 만든다.

어쩜 좋아?

KakaoTalk_20210926_202932952.jpg 수제 양말 골프공(재활용)


3개월 전,

골프에 입문한 초보 골퍼의 열정은

곰탕을 품은 가마솥 같았다.

연습 또 연습을 했다.

여름이 가고 드디어 가을이 되었다.


나는 3년 차 여전히 필드 백순이다.

골프 필드에 나가려면 지금도 설렘이 있다.

공항 갈 때의 기분이랄까?

두근두근 심쿵심쿵

그 설렘이 골프 필드 갈 때의 내 마음이다.

어쩜 좋아?


골프 용어 중"머리 올린다'라는
용어가 있다.
이 용어는 골퍼가 골프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필드 라운딩을 나가는 것을
지칭하는 관용구다.
표준국어대사전은'머리 올리다'라는
표현을 어린 기생이
정식으로기생이 되어 머리를 쪽지다,
여자가 시집을 가다등을 의미하는 말로
여성의 성적 경험을
비유한다 하여 시대착오적
표현이라는지적이다.



초보 골퍼가 되기 위해 남녀노소

누구나 골프를 쉽게 접하게 되었다.

그러니 '머리 올린다'는 표현보다는

'골프 입문'이라는 용어가 나을듯하다.


골프가 대중화 되었지만

레슨 후 골프 입문을 위해 필드를

가는 것은 살짝 부담이다.

알뜰파 골퍼들은

이벤트 기간을 이용하기도 하고

필드 대신 스크린 골프장에서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오늘은

초보자와 첫 필드경험에 나섰다.

산뜻하게 노란 치마를 입었다.

스크린 연습장만 다니던 초보자와

오늘은 동행했다.

어쩜좋아?




아침부터 분주했다.

하늘도 푸르고 공기도 맑고 기분도 좋다.

룰루랄라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라운딩이라 ~~

팔자 좋은 아줌마 맞다. ㅎㅎ


베트남에서는 자상한 남편이

모든 걸 알아서 척척 해주었다.

사실 난 따라다니기만 했다.

골프비용이 얼마인지?

예약도 처음이다.

어쩜 좋아?ㅎㅎ


나를 믿고 초보자는 첫 필드에 왔다.

도착해보니 오잉? 스케일이 아주 작다.

나인홀을 두 번 돌 수 있는 골프장이다.

페어웨이가 좁고 짧았다.

파4홀이 두개뿐 다 파3홀이다.


케디도 없다.

코스별로 가는 카트에 운전자도 없다.

KakaoTalk_20210926_000953313.jpg 운전자 없이 가는 전동 카트 (리모컨으로)


카트도 전자동이라

리모컨으로 작동되어 움직인다.

운전석이 비어있는데 카트가 알아서

척척 멈추고 서고 신기했다.


빨리 갈 수도 없고,

느리게 갈 수도 없다.

직진만 가능하고, 후진은 불가능이다.

우리네 인생과 같다.


여하튼 새로운 신세계를 맛보며

공을 치러 올라가는 중이다.

초보 골퍼도 신이 났다.

선물 받은 정품 새공을 보여준다.

반짝임이 눈이 부시다.

선물상자를 열고 나오자마자

어쩜 좋아?


계속 숲으로 호수로 도망치는 골프공

아까운 새 공을 여러개 잃어버린 후,

초보 골퍼는 화가 났다.

공도 안맞고 지쳐갔다.

새 공을 물속으로 숲속으로 보내는 일은

처음인지라 당황했다.


스크린에서는 친공이 다시 돌아온다.ㅎㅎ


초보골퍼는 갑자기 공을 줍고 있다.

남이 치다가 잃은 공까지

풀숲에서 찾아 들고 온다.

공을 치러 온 건지?

공을 주으러 온 건지?

알수가 없다.


초보자의 아이언샷은 괭이가 되고

호미가 되어 공을 긁어모았다.

퍼터채는 갈고리 역할에 딱이다.

공칠 마음이 없다.

어쩜 좋아?


공 줍지 말라고 자꾸 말려도

도무지 듣지 않는다.

벌써 9홀 전반전이 지났다.

로스볼을 10개 사왔다.

여유있으니 이제 공만 치자고 말했다.


오케이!!열심히 쳐보지만

골프공이 이리저리 곡예를 하고 있다.

삐뚤빼뚤 날아가고, 도로를 타고

내려가 공을 또 잃어버렸다.


부글부글 끓어넘친 마음이

머릿속에서 폭발직전

케디는 없고,잔디를 깎거나

보수하는 아저씨들이 보였다.


온몸에 흙칠 분장을 한 더러운 공은

초보자가 아까 주운 공이다.

잔디를 보수하는 아저씨가

노란 공을 하나 던져 주셨다.

초보자를 눈치채셨나??


아저씨가 던져 준 공으로 나이스샷을

시원하게 한방 날렸다.

드디어

바위를 맞고 튕겨서

페어웨이에 잘 안착했다.

생각보다 멀리 나갔다.


초보 골퍼는 흰 공으로 쳤는지?

노란 공으로 쳤는지? 모른 채

자기 공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볼은 그렇게 페어웨이 중앙에 있었다.


초보 골퍼는 자기 공이 아니라고

우기며 또 공을 찾아 나섰다.

난 혼자서 공을 쳐 버디샷을 준비 중이었다.

신경이 쓰여 공을 칠 수가 없었다.

집중도 되지 않았다.


공 두 개를 손에 쥐어주며

이제부터 이공 번호와 색을 기억해두고,

이공, 저공 줍지 말라고 말해 주었다.

그 이후 초보골퍼도 미안했는지?

공치기를 잠시 집중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또 공을 줍는다.

어쩜 좋아?


땀을 흘리며 18홀까지 겨우 라운딩을 마쳤다.

공 줍느라 몇 홀은 패스를 했고,

공 찾느라 시간을 버리고

아쉬움 가득한 첫 필드의 추억하나


내려오는 길

풀숲에서 공 두 개를 더 줍고서야

초보골퍼의 씁쓸한

라운딩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아끼고 저축하며 살아온 알뜰파 초보 골퍼에게

공을 잃어버리는 것은 그것도 선물 받은 공을

풀숲에 기증하는 일은 쉽지 않았나 보다 ...


나름 살만한데...

공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파도타기를 했다.

공 욕심이 생겨서 저러는 게 아니었다.


퍽퍽하고 고단했던 삶이

골프를 배우고 돈을 쓸 만큼 여유가 생겼지만

몸과 마음에 배어있는 습관과 정신은

골프 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KakaoTalk_20210926_000911655.jpg

아름다운 자연과 공감하며

힐링을 하고 또 살아갈 힘과 용기를

재충전해야 하는 필드장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와야하는데...


나도 처음 공 줍기와 공 찾기를 따라 했다.

어느새 마지막 홀을 치는데 눈물이 날 뻔했다.

나도 초보 골퍼도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어쩜좋아?


부자들만 누리던 골프가 대중화 되었지만

아직도 여러가지 이유로 망설이고 있다면

용기를 내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배우고 나면 보이는 세상은

생각보다 아름답다고...


열심히 달려온 시간들

누리고 사는 삶도 경험해보라고...

골프의 문턱만이라도 넘어보길 바란다.


남편을 따라 베트남 하노이댁이 되고

제일 잘한 건 골프를 배운 것이다.

돈이 가장 없고 힘들 때 골프를 배웠다.

열심히 모은 돈으로

남편의 사업장을 넓히고 투자를 했다.


일이 없어 3개월쯤 놀게 되었다.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던 그때

남은 건 시간뿐이었다.


둘이서 긴긴 시간을

허송세월 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우울했다.


그때 나는 골프를 배웠다.

먼저 배운 남편은 나의 코치가 되었다.

프로골프선수에게

비싼 레슨비를 지불하고

골프에 멋지게 입문했다.


누가 보면 엄청 돈을 많이 벌었구나

골프도 치고,

좋은 집에 살고,

골프필드도 자주 나가고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 실감했다.


우리는 그 힘든시기를 골프 치며 이겨냈다.

뭔가에 열정을 가지고 미친 다는 건

신기하게 새로운 힘이 생겨났다.

불평과 걱정과 근심 속에서

울고불고했다면 잘되었을까?


공 하나에 집중하는 동안 모든 잡념과 생각이 줄어들었다.


그 이후, 신기하게도 남편의 회사도 사업장도

일이 잘 풀리고 어려움도 풀렸다.

코 시국에 남들이 힘들다 일이 없다

아우성인데 일이 있고 바쁜 것에 감사한다.

포기하지 않고 버티었다. 골프처럼...


돈이 없다고 징징대고,

부자가 아니라서 할 수 없다고,

미래의 불안한 삶을 걱정하며

현재를 누리지 못한다면

미래도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포기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을

난 골프를 통해 알게 되었다.




다음날 , 이곳저곳 잔근육이 생겼다.

초보 골퍼는 필드의 아쉬움을

스크린에서 풀자며 전화가 왔다.

하하호호 공치러 갔다가 공 줍느라

공을 제대로 치지 못한 마음을 나누었다.


웃기지만 슬프고 짠한 골프필드의 첫경험

우리는 컨테이너 골프스크린 설치를 위해

1억짜리 땅을 알아보자며 웃었다.


로스볼 천 원짜리 공을 줍느라

땀만 질질 흘리던 우리는 과연 부자 일까?

풀숲으로 호수로 날아가 돌아오지 않는 골프공

잃어 버린공에 집착하느라

초보골퍼는 공을 못쳤다.


우리는 인생에서 무얼 놓치고 무얼 가져가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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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아래로 흐른다.

하지만 분수는 아래서 위로 뿜어져 올라간다.

우리의 삶이 분수였음 좋겠다.

3년 된 골퍼는 3개월 된 초보 골퍼에게

스크린에서 지고 말았다.

아무래도

양말공을 만들어 연습해야 하려나...

어쩜 좋아 ~ 하하하하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