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눈물..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
세종시 조치원에는 갱년기 친구가 한 명 살고 있다. 그녀는 서울살이를 잠시 접고 조치원살이를 시작했는데 그곳의 매력에 풍덩 빠져 7년째 그곳을 고집하며 잘 살고 있다. 어색했던 시간들을 보내고 이제는 서울보다 조치원의 이곳저곳을 홍보할 만큼 친근감이 생겼다고 한다.
그녀와 나는 교육학과 동기다. 동갑내기 친구였지만 말수도 적고 조용한 성격이라 졸업 후, 그제야 친해졌다. 통통 튀는 나와 달리 늘 차분하고, 언니 같고, 선배 같은 친구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좋다. 골프공을 날리며 갱년기를 극복하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통기타 연주와 노래를 부르며 혼자만의 여행을 즐긴다.
수줍어하고 조용했던 그녀는 많이 달라진 모습으로 삶의 변화를 갖고 열정적으로 살고 있어 보기 좋다. 갑자기 내가 조치원으로 가겠다고 전화해도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준다. 비가 올 듯 말듯한 날씨에 구름이 반쯤 하늘을 덮었다. 이런 날 혼자 집에 있음 쓸데없이 외롭고 우울해질 수 있기에 급 약속을 잡아 5분 화장을 하고 출발했다. 기다려 친구야!!
무작정 달려갔다. 갱년기 소녀들만이 할 수 있는 번개팅 ㅎㅎ 우리는 늦은 점심으로 뭘 먹지? 콩국수? 땡! 샤부샤부? 땡! '부뚜막'식당에서 이름처럼 정겨운 김치찜을 먹었다.ㅎㅎ 시장이 반찬이 란말 맞다. 아침으로 우유 한잔 마셨으니 배가 고플만했다. 배꼽시계도 꼬르륵꼬르륵 점심시간을 알렸다.
든든한 한 끼, 고소한 참기름 향을 품은 호박볶음, 배추 물김치, 고추장 멸치볶음, 무생채, 콩나물 무침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묵은지 밑동을 자르고 올려진 고기를 잘라 밥 한술 김치 한입에 음음 맛있다. 대접만큼 커다란 그릇에 흰쌀밥을 누가 다 먹었을꼬?? ㅎㅎ싹싹 야무지게 비웠더니 내배는 언덕이 되어있다.ㅎㅎ
한적한 숲길을 따라 쌍류리 예술촌, 도착한 곳은 갤러리 985 카페다.
그녀는 가끔 마음이 울적할 때 이곳에 들러 힐링을 한다고 했다. 졸졸 개울가도 있고, 돌로 깎아 만든 조각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 그곳으로 날 데려왔다.
어머나?? 세상에?? 내 취향을 저격했다. 곳곳의 조각상도 너무 멋지고 아담하고 예쁘게 꾸며놓은 정원에 편안한 의자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개구쟁이 소년들도 보이고 곳곳에 소녀상, 친구 조각상들이 보였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섹시한 엉덩이 위에 사과가 미소를 짓게 한다.
궁금증이 생기려나?? 섹시한 엉덩이를 공개해본다. ㅎㅎ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정원 구석에 홀로 있었다.
이렇게... 완전 예술이다. 어쩜 이리도 감각이 좋을까? 알고 보니 조각가와 화가 부부의 카페였다. 곳곳에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돌조각들과 차 한잔의 여유공간이 너무 멋스럽다. 글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눈으로 감상했다. 자연을 이용하여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들이 내 마음을 소녀감성으로 돌려놓고 있었다.
정원을 지나 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카페 사모님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죠?" 카페 안은 더 이쁘다. 글을 쓸 만한 공간도 찾았다. 다음에 이곳으로 글을 쓰러 와야지... 창이 있고 앉아서 쉴만한 공간을 집으로 옮겨놓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들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이런 여유로움이...
'당신의 하루가 별보다 빛나길'
인증숏을 찍어본다. 작은 미술 작품 전시관도 있었다. 작가와의 만남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소품들도 아기자기하고 배치도 멋스럽다. 차 한잔에도 정성이 듬뿍 보인다. 평일이라 손님이 적어 카페 사모님과도 대화를 잠시 나누었다. 기타를 배우며 알게 되었고 친분이 생겨 이곳을 자주 오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카페 사모님과 두런두런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처음 보는 사이가 아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며 웃었다. 따스한 차 한잔의 위력이랄까? 갱년기 소녀& 아줌마의 공감이랄까?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렇지, 그럴 거야,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하며 고개를 끄덕여준다.
친구는 카페 사모님의 기타 연주를 듣고 싶다며 간곡하게 부탁을 했다. 침체기라며... 멈칫거리시더니 기타를 잡고 앉았다. 소파에 기대어 기다렸다. 잠시 후, 청아하고 맑은 울림 있는 목소리와 기타 연주가 귀를 열게 하고 마음속에 울려 퍼진다.
불러준 노래는 박강수 5집의 '키 작은 나무 아래'라는 노래였다. 눈물이 주르르 빰을 타고 흘렀다. 어루만져주고 싶다... 나무에게 기대고... 가사를 음미하며 두 눈을 감고 듣다가 너무너무 행복해서 울컥~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주체할 수 없었다. 친구도 따라 눈물을 흘린다. 한곡을 마무리하고 카페 사모님까지... 갱년기 소녀 3명 다 인증입니다. ㅎㅎ(카페지기의 노래는 유튜브 갤러리 985 치면 나옵니다)
그리고 한 곡 더 선물을 하시겠다시며 한영애 님의 '바람'이라는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림자처럼 있어요~ 그대 곁에 있어요~ 바람이 되어~구름이 되어...'아~~ 여기까지 오느라 참 고생 많았다.'토닥토닥 나의 마음을 위로하고 칭찬해주는 듯 노래는 마음속에 남아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요?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눈물을 훔쳤다. 갱년기 소녀 둘은 감정이 폭발했다. 휴지를 서로 나누어 눈물을 닦아내며 입은 웃고 있다. 정말 행복한 눈물이다. 이 눈물은... 그리고 나의 친구가 용기를 내어 기타를 잡았다. 떨린다더니.. 기타를 잡고 전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노래를 부른다. 1년반쯤 배웠다는 기타와 노래는 수준급이다. 허만성 님 '우리 사랑 기억하겠네' 란 곡이다.
둘이서 마음속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들을 쏟아 내고서야 우리는 카페 주인장의 손을 잡아 주었다."고마워요, 감사해요 다음에 또 올게요" 꼭꼭 약속을 하고 비워낸 마음에 행복한 시간들을 꾹꾹 눌러 담았다.
인생이란? 아등바등 발버둥 치며 사는 게 아니었다. 순리대로 그렇게 삶을 즐기며 사는 거였다. 힘을 빼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밝은 빛을 볼 수 있고, 우울함이 있으면 행복할 권리도 있는 거란 걸... 소나기후에 무지개가 뜨고, 묵은지처럼 숙성되어야 비로소 김치의 참맛을 느낄 수 있듯이 인생도 그런 거였음을 이제 조금 알듯하다.
내일을 위해 오늘 너무 힘겹게 살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에 나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니 인생에서도 쉬어가야 한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삶에 가끔은 쉼표를 찍고 살아 가자.
우리는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익어가는 중이다.
아직은 소녀감성 유지하며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 만나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호수처럼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핸드폰에 배터리가 없으면 방전되듯 내 마음속에 행복을 풀로 충전해 놓으려 한다.
친구야! 오늘 고마웠다. 그리고 멋지게 살아줘서 정말 보기 좋다. 조치원은 처음인데... 정겹고 따스한 추억 남겨줘서... 먹구름을 가득 품고 있던 하늘이 돌아오는 길 드디어 비로 촉촉이 젖어갔다. 내 마음에도 단비가 내렸다. 퍽퍽했던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비트 레몬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