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위대함을 아시나요?
특별하기를 바라지만 사실 평범한 일상이 소중함을 코로나를 통해 알게 되었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그저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살았던 날들...
티끌이 모여 거대한 산을 만들고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 나의 삶을 지탱해 주었음을 알아가는 중이다.
문장이 반복되면 편안해지듯 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루함보다는 새로움을 찾아 애쓰며 살아왔다.
사진 뭐하러 찍어?
베트남에 와서 1년 만에 25주년 은혼식(은제품으로 반지나 은수저로 은의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여 자손들 이보석처럼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과 은쟁반에 서로의 마음까지 비추는 시기로 닦으면 다시 윤이나는 은제품 처럼 변함없이 영원한 마음을 갖자는 뜻)을 티 나게 준비했었다.
남편은 빨간색 아오자이를 입었고, 나는 개나리색 아오자이를 몸에 맞게 맞춰 입고 나름 야외 찰영장에 가서 베트남 사진기사의 손짓과 눈짓에 따라 여러 장의 사진을 찍은 후 두세 장을 골라 작은 액자들을 만들었다.
둘이서 뽀뽀를 하라고 시켰는데 둘 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웃고 있는 샷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냥 어색해서 웃어버렸다. 그렇게 쉬운걸... 뽀뽀를 못하다니... 25년이나 살았는데.... 그저 나란히 서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게 자연스럽다. 사진 속 웃는 모습을 보며 나도 남편도 따라 웃는다. 하하하
눈을 마주치고 두 손을 맞잡고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는데... 그냥 웃음이 나고 쑥스러워 머리만 긁고 딴짓을 하는 우리는 분명 25년 차 부부 맞는데 어찌나 어색하고 웃음이 나던지?? 젊은애들은 잘도 하더만...
신발장 입구 쪽에 A4 크기의 액자를 비치해 두었는데 오는 사람마다 "신혼이세요?"짓궂게 물어본다. 오래된 부부의 설정된 사진은 베트남식 전통복을 입고 결혼 야외 촬영을 흉내 내 본 것인데 남편은 중국사람처럼 나오고 나는 베트남 여자처럼 나왔다. 호호호
인생은 돌탑을 쌓아 올리듯 그렇게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더니 사랑과 행복과 희망을 만들며 지금까지 함께 서로의 옆지기로 살고 있으니 이 또한 일상의 위대함이 아닐까?
상술로 만들어진 기념일일지라도 부부의 고귀하고 아름다운 그날을 기념하며 사는 쪽을 택했다.
오늘은 결혼 29주년 기념일(4.5)이다.
아들과 여자 친구가 분홍색 생화 장미꽃 케이크를 준비해 주었다. 고맙고 사랑스럽다.
내년엔 진주혼식(결혼 30주년)을 기념하는 의식으로 부부가 서로 진주로 된 선물을 주고받으며 복과 건강을 나타내는 바다의 보석에 비유했다.다음엔 유럽 여행을 가기로 했었는데... 어쩌면 우리의 꿈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상황이라... 그래도 일단 꿈꿔본다.
산호 혼식(35주년) 푸른 바닷속 산호처럼..
청옥 혼식(40주년) 사파이어 혼식, 녹옥 혼식, 에메랄드 혼식으로도 말한다. 성실과 덕망으로...
홍옥 혼식(45주년) 루비 혼식 붉은 빛깔처럼...
금혼식(50주년) 금빛 광채처럼 귀하고 변치 않는 존재를 의미하며 반백년해로를 기념한다. 이처럼...
사는 동안 참 좋을 때도 있었고, 슬플 때도 함께 했으며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민감한 날씨 속에도 서로를 보듬으며 함께 했다. 감정의 골이 깊어져 싸우기도 했고, 침묵으로 일관해 버리며 울고 웃었던 우리는 서로의 마음속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며 어느 부분을 건드리면 안 되는 것도 잘 알고 있으니 오래된 연인 맞다. 지금도 여전히 티격태격 싸웠다가 풀어지는 실타래처럼 살아가고 있다.
두 아들이 장성하여 아직은 곁에 있지만 몇 년 후엔 그들도 짝을 만나 우리처럼 살아가겠지... 그러면 또다시 우리만 남을 거고 사랑할 시간도 많이 남아있지 않을 터인데 서로 잘해주면서 살기로 약속했다.
남편은 소심한 A형, 나는 쿨한 B형
29년 전으로 돌아 돌아 가볼까요?? 제주도에서 무슨 일이??
그때는 택시를 렌트하여 관광을 하던 때라 호텔에 택시기사가 대기를 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앨범을 제작해 주는 서비스를 받았는데 택시기사의 장난이 너무 지나쳐서 남편은 싫어했지만 나는 좋았던 기억이다.
택시기사 아저씨의 인사
불타는 밤 잘 보내셨나요?? 남편의 대답은? "우린 어제 맥주 먹고 그냥 잤는데..."
두 분 얼굴에서 광채가 나네요?? "우린 잠이 덜 깬 상태로 나온 건데..." 남편은 심기가 불편한 듯
사진 뭐하러 찍어?
택시 아저씨가 좋은 구경 많이 해야 한다며 새벽부터 우리를 깨웠다. 일출을 보여준다고 그러나 날이 흐려 보지 못했고 바람이 세서 근처 길을 다 막아두었던 사실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사진기사 겸 택시 운전사는 "안아라, 뽀뽀해라, 업어라 , 부둥켜안고 있어라, 눈을 마주쳐라, 등을 대고 멈춰라 등.. 너무 많은 요구에 우리는 땀만 질질 났고 쑥스럽고 부끄럽고.. ㅎㅎ 그래도 사진은 작품처럼 멋졌다.
그중 흑백으로 찍어서 현상한 사진은 크게 만들어 액자에 넣었는데 볼수록 맘에 들었다. 제주도 신혼여행ㅋ
남편은 바위에 앉고 나는 남편의 허벅지에 살짝 걸터앉아 먼산을 가리키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샷이다.
택시 아저씨의 정성으로 작품 하나 건졌지만... 남편은 내일은 저 택시기사 부르지 말자며
심술을 부렸던 해프닝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내릴 때 택시 아저씨에게 팁을 주었다. 그러면서...
사진 뭐하러 찍어?
어느새, 중년의 아내와 중년의 남편은 어제처럼 선명한 기억들을 추억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가끔은 추억을 소환하여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과거를 공유하는 맛은 나쁘지 않다.
아하!! 브런치 해바라기 부부구나...
커플티, 커플 잠옷, 커플반지, 커플 골프웨어 등등... 노노 외치며 커플 아닌 척 커플인 우리는 자기만의 색깔과 개성을 뿜 뿜 품기며 여전히 서로의 옆지기로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진정한 사랑이란? 그 사람을 내 것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개성을 존중하며 그저 그렇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걸어주고 티 나지 않게 서로에게 스며드는 거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젊을 때는 서로의 말이 옳다고 화를 냈고 의견이 조율되지 않으면 자존심이 상했고 사랑이 식었나? 확인하며 힘을 줬지만 살아보니 힘을 빼는 게 더 큰 사랑임을 알았고 신뢰 속에 그도 나도 지금은 함께 발폭을 맞추어 걷고 있다.
내가 그를 더 많이 사랑하면 손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더더더 사랑하고 더더더 손해 보며 더더더 이해하고 더더더... 행복하기를 바라며 살고 있다. 그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었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사진 찍는다. 꽃을 보면 찍고, 새를 보면 찍고, 이 모습 저 모습 마구마구 찍어댄다. 그저 기억하려고...
부부는 마주 보는 게 아니고 나란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여보 , 결혼기념일에 뭐할까? "
"사진 찍어야지.."ㅎㅎ
하노이 인터콘티넨탈 호텔과 호떠이 센 뷔페
코로나 시국에 바빠진 남편일 때문에 여행도 취소하고 집 근처에서 맛난 거 먹고 놀아도 이미 여기는 해외라 여행처럼 살고 있어 감사하다. 호수가 바라 보이는 창가에 앉아 와인 한잔과 연어 한 접시면 나의 소박한 기념일이 행복으로 풀셋팅 된다.
힘 빼고 사는 법을 터득한 나, 그러나 갱년기라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고 시비를 걸 때도 있다.
온몸에 힘을 실어 세 남자를 위해 내가 어찌 살았는데...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 남자가 있어 행복한 아내이고 , 엄마이고 싶다.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주문을 외우면 그리 되는 거 아닌가요?? 매일매일이 즐거울 순 없어도 매일매일 행복을 찾아가는 즐거움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길 소망합니다 쭈우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