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끓는 피클

행복 나눔

by 아이리스 H

어느 날, 오이밭에 오이가 말했다.

"얘들아, 날씬하고 쭉~빠진 몸매

자랑하러 나 마트 갈 거야"

그 옆에서 당근이 "나도 데려가 나 혼자 심심한걸... 몸매는 안되지만 색깔이 죽여주니까 어때?"


저 멀리에서 지켜보던 무가 매서운 눈초리로 " 내가 바로 시원하고 하얀 무다리야~어흠 나도 가야지"

빨간 피망이 듣고 있다가" 난 벌써 몸단장 끝냈어 어때? 이 선명한 때깔 호호호" 노랑 피망은 덩달아

"야~야 난 너무 이쁜 것 같아. 누구나 탐낼 거야 같이 가자"


"와우~에어컨 바람이 너무 시원해~ "'그런데 나를 봉투에 담아 묶어놨어 답답하게...'" 너희들은 괜찮니? "오이가 물었다. 당근도 피망도 말이 없다. 봉투 속에서... 무는 그나마 비닐랩으로 온몸을 감싸고 천정만 보며 누워 있다.


머리를 질끈 동여맨 아줌마가 나타났다. 야채 코너를 어슬렁어슬렁 배고픈 하이에나처럼 예리한 눈빛으로 레이저를 발사하며 스캔 중이다.


오늘은 누굴 데려갈까? 그때였다.


작은 바구니 속으로 오이도 쿵! 당근도 쿵! 무도 쿵! 곤두박질을 당했다. 빨간 피망과 노랑 피망은 살포시 그위에 올려지고 다른 동네에서 온 양배추는 오늘 패스!! 다.


식초 한 병을 더 사고 아줌마는 계산을 마친 듯 커다란 에코백 속에 우리들을 담고는 카드를 내민다. 그리고 어깨에 척 올려 마트를 빠져나간다..


당당한 발자국을 따라가 보니 노을 지는 하늘을 보며 집으로 향하는 아줌마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발걸음도 가볍다..

우리들은 덕분에 깜깜한 가방 속에서 미세하게 들리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아줌마네 집으로 따라갔다.






40도가 육박하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나는 야채 피클과 물김치를 떨어지지 않게 만들어 먹었다.

습관처럼 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주부 9단 이라지만 요리 솜씨는 별로 좋은 편은 아니다.


그저 깨끗하게 먹기 좋은... 음식을 담아낼 뿐이다. 맛은 그때그때 사랑 한 스푼, 정성 한 스푼 ㅎㅎ

가족들은 그럼에도 엄마 요리를 좋아한다. 참 다행이다.


오늘은 야채 피클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몸매 자랑 초록 오이랑, 주황 당근, 종아리 무, 샛 노랑 피망, 샛 빨간 피망이 더운 여름 집 나간 나의 입맛을 위해 피 끓는 온몸을 희생해야 할 때이다.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던 양파도 껍질을 벗었고

몸매 자랑 오이도 흐르는 물에 샤워시킨 후 오돌토돌한 부분을 쓱쓱 벗겨냈다. 당근도 살짝 속살만 드러나게 벗기고

무도 반토막 내어 살짝 새하얀 속살을 물에 씻었다. 이제 도마 위로 올라가 대충 한입 크기로 조각난다.


레시피는 네이버에게 물어보면 다들 알겠지만 간단한 나만의 레시피를 공개해본다.


1. 유리병 세척 후 끓는 물로 소독한다.


2. 소금 2스푼, 설탕 1컵, 물 4컵, 통후추 고 끓인다.

피클링 스파이스 첨가하면 맛이 더 좋다.


그 후 불을 끄고 식초 한 컵(종이컵) 넣는다.


3. 끓이는 동안 야채를 다듬어 썬다.


4. 병에 섞어서 담기도 하는데 난 색깔별로 담는다.


5 준비해 놓은 끓인 물을 부어 뚜껑을 닫는다 끝

. 하루 지나 냉장고에 넣고 다음날부터 먹으면 된다.


여러 번 하다 보면 취향에 맞게 양배추, 적양배추, 브로콜리 등.. 첨가하기도 한다. 참 곱다. 뜨거운 물을 뒤집어쓰고 나서야 새롭게 태어난다. 앗 뜨거워!!


오늘은 선물하려고 두 개를 담았다. 한 번에 너무 많이 만들면 물러지고 맛이 없다.

번거롭지만 조금씩 자주 만드는 게 좋다.



야채 피클


피클은 고구마를 먹을 때나, 감자를 먹을 때 안성맞춤 ㅎㅎ야채 피클! 여름에 새콤달콤 시원한 우리 집 별미다. 입안 가득 침이 고이시나요? 아삭아삭 여름엔 이맛!


8월 7일 입추

8월 10일 말복

8월 23일 처서


아무리 더워도

한국의 가을은 분명 올 것이다. 베트남이 아니니까...

조금만 더 고생하면 뜨거웠던 올림픽 경기도 추억이 될 것이며 찌는듯한 더위도 그리워질 것이다.

준결승전 배구도 오늘 밤 핫핫... 불금이니까 치킨에 피클 한 접시 콜? 어떠신가요?


야채 피클은 사랑받으며 내입 속으로 쏙쏙 집 나간

입맛이 돌아왔다. 살만하다 ㅎㅎ


야채 피클을 선물했더니 지인이 전화 왔다. 너무 맛있어서 다 먹었다고... 또 주문 가능하냐고...ㅎㅎ 남녀노소 다 즐길만한 맛이다. 난 오늘 마트에 또 갔다 오련다.


주는 기쁨은 받는 기쁨보다 두배의 더 큰 행복으로 돌아옴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