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깍두기

진짜 맛있다!

by 아이리스 H

택배가 드디어 도착했다.


이사를 하고 3개월이 되어간다. 친정엄마는 제발 주소 좀 가르쳐 달라고 애원을 하신다. 난 엄마가 이것저것 보낼까 봐 주소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똑똑한 울 엄마는 버스를 타고 직접 오셨다.


그 후, 너네 집이랑 우리 집이 주소가 비슷하다며 동 호수를 말하신다. 게다가 한번 온 길에 표지판도 읽으셨나 보다 그리고 눈썰미 좋게 주차장까지 스캔하셨다.


한 세 번쯤 다녀가신후 또 묻는다. "그러니까 그 집 앞 길 이름이 뭐냐고?" 대답해주다가 집주소를 나도 모르게 말해주었다. 집요하신 엄마는 형사가 범인 색출하듯 어느 날 , 전화가 왔다.


택배를 보내고 싶다고 하신다. 그럴 줄 알았다. 옥수수를... "엄마 여기도 마트에 널렸어요"보내지 마셔요~ 한사코 거절을 하고도 얼마쯤 지나서 이번엔 김치를 보낸다고 하신다.


"엄마, 아직 김치 많이 남아 있어요"


엄마는 애가 타신 듯" 주소를 적어 보내라 아무것도 안 보낼 거야~ 딸 내 집 주소는 알고 있어야지" 하신다.


난 그날 엄마에게 대문 빗장을 열어주었다. ㅎㅎ그런데 한동안 엄마가 통 연락이 없다. 무슨 일이지?

아뿔싸! 내 핸드폰이 뭔가 문제가 생겨서 전화가 불통이었다니... 몰랐다.


3일 내내 연락 두절된 상태로 살았다. 급기야 내가 전화를 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방심한 틈을 타서 엄마는 주소를 알아낸 후 급기야 첫 택배가 이사 온 집에 도착한 것이다. 대문 앞 박스를 질질 끌고 들어올 정도였다.




요즘 우리 집에 과일이 넘쳐난다.


ㅎㅎ 나를 아는 친구나 지인들은 내가 과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그냥 오라고 해도 꼭 과일을 박스로 사 오게 되면서 입은 하나인데 어쩌다 먹으라고 이리도 사랑을 듬뿍 안기는 걸까? 고맙다. 엄마는 이모님 댁에서 얻었다며 단내가 나는 참외를 신문지로 싸서 많이 보내오신 거다.


참외는 청정지역에서 공수한 거라 껍질이 단단하고 속도 좋았다. 난 참외 깍두기를 담그기로 했다.


1. 노란 참외의 겉껍질을 홀딱 벗긴다. 반으로 가른다.

2. 속을 제거하고 4분의 1쪽으로 나눈다.

3. 깍두기 모양으로 자른다.

4. 소금 약간, 멸치액젓 5스푼 (참외 3개 크기) , 마늘 적당히, 고춧가루도 쪽파나 대파 송송

5. 야쿠르트 한 개 투하 슬슬 비벼준다.


참 쉽죠잉~~ 바로 먹어도 달고 맛있다. ㅎㅎ 참외깍두기 김치 완성!! 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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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질 잘해야 한다. 살짝 미끄러웠다. 아님 숟가락이나 포크 사용해도 좋을 듯... 자작하게 국물이 생겼다.




내 사랑 띵똥 씨가 보고프다. 참외깍두기도 주고 싶다.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일은 바쁘다고 했는데 건강은 괜찮은지? 광복절날 남편은 열이 나고 몸살이 와서 많이 아팠다. 급기야 코로나 검사까지 받으러 병원에 다녀왔단다. 다행스럽게 음성 판정이 나왔고 열도 내리고 해프닝으로 지나갔다. 타국살이는 아플 때가 제일 힘들다.


앞전에 올린 내 글'선택은 나의몫'을 읽고 과일값 때문에 좋아하는 과일 못 사 먹을까 봐 걱정을... 했나 보다... 참외로 김치를 담아 먹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데 말이다. 사랑은 꽃보다 현금에 진심을 담고 있는 걸까? 하노이에서 꽃 대신 현금을 보내왔다.(22일 꽃 받는 날 남편과 나는 이런 날 정했다. 투투데이) 바로 오늘 같은 날이 네 번 지나가고 있다.ㅠㅠ


과일 살 때 망설임 없이 사도 되려나? 포도와 복숭아의 계절이다.ㅎㅎ 가을이 오고 있다.


베트남은 꽃값과 과일값이 저렴해서 나처럼 꽃을 좋아하고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살기에는 딱이다. 게다가 하노이는 여름이 긴나라ㅎㅎ가을 같은 겨울이 두어 달 정도 있어서 나쁘지 않다. 합리화의 달인 ㅎㅎ


시간이 멈춘 듯 델타 변이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으니 답답한 현실 속에서 남편과 나의 그리움도 깊어간다.

참외 깍두기를 하룻밤 냉장 보관했다가 다음날 아침 바로 시식했다. 꿀맛이다. 아들도 엄지 척!!ㅎㅎ


나 혼자 먹기 아까워 지인에게 조금 드림하려고 참외 깍두기 들고 만나러 가는 길 소나기후 하늘이 맑게 개었다. 참외 깍두기와 대패삼겹살 물물 교환했다. 빗물에 깨끗하게 씻긴 초록이들이 보고 있었다.


내 작은 오솔길은 물물교환의 장소가 되어 간다ㅎㅎ실크로드? 만남의 길?


맛있는 거 혼자 먹으면 살찐다. 나누고 베풀고 그리고 맛있다고 소문내면 드림하고 그러며 사는 거다.


참외깍두기의 진심은 오늘도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되어 흘러 흘러간다. 어제저녁은 아들과 샤부샤부에 참외깍두기를 맛나게 먹었다.


행복은 참외 단내처럼 스멀스멀 코끝에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