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귤청
카톡 알림이 왔다.
"대문을 열어 보시오"
오잉? 대문 앞에 수상한 박스가 한 개 있다.
아침 일찍 지인이 배달 완료했단다.
사뿐히 들고 들어왔다.
뜯어보니 오잉? 청귤이다.
청귤, 풋귤, 초록 귤, 영귤...
"레시피를 따라 만드시오"
앞전에 쓴 글 '벗기고 또 벗기고'에 이어
이번엔 '자르고 또 자르기'다.
상큼한 주말 칼질만 엄청했다.
앞뒤를 잘라냈다.
연둣빛, 초록빛이 그라데이션 된듯한 청귤.
가을이니까 겨울이 오기 전
면역성과 감기 예방에
비타민c 섭취를 위한 칼질.
탱글탱글하다.
씻고, 닦고, 자르고, 넣고, 뿌리고, 닫고 끝이다.
청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청귤이에요.
바람 많은 제주도에서 태어났어요.
햇살을 듬뿍 받고 자랐어요.
노란빛으로 물들기 전
농부님에게 따여서
트럭 타고,
비행기 타고,
다시 트럭 타고
캄캄한 박스 속에서 잠시 쉬었다가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 턱
으악~~ 멀미 나요!
충청도까지 와 있네요.
따뜻한 손으로 나를 만지더니 내려놓고
그냥 나가시네요.
어디 가세요?
30분 후 들어오시더니
물을 한 컵 마시고는... 예쁜 유리병 두 개를
사 오셨군요 ㅎㅎ 씻으시네요.
커다란 볼에 소금과 베이킹소다를 넣고
휘휘 저으시더니
나를 퐁당 빠트렸죠~
앗 차가워! 친구들도 하나둘 퐁당퐁당
야무지게 빡빡 씻어주더라고요.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아주셨어요.
나를 두세 번 자르고 또 자르더니
솔솔 하얗고 달콤한 눈가루를 뿌려주시네요.
아~~ 눈이 와요! 벌써~~샤랄라라라
새로운 집이 맘에 딱 들어요.
전면이 탁 트인 통유리 집이네요.
친구들도 나를 따라 위로, 아래로,
옆으로, 앞으로, 뒤로 자리를 잡았어요.
하얀 눈가루는 켜켜이 내 몸에서 녹고 있었죠.
마법의 가루인가? 스르르 잠이 오네요.
조만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인사할게요.
오늘 밤엔 불면증 없이 꿀잠을 잘듯하네요.
함께 온 청귤들은 각각 조금씩 달랐고 자르고 나니 색깔도 달랐다.
겉이 좋아도 속이 별로인 것과
겉이 별로인데 속은 알차게 익은 것이 있었다.
청귤 향이 식탁에 가득하다.
유리병 외에 타파 통에도 담겼다.
켜켜이 쌓아진 모습이 너무 예쁘다.
상큼 발랄 파릇파릇...
아이고, 허리야 다리야 손목이야~
엄살을 부려본다.
칼질은 힘들었지만 올가을 내 면역성과
피로 해복, 노화방지, 감기 예방,
다이어트까지... 그대들의 희생을 칭찬하오.
비타민C로 다시 태어날 기다림으로 행복하다오.
짜잔 ~청귤청 완성.
상큼한 월요일 활기차게 시작합니다. 입안에 침 고이시 죠~~~ㅎㅎ 만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