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기고 또 벗기며 사는 여자가 있습니다.
그 여자는 거의 낮이고, 밤이고 시도 때도 없이 벗깁니다. 평생을 벗기고도 여전히 벗기기를 좋아합니다. 오잉? 19금?? 아니고요~ 제목 설정이 쫌... 그런가요? 날도 더우니 시원하게 벗겨보렵니다.
2주 동안 외출 자제에 4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으니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조심해야 하고 집콕하며 할 수 있는 일이 벗기는 일임을? 도대체 뭘 벗기려는 건지? 너무 뜸 들였나요? 천천히 따라오세요.
초인종이 울렸고 미처 비디오폰에 누군지? 확인도 못한 상태로 다가가
"누구세요?" 조용합니다. '어... 올 사람이 없는데?...' 혼잣말을 하고는 살며시 문을 열어봅니다. 박스 하나 달랑 있는데... 누군가 내가 벗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박스 속에 벗기기 숙제가 가득 들어 있었고, 우리 집을 아는 사람은? 남자는 남자인 듯... 인기척만 내고 사라진 걸로 봐서 바로 범인은 짐작됩니다. 집콕하면서 심심할까 봐 일거리를 잔뜩 주고 갔네요. 벗기고 또 벗기며 시간을 보내라는 거죠? ㅎㅎ 박스 개봉박두 짜잔!! 햇 마늘입니다.
벗길 준비 되셨나요?
햇감자는 쪄서 껍질을 벗겨야 먹을 수 있고, 옥수수는 투박하고 질긴 껍질을 여러 번 싸고 있으니 벗겨내서 쪄야 먹을 수 있고, 뽀얀 속살을 감추고 있는 통통한 햇마늘도 물에 담가 껍질을 벗겨야 반들반들 요리든 장아찌든 담아 먹을 수 있답니다. 그래서 소일거리 삼아 낮에도 벗기고 잠이 오지 않는 밤에도 벗겼답니다. 손이 쪼글쪼글... 해질 때까지...
가끔은 집안일이 번거롭고 귀찮지만 까고, 벗기고 하지 않으면 먹거리가 없으니 말입니다. 야한 밤에ㅎㅎ
'이걸 언제 다 벗기지??' 괜히 시작했다는 후회를 하며 눈은 걱정이 많습니다. 그러나 손은 작은 칼끝으로 끝을 다듬고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했고 햇마늘이라 잘 벗겨졌습니다. 물에 30분 불려서 그런 듯합니다. 벗기고 또 벗기고 무한 반복을 했더니 어느새 뽀얀 속살을 드러내는 마늘이 반짝반짝!! 합니다.
이번엔 옥수수 3개 껍질을 벗기니 '어머나, 세상에 보랏빛 찰옥수수입니다. 1시간 반 동안 마늘 껍질 벗기기를 겨우 끝내고 또 옥수수를 벗겼습니다. 그리고 찜기에 올려 쪘습니다. 그러는 동안 양파도 껍질을 벗깁니다. 여름철엔 입맛 없으니 새콤 달콤 시원한 야채 피클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양파껍질을 벗기고 나서야 손을 씻었습니다. 감자는 내일로 미루고 벗기기를 이만 끝내려는데...
껍질 벗은 옥수수가 어찌나 맛있던지? 한 포대를 더 사 왔습니다. 날도 푹푹 찌는데 옥수수 껍질 벗기기를 하다가 땀 벅벅이 되고서야 멈췄습니다.
'이건 아니라고 봐' (KBS '오케이 광자 매' 아버지 )ㅎㅎ 대사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이참에 대파도 벗기고 냉장고 속 오이도 살짝 껍질을 벗겨냅니다.
지인 찬스의 공짜 야채들이 오늘도 서로 벗겨달라고 시위를 하니 말입니다. 상추의 계절이 지나니 마늘과 양파와 옥수수의 계절이 왔음을... 실감합니다. 이전에 한국에서 살 때는 일을 한다는 핑계로 반찬이며 김치며 이런저런 것들을 공수해주시는 친정엄마와 시어머님이 계셨고, 베트남에 가서는 일손을 돕는 엠 어이(파출부)가 있으니 마늘 까기며 김치를 담그는 일은 별로 안 하고 살았답니다. 반성문이라도 써야 하나요?? 너무 편하게 살았답니다. 뒤늦게 고마움을 알아갑니다.
벗기기의 끝판왕으로 마무리!!
벗기기도 정말 힘드네요. 베트남에서 찜통더위에 뽁뽁이를 휘감고 한국으로 날아온 너를 벗겨 주리라. "어허 호락호락하지 않네요. 벳남 산이라, " 꽁꽁 묶인 것을 벗기고 벗기고 또 벗기고 숨통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끝내, 홀딱 벗겨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씌워주었더니 정신줄 놓았는지?? 비행기 멀미를 심하게 했는지? 해롱해롱 공이 안 맞네요. ㅎㅎ얘도 시차 적응에 2주 격리 끝내야 될 듯요~ ㅎㅎ
주부 여러분, 그리고 집안일 잘 돕는 남편님, 아드님, 따님... 그리고 친정&시어머님들 이더 위에 이것저것 벗기느라 고생 엄청 하십니다. 벗기고 또 벗기며 살아온 날들 짝짝짝 박수를 보냅니다. 덥고 답답하시다고 짜증 내지 마시고 시원하게 수박화채라도 드시고 벗기시길요 벗기기가 계속되어야 삶이 풍요로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