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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삼총사

명품 여행~

by 아이리스 H

2018년 2월 2일~2월 9일간의 이탈리아 여행

7박 8일 잠시 운동화를 신고 신데렐라가 되었던 행복했던 시간!!

여행 첫날 커다란 무지개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우리는 31명의 명품 여행객 속에 끼여 이탈리아에 무사히 도착했다. 성악전공을 하기 위해 유학을 왔다가 훌륭한 성악가 대신 가이드가 되셨다는 분을 만났다. 이탈리아의 여행은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하루하루 기적 같았다.

숨 삼키며 사는 인생에

쉬움이 어디 있기나 할까?

두둥!!

로마로 12시간을

날아간 미녀 삼총사

한바탕 웃고 떠들며

르네상스 시대의 숨결과 마주했다.

슬로시티 오르비에토

두오모 성당

수상도시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 축제

밀라노.. 폼페이.. 트레비 분수

성 베드로 성당

피사의 사탑...

가물가물 역사를 더듬더듬


오드리 헵번 될뻔한 여자 셋의 발자취를.. 적어본다.


S맘 J맘 M맘은 미녀 삼총사라 우기는 갱년기 아줌마들의 둘째 아이 이름의 끝자 이니셜이다.

누구의 엄마로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 많은 역할을 해낸 슈퍼우먼으로 이십여 년을 살아냈다.

참고로 난 M맘이다. 워킹맘으로 살면서 둘째 아이가 6학년 되던 해 고양시에서 서울로 이사를 했다.


학부형 총회에서 처음 만나 소모임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읽히고 간간히 만나 수다도 떨고 식사도 하며 친해졌다. 우리 셋은 동갑내기다. 10명쯤의 인원이 모였고 점차 서로 마음이 통하고 말이 통하고 자녀 교육관이 통하는 우리 셋은 더 친밀감과 신뢰를 쌓으며 친해졌고 급기야 여행을 함께 다니며 세상 구경을 시작했다.


6학년 아들은 어느새 성인으로 자랐고 사춘기 중. 고 시절 지나 대학 졸업반이 되어 갔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바다로 산으로 가끔씩 놀러 다녔다. 비행기를 타고 가까운 일본도 다녀오고 내가 거주 중인 베트남에도 왔다 갔다. 그렇게 13년 지기 친구로 한 침대에서 둘이 또는 셋이 자도 편해졌다. 속옷을 다 벗고 목욕탕으로 사우나로 마사지 샵으로 수영장으로 소꿉친구 보다 더 친하게 바쁜 일상 속 여행을 함께 했다.


그러던 중 드디어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기로 했으나 서로의 일과 스케줄이 조율되지 않아 몇 번이나 날짜를 변경하였고 급기야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춥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알고도 무작정 떠났다. 우리는 남편에게 두 아이를 맡긴 채 집을 탈출했고 주부 9단 우량 주부에서 잠시 불량주부로 변신했다. 비행기표를 몰래 끊어두었고 함께 부었던 적금도 탈탈 털었다. 두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가 빠듯했지만 3년 동안 조금씩 모은 돈으로 우리는 나를 위한 힐링 여행을 감행했다. 미녀 삼총사들은 그렇게 로마에 갔다.

KakaoTalk_20201129_000314364.jpg 이탈리아 베니스


모처럼 우리들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남편 뒷바라지와 두 아이를 키우며 살아온 이십여 년 삶을 뒤로하고 로마에서의 첫날밤

우리 셋은 한 방에 머물렀다. 가위 바위 보로 침대자리를 정했다. 사회시간에 역사시간에 배웠던 로마에 와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호호호 깔깔깔 웃음소리가 호텔방에 가득 찼다.


샤워를 하고 헐렁한 잠옷 차림에 화장기 뺀 얼굴에 영양 크림 듬뿍 반질반질하게 바르고 홍삼진액을 하나씩 나눠 먹었다. 소중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내일의 여행을 위해선 자야 했지만 낯설고 어색함에 잠이 오지 않았다 어느새 커버린 딸들이 엄마에게 여행 잘 다녀오라고 용돈에 편지글을 빼곡히 적어 감동을 주었다.


딸 없는 나는 그나마 남편에게 받은 달러를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서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마음껏 쓰라며 건네준 남편의 카드도 가져왔다며 "우리 한국으로 돌아가지 말고 여기서 눌러살까? "하며 웃음을 주었다. 그렇게 여유자금을 확보한 우리들의 명품 여행은 하지만 발품 여행으로 마무리했다는 웃프(웃기고 슬픈 이야기)다.

진짜 진짜 명품 아이스크림


돈 쓸 줄 모르는 삼총사들.. 간이 콩알만 해져 지르지도 못하고 샐러드 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몇 병씩 사고 레몬 사탕과 초콜릿으로 채운 트렁크 가방이 웬 말이냐? 프라다가 울었을 듯 가는 곳마다 명품샵이 즐비했건만 우리의 눈은 역사가 숨을 쉬는 그곳의 오래된 성당의 천정과 성벽 그리고 멋진 조각 작품들과 그림 하늘과 바다로 연결되는 풍경들이 더욱 가치로운 명품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에 마음껏 눈과 마음에 담느라 명품을 사지 못했다.


스파게티의 나라에서 한국 고추장에 사발면을 호텔에서 커피포트에 끓여 먹다가 전기 과열로 호텔이 불날 뻔했다. 진정한 코리아 스타일이다. 벤츠 리무진을 탈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날은 비가 보슬보슬 내렸다. 자동문이 열리고 기사가 우산을 받쳐주며 손을 내밀면 살포시 내손을 올리는 영화 속 주인공을 상상했건만 기사는 팔목을 잡아끌어당겼다. 빗속에 미끄러질 뻔.. 그 후 이탈리아 남자들의 매너는 없는 걸로 내 남자가 최고인 걸로 정신 바짝!! 날씨 탓에 기분도 꿀꿀했다는...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의 버스 속 수다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가족 동반한 여행은 제발 2박 3일로 하길 바란다. 셋째 날 이후 가족들은 슬슬 지쳐갔고 급기야 버스 안에서도 남남이 되거나 사진 찍는 구간에서도 억지웃음을 지으며 따로 사진을 찍는가 하면 말도 걸지 않고 사라지는 등.. 많은 해프닝을 보았다. 우 리셋을 다 부러운 듯 쳐다봤고 급기야 오지랖이 발동하여 트러블이 있는 가족의 중재 역할을 해 주기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 이탈리아에서의 여행을 함께 하며 새로운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고 보듬고 사랑하며 잘 지냈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더더더 보고 더더더 느끼고 싶은 로마의 숨결...

기울어진 피사의 탑만큼이나 우리의 삶도 기울어져 있지만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이 담고 기울어진 채로 버티는 탑을 보며 지나간 것은 지나간 데로 의미가 있음을 노래 가사처럼 내 마음에 와 닿았다.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며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했으나 코로나로 전 세계가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으니 당분간은 잠잠히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하련다.

꽃다운 청춘을 바쳐 일궈낸 가정과 빛나는 50대 여행자로서의 삶도 만끽하며 눈물 나도록 힘들었을 때를 함께 해준 인생의 소풍길에 만난 친구들 덕분에 덜 외롭고 덜 슬프고 덜 고단했다. 함께 하는 여정 속에 남편들도 잘 살아냈고 S맘(딸딸), J맘(아들딸) , M맘(아들아 들) 안 맞은 듯 잘 맞는 환상의 궁합으로 우리는 긴 시간 눈물을 닦아주고 함께 울어주고 웃어주며 시원한 맥주 한잔에 속풀이를 하며 살았다.


명품 가방, 명품 구두, 명품 옷가지는 우리 손에 없다. 함께한 여행객들의 손에 들려진 여러 개의 쇼핑백이 비행기에 탑승하려고 할 때쯤 이제 이탈리아여 안녕을 고하는 순간에 보였다. 하지만 이미 늦은 때라는 걸... 아쉬움을 뒤로 한채 우리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는 명품을 못 산 게 아니라 안 사 온 진정한 명품 여행을 즐긴 바보들임을 인정했다.


여행 후 많은 사진들을 음악과 영상으로 편집해준 아들 덕분에 언제나 볼 수 있어 참 좋다. 이탈리아의 가면축제는 덤으로 즐겼고 가는 곳마다 찍어놓은 사진은 추억이 되었다. 남는 게 사진뿐이라더니... 그해 겨울은 엄청 추웠지만 우리는 따뜻했었다.


지구 저편에서 함께 먹었던 본젤라 아이스크림처럼 미녀 삼총사의 우정은 달콤함이 마음속까지 전해져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다. 언제든 스르르 녹아서 입안 가득 행복을 줄 수 있을 만큼 뜨겁다.


KakaoTalk_20201127_235925737_02.jpg

사진 속 그날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이탈리아는 너무 아름다웠다. 베니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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