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아 다행이야!

너도 나처럼~평범하길...

by 아이리스 H

대학 수능 시험이 두둥 ~

2021년 11월 18일 바로 오늘이다.


수험생들의 아침은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와 햇살 가득한 날이 될 수 있으려나? 날씨는 포근하다고 한다. 지금 1교시 국어 답안지에 마킹을 하며 차곡차곡 쌓아온 실력을 잘 발휘하길 바란다. 내 마음이 두근 거린다. 기억 속에 생채기 난 마음이 스멀스멀 입시철이 되면 생생하게 수면 위로 떠오른다. 코로나와 함께 하는 수능이 잘 마무리되길 바라며 마음을 나누고 싶다.


11월 11일의 잔상...


오후 3시, 맑았던 하늘이 회색 구름을 몰고 오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 바람이 스산하게 분다. 큰길로 갈까? 작은 길로 갈까? 망설이다가 군자 대로행 그래 큰길로 가자.


세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생각보다 춥다. 집안에서 분명 햇살을 확인하고 나왔건만 햇살에게 속았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말까? 급기야 빗방울까지 떨어진다.


반쯤 왔는데... 어떡하지? 망설이다가 돌아섰다. 돌아서 가다가 다시 돌아섰다. 가던 길 다시 가고 있다. 오늘따라 이게 뭐야 ㅠㅠ 숫자가 1111인 날 특별한 일이 생긴 듯 하늘이 나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날씨에 따라 내 마음이 계속 변하고 있다. 변덕쟁이 날씨는 오늘따라 가파르게 변심을 보여준다. 저쪽 하늘은 맑고, 이쪽 하늘은 흐리고, 우왕좌왕 나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 바람도 차고 비도 오락가락 하니 갱년기 아줌마는 집 나온 걸 후회하는 중이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난 나의 길을 가련다. "해님아~~~~ 나와주렴 너무 춥다 추워... "

난 혼잣말을 하며 "난 몰라 아아아 바람 아아 멈추어다오 비야 너도 제발 멈추어 다오" 우산도 없이 나온 큰 길가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 혼자 걸어가고 있다. 동서남북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을 원망하고 있다.


하늘은 누구 편일까?

나의 지금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 바람과 비에게 지고 싶지 않다.

KakaoTalk_20211115_215059169.jpg 아파트 쪽 바로 위에 토막 난 무지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품고 살았다.


인생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었다. 두갈 레 아니 세 갈래의 길에서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 탄탄대로를 꿈꾸며 오르막 내리막길을 만났다. 진흙탕길에서도 장화를 신고 처벅처벅 걸었다. 오솔길에서 행복도 맛보았다. 좁은 길도 만나고 앞이 콱 막힌 길을 돌아 나와야 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만약 내가 원하는 길을 잘 찾아갔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나았으려나??


어릴 적 특별하게 눈에 띄지도 않았고, 그럭저럭 살만 한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언니와 남동생 둘이 있었던 둘째 딸로 자랐다. 평범함이 몸에 베이고 특별하지 않음으로 아무 일 없이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특별해지고 싶었다. 공부도 열심히 해보았고,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도 배웠다.


못하는 건 별로 없지만 잘하는 것도 뛰어나게 내세울 것도 없는 그런 나였다. 대학입시를 치르기 위해 먼길을 떠나야 했다. 힘이 있어야 한다고 소고기에 미역국을 밤새 끓여 새벽밥을 주신 엄마는 아침 일찍 길을 나서는 딸에게 시험 잘 보고 오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가느라 멀미를 심하게 했던 나는 긴장을 한탓인지? 체하고 토하고 난리가 났다. 그해 대학 입시를 망치고 말았다. 그 이후 소고기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 그게 뭐라고..


아련한 입시에 대한 추억은 나를 한 동안 동굴 속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 원하지 않는 대학에 합격했지만 난 가기 싫었다. 점수에 맞춰서 아무 대학이라도 가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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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쓴맛을 일찍 알아버린 덕분에 난 더 열심히 사는 법을 터득했고 서울로 올라가 열심히 살면서 공부를 하여 두 개의 학부를 갖게 되었다. 느지막이 나의 작은 꿈을 이루었지만 입시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결혼 후, 두 아들의 엄마로 살면서도 특별하길 원했다. 큰아들에게 영재교육을 시켜보라는 권유를 받았고 테스트를 받았지만 돌아서 나왔다. 특별하게 키우기보다는 행복하고 평범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주위의 엄마들을 보며 이래도 되나? 갈등이 되었다. 특별하고 비범하게& 평범하고 행복하게를 선택해야 했다.


엄마 아빠가 보통사람이고 평범하니 특별하기를 바라는 게 욕심 같았다. 80점을 맞다가 90점을 맞아오면 칭찬해주었고 행여 70점을 맞아도 혼내지 않았다. 100점이라도 맞으면 호들갑을 떨며 좋아했다.


"엄마, 공부 재미없어요... 학원 가기 싫어요"

"그래, 학원비 아껴서 치킨 사 먹고 놀자"

"엄마, 나중에 훌륭한 사람 안되면 어떡해요?"

"괜찮아, 보통사람으로 살면 되지"

"엄마, 대학 떨어지면 어떡해요?"

" 뭘, 그럴 수도 있지 다시 도전해야지"

"엄마, 무슨 학과를 가야 할까요?."

" 글쎄다, 자격증이 있는 학과가...."


아들의 걱정이 쌓여갈 때마다 난 더 당당하게 특별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며 너는 소중한 존재이고 뭐든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강조해 주었다. 늘 긍정적인 생각과 마인드를 심어주려 노력했다. 입시한파가 마음에도 찬바람을 불고 오는 듯 잊고 살았는데... 이맘때가 되면 마음 한편이 휑~ 하다.


두 아들은 게임도 엄청 했다. 잘 먹고 잘 자고 나름 최선을 다했다지만 그리 특별하지는 않았다.


대학입시 그거 별거 아니다. 인생길 아직 초입에 서 있을 뿐이다. 행여 실수라도 해서 재수를 하더라도 괜찮다. 조금 늦게 걸어가도 되고 그 길 위에서 마음을 잡고 다시 걸어도 되고 다른 길로 가면 좀 어떤가? 특별하지 않아 다행이었는데... 요즘 특별해지고 있다. 참 많이 기다려 주었더니 청춘들이 꽃을 피워 내고 있다.




비바람이 멈췄다.

하늘은 온전히 내편이었다.


우연하게 만난 토막 난 무지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추슬렀다. 가던 길 그냥 가는 거야 ~~ 비 좀 맞으면 어때 바람과 맞서서 큰길로 큰길로 씩씩하게 걸어서 도서관에 잘 도착했다.


나에게 셀프칭찬을 하며 참 잘했다고 어깨를 두드려 준다.ㅎㅎ 햇살이 내 등을 비춰주었고, 작은 바람이 나를 밀어주었다.


짧은 순간 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에휴~~ 숨 고르기를 하며 북카페에 들러 따뜻한 라테 한잔을 바라보고 있다. 때 이른 추위가 낯설다. 작은아들이 때마침 톡을 한다. 마더 마더 ㅎㅎ

" 엄마, 한국 살만 해? "

"응, 그래도 아빠랑 너에게 갈 거야"

"엄마, 라테 맛있어?"

" 응, 그래도 울 아들이 보고 싶네"

"엄마, 행복해 보이네"

"그래? 너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엄마, 나 일이 힘들지만 뿌듯해"

"다행이다. 특별하지 않아도 사는데

별 문제없다니까... 걱정 마"


세상에 100억 아니 1000억을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있다면 자식이 아닐까? 내가 만약 큰 꿈을 이루기 위해 결혼을 선택 하지 안 했더라면 엄마가 될 수 없었고, 가족도 없었겠지 하지만 난 소중하고 행복한 삶을 택했고 힘들고 어려웠던 길에서 울지 않고 쓰러지지 않고 나의 길을 걸어왔다.



빈 가방, 빈 마음

가벼워서 행복했다.


따스한 차 한잔으로 온몸을 녹이고 책을 반납하러 갔다. 하루 연체로 책은 빌릴 수가 없어서 햇살 드는 곳에서 한 권의 책을 읽고 가벼워진 가방을 메고, 돌아오는 길 큰길 말고 오솔길을 택했다. 작고 예쁜 그 길 위에 행복이 내려앉았다.


책 3권을 반납했으니 텅 빈 가방이 가벼웠고, 큰길에서 세찬 바람에 맞서지 않고 오솔길에서 작은 바람을 이기며 돌아오는 길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평온했다. 낙엽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이 세상 너뿐이야!


하늘이 어느새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뭉게구름이 하얀 솜사탕처럼 부풀어 있었다. 텅 빈 가방에 떨어진 잎사귀들을 주워 담아도 가볍다. 욕심을 비우니 한결 발걸음도 가볍다. 노란 은행나무가 줄지어 있는 작은 2차선 도로를 나 혼자 걸어도 두렵지 않았다.


인생의 탄탄대로만 꿈꾸고 있는 건 아닌지?

나는 작고 소박한 오솔길을 걸으며

큰마음을 품고 살려한다.

나누고 베풀고 그리고 부족해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의 길을 걸어가려 한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은
참 멋진 일이야!
KakaoTalk_20211115_215012846.jpg 도서관에서 집으로 가는 작은 길 2021.11.11


특별하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

너는 특별하다고...

걸어가다 보면 좋은 날도

힘든 날도 있을 뿐이다.


정말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수능시험을 위해 엄마도 아빠도 딸도, 아들도...

결과보다 과정의 소중함을 알게 되길... 나의 길을 천천히 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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