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왼쪽이 브레이크인가?

이런 날이 올 줄이야~~~

by 아이리스 H

"엄마! 내려오세요 ~주차장으로"

"뭐라고? 지금? 진짜?"

아들이 새해 첫 휴가를 받았다.

"깜짝이야! "

"드라이브 가게요~"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대학 졸업 후, 인턴을 마치고 취업을 하고 3개월 만이다. 차를 사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안된다며 반대를 하던 중이었다. 면허증을 따고 도로주행 연수 후 자신감이 수직 상승되었다. 게다가 연말 보너스와 월급으로 여유로운 듯했다.


운전경력 제로인 상태로 자동차보험을 드는 일은 꽤 많은 보험료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고 할부로 새 차를 구입하기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었다.


기어이 자동차를 리스했다. 저렴한 경차를... 비싼 차를 눈요기만 하고 마음을 비웠다. 결핍은 아들의 정신을 살리는 일이라 생각한다. 마음 같아서는 좋은 차를 사주고 싶지만 참았다. 자립을 꿈꾸고 혼자서 뭐든 해내려는 의지를 지켜보는 중이다.


아들과의 드라이브라니... 이런 날이 올 줄이야~마음이 이상하고 침이 바싹바싹 마른다. 일단 안전벨트를 매고 운전석 옆에 나란히 앉았다. 출발!! 어디로? 아산 신정호 근처로 일식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두둥~~ 아들은 운전대를 잡고 자연스럽게 시동을 켜고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꼴깍꼴깍 마스크 속에서 침만 삼킨다.


두근두근~~ 내 마음은 방망이질을 하고 있다. 좋아서 아니고 불안해서 두 주먹을 꼭 쥐었다. 괜찮겠지...


어머나~~~ 우회전 우회전 우회전이었는데... 우회전 패스! 우회전 굿! 우회전을 놓치고 바로 직진을 해버렸다.


어떡해~~ 엄마, 드라이브니까 호수 한 바퀴를 그냥 돌자며 너스레를 떤다. 아니야 그건 아니지... 차를 돌려


그래그래~~ 유턴할 곳을 찾아 차를 돌렸다. 오 홀 제법이네... 칭찬을 했다. 그제야 긴장을 했던 아들도 불안했던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숨 고르기를 했다.


다시 목적지를 향해 방지턱을 쿵쾅 거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잘 지나갔다. 우회전이 좌회전으로 바뀌고 작은 길로 들어섰다.


이제 주차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연??

"엄마, 아무래도 나 아빠의 피가 흐르고 있나 봐..." 자신감에 미소를 짓는다. 주차도 잘했다. 아빠를 닮아 운전을 잘한다고? ㅎㅎ




연어초밥을 먹기 위해 신정호로 아들과 차를 타고 올 줄이야~~ ㅎㅎ 아들도 나도 배고팠고 긴장한 탓인지 맛나게 잘 먹었었다. 게다가 아들이 계산까지 했다.


이래도 되나 싶지만 행복은 이런 거였다. 키워놓은 보람을 느끼는 거~ 공짜 점심도 얻어먹는 거~함께라서 더더 좋은 거~~ 커피를 마시러 카페로 이동했다.

아들은 카페라테 난 페퍼민트


아들은 열심히 일하고, 쉼표 찍는 법을 알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돈 벌고 돈 쓰는 법도... 엄마를 위해 시간을 낼 줄도 안다.


팔짱을 껴보니 남편보다 훨씬 크고 듬직하고 뿌듯하다. 큰아들은 늘 기대가 컸고 나도 엄마를 처음 해보는 거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초보운전처럼 서툴고 어색한 육아였다.


그럼에도 어느새 이렇게 커서 기쁨이 되어주다니... 멋지다. 카페라테를 사줬다. 난 페퍼민트로... 물 멍을 때리려는데 영하의 날씨에 호수가 얼었다.


살얼음 언 호수를 바라보아도 좋은걸 어떻게... 아들과 엄마는 웃는다. 사랑도 듬뿍 줬지만 때로는 상처도 주었기에 우리는 이제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하는중이다.


"엄마, 첫 운전 어땠어?" "응, 좋았어, 생각보다 운전 센스도 있고, 방어운전도 하고, 시야도 넓게 볼 줄 알고 이 정도면 차를 사도 되겠다 "


폭풍 칭찬을 받더니 , 하노이 동생에게 페이스톡을 해서 자랑 삼매경이다.

오랜만에 두 아들이 살얼음 된 내 마음을 녹였다. 스르르~내마음은 봄이다.

아산 신정호 살얼음이 되어있다.


아들에게 쇼핑을 가자고 제안했다. "오케이! 가요 어디든..." 아들은 다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아들은 흥얼흥얼 나의 가요 애창곡 "보랏빛 향기"를 따라부른다.


그대 모습은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왔지...로 시작하는 강수지 노래를 틀어준다.

오래된 7080 노래를 골라 골라 묶어왔다., 기분도 좋고 마음도 편안해졌다.


나의 왕초보 운전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후덜덜 거리며 운전대를 불끈 쥐었던 내모습 ㅎㅎ


청바지와 목폴라 니트를 사고 반팔 티셔츠를 고른 후 계산도 척척 한다. 이제 다 컸다. 해줄 게 없다. 뿌듯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드라이브를 무사히 마치고 왔다. 몸도 마음도 훌쩍 자라 있는 아들이 고맙다.




엄마의 욕심을 채워주고, 힘들다 내색하지 않고 이겨내 준 아들 혼자서 4년쯤 홀로서기를 하며 외로움과 힘겨움을 호되게 훈련받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혼자서 학업을 마치고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살았다. 이제는 정말 독수리가 되어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아 살아남아야 한다. 아들에게 더 바라는 게 없어지다니... 신기하다.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오기도 한다. 힘든 날들이 바람처럼 지나간다고 그러더니... 아들이 운전하는 차에 승차감은 행복함이다.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만두를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튀겨냈다. 둘이서 호호 불며 맛나게 간식을 먹었다. 둘이서 이렇게 마주하고 웃을 수 있어 감사하다.


"엄마, 랩 불러줄까?"


아들은 엄청 빠른 비트의 랩을 좋아한다. 오래간만에 아들의 랩을 들으며 휴가를 즐기고 있다. 초보운전자나 녹색 면허 운전자나 별 차이가 없다. 아들이 기분이 좋으니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안전한 운전자가 될 때까지 극한 초보의 삶을 잘 견디어 주길... 혹시 길에서 이 글씨를 달고

운전하는 사람을 보신다면 초보 운전 시절을 생각하셔서 양보운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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