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거니 받거니...
새해가 되니 덕담을 주거니 받거니...
대문 앞에 택배가... 선물을 하기 위해 내가 산 것도 배달되었고, 연말 즈음 내 생일에 붙였다는 선물이 뒤늦게 도착하여 새해맞이는 행복이 줄줄이 따라오는 별 사탕 맛이다.
행복의 빗장이 삐그덕 열리더니 임인년 새해를 맞아 첫 손님이 오기로 약속되어 바빴다. 17년 공무원 생활의 마침표 찍고, 첫 쉼표를 찍으러 아산으로 내려왔다. 그만두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가족들의 생계가 막막한 가장의 삶의 선택은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길고 긴 터널을 지나 이제야 용기를 내고 자신을 돌아보니 만신창이 된 몸과 너덜너덜해진 마음의 상처가 남아 있을 뿐... 그럼에도 한 달만 쉬고, 또다시 삶의 전쟁터로 복귀해야 한다. 공무원 생활은 아니지만 코 시국에 새로운 사업 시작도 만만치는 않겠지만 일단 쉬어가기로 했단다.
연말, 바쁘고 힘들게 짐 정리를 했다더니 얼굴에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나타났다. 그럼에도 나를 위해 비타민과 눈 영양제를 챙겨 오다니... 그 마음이 빛이 났다. 고생 많았다. 애썼다. 토닥토닥 위로 한 움큼을 주거니 받거니...
늦은 점심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했다. 혈압과 당뇨에 좋은 야채식 월남쌈을 해주려고 야채를 다듬고 썰고... 앞날의 계획과 새로운 일을 준비하면서 모든 일이 순풍에 돗단듯 항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무지갯빛 월남쌈에 꾹꾹 돌려 담았다.
가까이에 사는 막내 동생네 부부도 불렀다. 고기 대신 베이컨과 햄을 끓는 물에 삶아 냈다. 메모지에 적어서 재료를 샀건만 칵테일 새우를 빠트렸다는... 찐 야채 위주의 월남쌈이 되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일단 빨강, 주황, 노랑 파프리카 썰고, 초록 오이 두 개 썰고, 그린 깻잎 썰고, 무싹은 씻고, 적색 양배추 썰고, 당근도 채 썰어 살짝 숨만 죽일 정도로 볶았다. 새콤달콤 파인애플과 귤도 모양대로 썰어 두었다.
월남쌈은 칼질만 할 줄 알면 누구나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손쉬운 요리다. 월남쌈과 소스만 준비하면 끝이다. 접시에 색이 겹치지 않게 둥글게 담아낸다. 상을 펴고 두 접시를 올려두었다. 하노이 가기 전에도 즐겨 먹었던 우리 집 단골 메뉴다.
아들들은 귀찮다며 싸 달라고 하기도 했지만
뜨거운 물에 라이스페이퍼를 담가 젖힌 후 골고루 야채를 넣고 돌돌 말아 소스에 찍어먹으면 된다.
야심 차게 준비한 계란 부침은 브런치 속 송영희 작가님의 계란부침을 응용한 아이리스의 작품이다. 제목은 햄말이 한아름 꽃바구니.. 겨울이라 꽃값이 너무 비싸다. 수고했다!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을 꽃 대신 프라이팬에 듬뿍 담았다.
한쪽 피자 모양으로 잘라 넣고 돌돌 말아 월남쌈을 만들어 소스 찍어 먹으니 음~입안에서 햄꽃과 야채들이 서로 어울려 신나게 춤을 추는 맛이다. 손님맞이 조촐한 한 끼는 마무리되었다. 오랜만에 여럿이 모여 음식을 나누니 너무 좋았다.
평택항으로 바다를 보러 갔다. 멀리 서해대교가 보인다. 바다로 떠났던 배가 들어오고 나가는 것처럼 우리네 삶도 들고 나고의 반복과 함께 살아가는듯하다. 이곳 전망대는 코로나로 잠시 패쇠되었고 15층에 몬테 비안코 레스토랑이 있었다. 탁 트인 시야에서 바다를 보며 노을을 즐기면 좋은 곳이지만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천천히 음식을 먹는 동안 바닥이 조금씩 미세하게 움직인다. 바다전망을 앉아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빙 둘러 바다전망을 보니 힐링되었다.
힘겨웠던 삶을 달려오느라 급급했던 지인을 위한 특별식이었는데... 연이어 오는 전화들... 끝난 게 끝난 게 아니었다. 열쇠를 찾느라, 또 다른 것들을 물어보느라, 새해인사로 핸드폰을 받느라 바빴다.
쉬어가도 되는데...
상황과 여건은 여전히 쉼표가 아닌
일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고르곤졸라 피자는 꿀맛이었다.
그래도 바다만큼 넓은 마음과 생각으로 멋지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진심이 닿기를... 면역성에 좋은 토종꿀을 지치고 피곤한 지인에게 드림했다. 이사 후 새해 첫 집들이라며 봉투를 받았다. 난 그 돈을 알뜰히 다 썼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주거니 받거니...
돌아가는 길, 꿀처럼 달콤하길...
지인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분홍색 택배박스가 나를 반긴다. 풀어보니 "어머나, 세상에... 하얀색 운동화다. " 보낸 마음 감사함으로 받았다.' 별로 해준 것이 없는데... '
그저 긴 세월 눈송이처럼 조금씩 나누고 베푼 마음들이 눈덩이가 되어 돌아왔다. 사랑도 행복도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건가 보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주거니 받거니 안 했으면 좋겠다. 좋은 것만 주거니 받거니...
삐그덕 열린 새해의 문턱을 행복이 넘어오고 있다. 주거니 받거니 그게 행복임을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