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하우스
2020년 12월 16~18일
NA 야 NA~내 삶의 주인공은 나.
드디어 3일간의 강행군이 무사히 끝났다. 설렘으로 시작된 공연은 감동과 뿌듯함을 주었다. 여러 차례 리허설 준비로 격주 일요일에도 연습이 있었다. 아마추어와 프로가 뒤섞인 무대이다 보니 연습만이 살길이었다. 수고와 애씀을 누가 인정 해 주지 않아도 그저 실수를 면해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참여했다.
베트남 하노이 오페라 하우스는 한국의 예술의 전당과는 차이가 있지만 나름 멋진 외관과 내부시설이 고급지다. 천정의 울림도 좋고 조각해놓은 장식도 궁전 느낌이 든다. 아마도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세워진 건축물이라 이국적인 느낌도 폴폴 풍긴다.
오케스트라 구성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휘자를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의 악기 배치를 정확하게 보고 알게 되었다. 음악회에 가면 늘 곡을 듣고 감상만 하며 '참 좋았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했었다.
대기하고 리허설하고 무대공연 하기까지 의상과 화장 머리손질까지 스스로 챙기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마추어이길 잘했다 싶다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했고 주연도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2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도 다양했고 태어난 나라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되어 베토벤의 합창을 독일어로 이곳에서 부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한국엔 코로나가 극성이지만 베트남은 그나마 개인위생과 마스크 착용 의무만 지키면 공연은 허용되었다. 난 클래식보다 사실 가요가 좋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 참여하면서 현악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것도 저음의 콘트라 베이스에 울림은... 바이올린처럼 높은 음색과는 색다른 맛을 선사했다. 이제 나도 저음의 소리가 매력적으로 들릴 때인가 보다....
둘째 날, 둘째 아들은 베토벤 공연을 보기 위해 분홍 장미와 어우러진 진분홍 장미를 한 아름 안고 나타나 나를 기쁘게 해 주었다. 남편은 바쁘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다. 평일 저녁 공연이니 남편은 시간 내기가 힘들었을 거라 이해했다. 아름다웠던 선율보다 예쁜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인증숏을 찍고 나니 고생스럽고 힘들었던 기억이 사라졌다.
셋째 날, 몸상태가 좋지 않아 빠지는 사람이 생겼고 '나도 힘들다' '쉬고 싶다'몸도 마음도 지쳐 갔다. 더운 나라에서 패딩을 꺼내 입을 정도로 기온이 떨어져 엄청 추운 3일간의 이상기후로 목도 상태가 별로였다. 어쩌지? 나도 빠질까?? 고민하고 있는데...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언니, 저랑 오늘 같이 가요~ 어디서 만날까요?"게으름 부리며 망설이고 있는 간사한 내 마음에 마침표를 찍어준 합창단 동생의 한마디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래, NA 야 NA... 벌떡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감고 꽃단장하고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택시를 탔다. 어찌나 길이 막히던지... 동생과 나는 배고픔을 작은 사이즈 피자 두쪽과 콜라로 채우고 대기실로 향했다. 이미 대기실은 무대 설 준비를 끝내고 있는 단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티 안 내고 빨간 립스틱을 꺼내 발랐다.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살아왔던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였음에 오늘도 합창단원 속에 끼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
포기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나에게 손 내밀어 주었고 나는 그 손을 잡고 후회 없이 3일간의 공연을 잘 마쳤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오페라하우스에 차가운 공기를 뜨겁게 달궈 놓았고 어느새 바람 빠진 풍선처럼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하늘을 훨훨 날아가는 헬륨 풍선이 된 듯 가벼웠다. 다른 일을 병행하며 아마추어 합창단을 하는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고 손을 잡아주며 수고했어! 한마디에 다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찾았다.
프로이데!!(환희여) 프로이데!!(환희여) 목청껏 불렀던 노래는 공기 중으로 분산되어 날아갔지만 그 기억은 추억이 되어 내 마음속 한편에 저장되었다. 함께 했던 하노이 여성합창단과 한인들... 특히 하얀 지휘봉을 열렬하게 흔들며 관객들을 압도했던 카리스마 있는 일본인 지휘자님과 소프라노, 엘토, 베이스, 바리톤 솔로로 멋진 공연을 펼친 그분들의 열정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북까지... 악기를 자유자재로 연주하며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했던 악기 연주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근성에 또 한 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짝짝짝!!!
코로나 바이러스로 뒤늦게 시작된 4개월간의 맹연습이었지만 나에게 좋은 기회였고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사실 작년에도 기회가 주어졌으나 나는 다른 일로 참여하지 못했다. 올해는 상황이 좋지 않아 공연이 취소될 수도 있었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소중하고 귀하게 사용했다.
이 안에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