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유행가 가사처럼 그렇게 살고 싶지만
함께 있을 땐 소중함을 잘 모른다.
부모도, 부부도, 형제지간도, 자식도
친구마저도 정말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연휴가 끝나던 날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두 남자
아들은 이불 킥을 날리고 ㅎㅎ 외출을 했다.
남편은 여전히 침대를 사랑하고 있지만
난 어디든 나가려고 꽃단장중~
연휴에 집을 나서면
고생길이 반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무료함을 달래고자 사람 구경을 하고자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하노이에서
제일 큰 호수로 나들이를 갔다.
호떠이(서호) 떠이 호라고 부른다.
벳 남인들도 물 멍을 즐기러 오는 곳이며
관광객들이 꼭 들려볼 만한 호수다.
처음엔 바다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하노이는 호수가 많은 도시답게
곳곳에 크고 작은 호수들이 많다.
코로나로 이곳도 봉쇄가 되고 거리두기로
식당과 카페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가
이제 다시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남편과 이곳을 자주 왔었는데...
너무 오랜만이다.
'김 씨 집안의 막내며느리' 내 글 속에
사진담당 용이 있던 곳이다. 차에서
내려 호수를 향해 걸어갔다.
호수 위에 두 마리의 용이 서로 마주 보며
여의주를 물고 하늘을 향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무슨 사연이 많은 듯...
신화 속에서 나올법한 용을 보자마자 울컥
마음속 저 밑에 마법의 눈물 항아리가
쨍하고 깨져 버렸다. 이런 이런... 맙소사!
"부부는 떨어져 살면 안 된다.
늘 함께 있어야 부부 정이 드는 법이다."
미운 정, 고운 정으로 사는 게 부부다"
의류무역회사를 다니던 남편은 해외로
잦은 출장을 다녔고, 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무료해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아들 둘을
키우며 슈퍼우먼으로 살았다. 시어머님은
늘 아들 걱정과 내 걱정을 많이 하셨다.
아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나에게 안부전화를
하셨고, 꿈이 뒤숭숭할 때마다 나를 찾았다.
고부사이가 아니라 딸과 엄마라 할 만큼
사랑이 넘치고 정이 많았던 분이셨다.
부족한 나를 온전히 사랑해주신 유일한
내편이었다. 내가 무엇을 하든 괜찮다
고맙다 사랑한다 말씀해 주셨던 시어머님은
투석 중에 유언도 없이 홀연히 떠나가셨다.
어머니 보고 싶어요~
다시 하노이로 함께 돌아왔어요.
보이시나요? 걱정 마세요~
마음이 하는 말을 몸이 알아들었을까?
남편품에 안겨 울고 말았다.
"괜찮아 나 괜찮아 울지 마 여보~"
벳남인들이 좋아하는 포토존 앞에서
우리는 사진 대신 눈물의 영화 한 편을
주인공이 된 듯 찍었다는 웃픈 이야기다.
시어머님이 심폐소생술로 기적처럼
한번 더 호흡을 하셨던 그 병원에서 남편은
모든 검사와 진료를 받고 회복 중이다.
그저 남편이
살아있음이 건강해짐이 못내 고맙고
감사해서 둘이서 훌쩍훌쩍 마스크 속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받아냈다.
벳남인들은 잠시 우리의 엑스트라일 뿐....
용 두 마리 조각상이 우리를 기다린 듯
배경이 되어 주었다. 다시 돌아오게 되다니
이곳에 우리가 다시 서있을 수 있음에
못내 목이 메었다.
'정말 애썼다 에미야' 들리는듯하다.
그저 열심히 살아온 것이 억울하다던 남편은
많은 시간을 쉼 없이 일했다. 그리고 쓰러졌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나 몸도 마음도 회복 중이다.
이 모든 상황들을
누굴 붙잡고 하소연을 할 수 있을까?
하늘에 계신 엄마를 불렀다. 이 세상에
이미 안 계시지만 마음속에 기억 속에
여전히 살아남아있기에...
하노이 호숫가로 어머님을 초대했다.
하늘도 구름도 잔잔한 호수의 물결도
바람 같은 시간들이 흘러갔다.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고, 우리의 등도 쓸어주고, 마음도
어루만져 주었다. 호수처럼 넓은 마음을
텅 빈 마음에 가득 채워왔다.
사탕수수를 통째로 즉석 착즙기로 짜서
시원한 호숫가에서 물 멍을 즐기며 마셨다.
눈물 뒤에 얻은 달콤함이다.
한국에서 하노이로 돌아오던 날(4.21)
짐과 이것저것들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대문까지 활짝 열어두고 청소기를
돌리고 재활용품들을 버리고
또 얼마의 시간을 보내야 이곳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이별을 준비하며
마음 한구석이 먹먹하다. 그때다.
막냇동생이 갑자기 나타났다.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막냇동생은 들어오자마자 울고 있었다.
"매형, 힘내요. 아프지 마세요!
"이제 괜찮아질 거예요~"
마음이 약해진 남편과 처남은
둘이서 끌어안고 울었다.
기약 없는 이별은 늘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코시국이라 더 했다.
"누나, 누나, 작은누나 잘 살다 와"
"누나도 건강 잘 챙기고..."
"그래, 걱정말고 너도 아프지 마라"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채 우리는
비련의 여 주인공, 남 주인공 역할을 어찌나
잘 해냈는지? 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 없었다.
콜 해놓은 택시가 때마침 왔고,
눈물은 멈추었다.
막냇동생은 바리바리 싼짐을 옮겨주고
손을 흔들어 주었고 돈봉투까지 안겼다.
그리고 잠시후
긴 문장의 톡을 보내왔다.
누나 덕분에...
소소한 일상의 무늬들이 행복하다는 걸
꽃과 바람과 팝콘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지는 노을이 더 아름답다는 걸... 생략
매형 덕분에...
건강이 최고임을 깨닫게 되었고
중략...
행복 주사 듬뿍 맞게 되어 감사합니다.
택시 안에서 또 울고 말았다.
뭐가 그리 나를 슬프게 한 걸까? 알 수 없는
눈물이 줄줄 흘렀다. 꽃비가 내리던 날
난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울고 말았다.
하노이까지 잘 갈 수 있을까?
걱정 반 두려움이 앞섰다.
공항 보딩을 마치고 급기야 남편은
누웠다. 30분의 여유를... 쇼핑 대신
잠든 남편의 머리맡에 앉아
따스한 온기를 느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빛이 보이고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자만이 인생의
참맛을 알아간다고 했던가?
넌 누구니?
공항 로봇 '에어스타'가 말을 건넨다.
뭘 도와줄까요? 따라다닌다. ㅎㅎ
길 안내 도우미란다. 귀엽다.
ㅎㅎ 사진만 찍고 도움은 받지 않았다.
그런데 또 넌 누구니?
수화물이나 짐을 옮겨주겠다고
좀 쉬려는 틈에 나타난 공항 로봇 도우미 덕분에
난 웃고 말았다.
로봇이 손 내밀어 도움을 처리할 수 있다고?
'내 슬픈마음도 가져가 주라'
많은 사연을 품고 떠나는 공항속 로봇의
등장으로 활기가 넘쳤다.
누군가의 눈물이 아름답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그저 내 눈물 닦아내기에도
바쁘고 힘겨웠던 삶이다.
늘 명랑하고 쾌활하고 유쾌 상쾌한
여자 주인공 역할을 해내느라 긴 세월을
즐겁고 재밌고 유머러스하게 살아왔다.
비련의 여주인공보다는 해피엔딩의
여주인공 역할이 더 맘에 들었다.
갱년기에 접어드니 나도 내 마음을 모른다.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춤을 춘다.
웃어도 슬프고 울어도 기쁘다.
맑았던 하늘이 잿빛 구름을 몰고 와
한바탕 비를 내리고 다시 안 그런 척
파란 하늘을 보여준다.
어디에 있든지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며
있을 때 잘하기로 하자. 후회 없이 잘
살아냈노라고 내 인생의 무대 위에서
독백을 할 수 있다면... 족하다.
정 많고 사랑 많은 막냇동생이 흘린
값진 눈물이 나의 삶에 웃음이 되고
톡톡 마음을 건드려 주는 나의 언어가
슬픔을 기쁨으로 만들어 주는 엔도르핀이
된다면 나도 누군가를 위해
눈물의 주인공이 될 준비가 되었다.
내가 당신한테 꽃인 줄 알았더니
당신이 내게 오히려 꽃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