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73
댓글
40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아이리스 h
May 02. 2022
제비집을 먹었다고?
별걸 다 먹는 가족이 있다.
누적된 피로 해소엔 꿀잠이 최고!
여행을 떠난이들이 전혀 부럽지 않은
금, 토, 일, 월로
이어진 연휴 내내
남편과
아들은 긴 늦잠, 낮잠, 초저녁 잠으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며 쉬었
다.
빨갛게 물든 벳남 국기가
아파트마다
빼곡하게
걸려있다. 4월 30일은
45주년
통일의 날로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의 해방기념일이다.
5월 1
일
노동절이
주말과
겹쳐
연휴를
맞았다.
빈홈 스마트시티 아파트
바쁘고 힘들었던 날을 보상받듯 잠을 청한
두 남자의 3박 4일은 잠만보가 되었다.
4일간의
스케줄 없는 일상 속 쉼표는 나른하지만
고맙고 행복했다. 하루 세끼를 안
챙겨도
되고
두 끼로
만족했다. 하노이는 25도를
넘나드는 날씨다.
축축 쳐지고 기운도 없다.
그나마 별일 없이 지내는 게 너무
좋았
다.
회사 직원들이
선물해준 제비집 보양제를
하루 한 병 씩 복용하며 기력을 보충 중이다.
내 것까지 두 세트가 배달되었다.
난 아직 한병도 안 먹고 냉장보 관중이다.
(의심 많고 찜찜하고 거부감이 들어서)
선물이라니...
동남아에서는 절벽이나 바위 바닷가 쪽
제비들이 짓는 제비집을 대추랑 보양음식을
넣어 끓인 후 식혀 병에 담아 먹는다고 한다.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사장님의
건강을 위해
특별히 선물한
것이니
받아서
먹긴 먹는데...
극한 상황이 되면 인간은 한없이 나약해지는듯
굼벵이에
이어
제비집까지
별걸 다 먹는다.
기력보충을 위한 제비집
하노이를 지킨 작은아들의 투혼은
온몸에
아토피를
다시
불러들였다.
하노이 살이 3년 만에
많은 일들을 몸으로
마음으로 이겨내며 어학공부와 일을 병행하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나 보다
작년 12월부
터
아토피가
심해졌다
.
난
쑥차와 쑥물이 좋다고 하여
하노이
떡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께 쑥을 부탁했다.
베트남에서 오래 사신 그분은 쑥을 구해주셨고
살짝 데쳐서 많이도
주셨다. 참
고마우신 분이다.
난 건조기에
쑥을
잘
펼쳐
놓았다.
3
시간 넘게 바싹
말린 쑥을
작은 타파 통에 옮겼다.
쑥차도
만들고 쑥물도 우려내어
목욕도 하면 좋다고
하니
아들의 아토피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다시 백
에
쑥을
담아 물을 넣고 끓였다.
쑥물에 샤워 쑥차 마시기
아들은
미심쩍어했지만
엄마를 믿고
아토피를
위해
쑥차를 마시고 쑥물을 이용해 샤워를 한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난
어쩌다
1년 만에 돌아온 벳남에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그나마
쑥차와 쑥물
로 대신했다.
홍합듬푹 청국장을 끓이고 꼬마김밥과
쌈밥을 먹기로 하고 아침 겸 점심을 준비했다.
눈 비비고 일어난 두 남자 미소가 번진다.
김밥은 각자 접시에
올려
싸 먹기다.
망고넣은 김밥(벳남 스타일)
본인이 넣고 싶은 대로
넣고, 빼고 싶은 거 빼고
길게 싸면 먹기 힘드니까 짧게 싸서 먹기다
늘 고정관념을 깨고 편견을
버리면
삶이
더 재미있고 쉬워진다. 게다가 맛난 망고까지
넣은
달달한
즉석김밥을
준비했다.
난 김밥 속에 망고(쏘 아이)를 넣는다.
우리 집 남자들은
말한다.
엄마 밥은 늘 노동을
함께 해야
더
맛이 난다고...
남자들이 조금만 도우면 아니 스스로 하면
집안일 그리 어렵지 않다. 워킹맘으로 내가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로바로 함께하는 집안일
서로 윈윈하고
도울 수
있도록 가르쳤다.
희생만 하는 엄마 역할은 한이 맺힐 수도 있다.
언제나 여자를 도울 수 있는 남자들이 셋이나
있으
니
무지 행복한
여인이다
.
꼬마김밥 맛은 엄지 척
이었다
.
아들에게 김밥 옆구리가 터지게
야채 듬뿍 넣어
한 개
만들어주었다 ㅎㅎ
남편은 날씬하게 애기처럼 싸서
주었다.
오래간만에 아들은 귀염둥이 막내로 돌아왔다.
우쭈쭈~~ 에고에고
고생
많았다.
맛난 아점 먹고 또 잔다. 두 남자 덕에 난
다 까먹은 벳남어도 공부하고 책도 읽고
브런치 속 글도 읽고 글도 쓸 수 있어
참
좋다.
어디로든 여행을 가고도 남을 두
남자건만
4월과
5월 사이
잠자는 숲 속의 왕자님 모드다.
베트남엔 별걸 다 먹는 가족이 있다.
기력 보충을 위해 남편은 제비집을 먹고
아토피를 위해 아들은 쑥차를 마시고
맛난
김밥을 위해 망고를 넣어먹는 엄마
유통기한 30일이 지난 라면도 끓여 먹었다.
아직 별일 없이 잘 살아 있다. 하하하
5월 초록물결이 벌써 넘실대는 베트남에서
우리 가족은 서로를 보듬고 잘살고 있다.
오늘 연휴의 끝엔 또 무엇을 먹을까?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아남기하는중이다.
keyword
연휴
일상
음식
아이리스 h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직업
회사원
베트남 하노이에서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공유합니다.
구독자
546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국수 면발처럼...
눈물의 주인공은 누구?
작가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