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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May 02. 2022

제비집을 먹었다고?

별걸 다 먹는 가족이 있다.

누적된 피로 해소엔 꿀잠이 최고!

여행을 떠난이들이 전혀 부럽지 않은

금, 토, 일, 월로 이어진 연휴 내내 남편과

아들은 긴 늦잠, 낮잠, 초저녁 잠으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며 쉬었다.


 빨갛게 물든 벳남 국기가 아파트마다 빼곡하게 걸려있다. 4월 30일은 45주년 통일의 날로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의 해방기념일이다.

5월 1노동절이 주말과 겹쳐 연휴를 맞았다.

빈홈 스마트시티 아파트

바쁘고 힘들었던 날을 보상받듯 잠을 청한

두 남자의 3박 4일은 잠만보가 되었다.


4일간의

스케줄 없는 일상 속 쉼표는 나른하지만

고맙고 행복했다. 하루 세끼를 안 챙겨도

되고 두 끼로 만족했다. 하노이는 25도를

넘나드는 날씨다. 축축 쳐지고 기운도 없다.

그나마 별일 없이 지내는 게 너무 좋았다.


회사 직원들이 선물해준 제비집 보양제를

하루 한 병 씩 복용하며 기력을 보충 중이다.

내 것까지 두 세트가 배달되었다.

난 아직 한병도 안 먹고 냉장보 관중이다.

(의심 많고 찜찜하고 거부감이 들어서)

선물이라니...

동남아에서는 절벽이나 바위 바닷가 쪽

제비들이 짓는 제비집을 대추랑 보양음식을

넣어 끓인 후 식혀 병에 담아 먹는다고 한다.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사장님의 건강을 위해

특별히 선물한 것이니 받아서 먹긴 먹는데...

극한 상황이 되면 인간은 한없이 나약해지는듯

굼벵이에 이어 제비집까지 별걸 다 먹는다.

기력보충을 위한 제비집


하노이를 지킨 작은아들의 투혼은

온몸에 아토피를 다시 불러들였다.

하노이 살이 3년 만에 많은 일들을 몸으로

마음으로 이겨내며 어학공부와 일을 병행하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나 보다

작년 12월부 아토피가 심해졌다.


 쑥차와 쑥물이 좋다고 하여

하노이 떡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께 쑥을 부탁했다.

베트남에서 오래 사신 그분은 쑥을 구해주셨고

살짝 데쳐서 많이도 주셨다. 참 고마우신 분이다.

난 건조기에  쑥을 펼쳐 놓았다.

3시간 넘게 바싹 말린 쑥을 작은 타파 통에 옮겼다.

쑥차도  만들고 쑥물도 우려내어 목욕도 하면 좋다고

하니 아들의 아토피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다시 백쑥을 담아 물을 넣고 끓였다.

쑥물에 샤워 쑥차 마시기

아들은 미심쩍어했지만 엄마를 믿고  아토피를 위해

쑥차를 마시고 쑥물을 이용해 샤워를 한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난 어쩌다 1년 만에 돌아온 벳남에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그나마 쑥차와 쑥물로 대신했다.



홍합듬푹 청국장을 끓이고 꼬마김밥과

쌈밥을  먹기로 하고 아침 겸 점심을 준비했다.

눈 비비고 일어난 두 남자 미소가 번진다.

김밥은 각자 접시에 올려 싸 먹기다.

망고넣은 김밥(벳남 스타일)




본인이 넣고 싶은 대로 넣고, 빼고 싶은 거 빼고

길게 싸면 먹기 힘드니까 짧게 싸서 먹기다

늘 고정관념을 깨고 편견을 버리면 삶이

더 재미있고 쉬워진다. 게다가 맛난 망고까지

넣은 달달한 즉석김밥을 준비했다.


난 김밥 속에 망고(쏘 아이)를 넣는다.


우리 집 남자들은 말한다. 엄마 밥은 늘 노동을

함께 해야  맛이 난다고...

남자들이 조금만 도우면 아니 스스로 하면

집안일 그리 어렵지 않다. 워킹맘으로 내가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로바로 함께하는 집안일

서로 윈윈하고 도울 수 있도록 가르쳤다.


희생만 하는 엄마 역할은 한이 맺힐 수도 있다.

언제나 여자를 도울 수 있는 남자들이 셋이나

있으 무지 행복한 여인이다.

꼬마김밥 맛은 엄지 척 이었다.

아들에게 김밥 옆구리가 터지게

야채 듬뿍 넣어 한 개 만들어주었다  ㅎㅎ

남편은 날씬하게 애기처럼 싸서 주었다.

오래간만에 아들은 귀염둥이 막내로 돌아왔다.


우쭈쭈~~ 에고에고 고생 많았다.


맛난 아점 먹고 또 잔다. 두 남자 덕에 난

다 까먹은 벳남어도 공부하고 책도 읽고

브런치 속 글도 읽고 글도 쓸 수 있어 좋다.

어디로든 여행을 가고도 남을 두 남자건만

4월과 5월 사이 잠자는 숲 속의 왕자님 모드다.


베트남엔 별걸 다 먹는 가족이 있다.

기력 보충을 위해 남편은 제비집을 먹고

아토피를 위해 아들은 쑥차를 마시고

맛난 김밥을 위해 망고를 넣어먹는 엄마


유통기한 30일이 지난 라면도 끓여 먹었다.

아직 별일 없이 잘 살아 있다. 하하하

5월 초록물결이 벌써 넘실대는 베트남에서

우리 가족은 서로를 보듬고 잘살고 있다.

오늘 연휴의 끝엔 또 무엇을 먹을까?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아남기하는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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