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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May 13. 2022

왔다리 갔다리~

두 집 살림?

이건 또 뭐지?


초콜릿을 사려고 왔다리 갔다리 요리조리 살피다가 빨간 딸기 그림 박스에 홀딱 반해 구입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딸기는 보이지 않고, 동글동글 이게 뭐야? 딸기야? 너 어디에 숨은 거니? 


'겉포장 보다 속인데 쩝쩝'


딸기모양 초콜릿을 상상했다. 아니면 동그란 초콜릿을 가르면 반쪽이 딸기를 품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동글동글 초콜릿에 딸기향만 품고 있었다. 난 실망했다. 이건 또 뭐지?


 '속보다 겉포장 인가? 찝찝'


냉장고 문을 열고 한참을 갸웃거린다. 

'어? 분명 사다 놓은 것 같은데... '마늘이 안 보인다. '어허 그 집에 있나 보네' 이 집엔 없다.


'누가 다 먹었지? 요구르트? 이 집에 남아 있었는데...' 이건 또 뭔 시추에이션(상황)? 헷갈리기 시작했다.


하노이 도시 집과 타이빈 시골집을 일주일에 한 번씩 왔다리 갔다리 하며 정신도 왔다리 갔다리 하는 거다.


짐을 싸들고 월요일이나 화요일 시골 타이빈 집으로 내려간다. 금요일쯤 주말에 다시 하노이 집으로 이동한다. 번거롭고 바쁜 일상이지만 당분간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아직 일상 복귀를 완전히 하지 못한 남편의 건강을 챙기며 난 보호자로 남편과 함께 왔다리 갔다리 동행중이다.


하노이집 냉장고를 채웠다가 비우고, 타이빈집 냉장고를 채웠다가 비우며 산다. 3일에서 4일씩 오고 가는 시골길이 이제 정겹다. 휴게소에 들러 코코넛을 마시고, 파인애플을 사 먹고, 커피 한잔의 여유도 즐긴다.


휴게소라고 해도 먹거리가 별로 없다. 가끔은 김밥을 싸기도 하고, 햄버거로 한 끼를 때우기도 한다. 날이 좋아서 파란 하늘에 흰구름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차도 위에 우리만 있을 만큼 멋진 광경에 사진을 찍는다.


 세상에 뻥 ~뚫린 차도를 달릴 때면 마음도,

 생각도, 하는 일도 뻥 뚫렸으면...좋겠다.

파란 차가 중앙선을 안 지킴 (차가 없으니)
차가 없다. 사진 찍은 날은 월요일 오후 3시쯤~


베트남 타이빈 시골길은 뻥뻥 ~~~ 이렇게 뚫려있다. 너무 좋다. 왔다리 갔다리 할 만 하다.



어쩔수가 없어서...


차 트렁크속에 이것저것 먹거리를 준비해서 내려온다. 벳남 시골에도 시장과 백화점, 마트까지 있지만 한국마트가 아주 작게 있어서 없는 게 더 많다. 게다가 이곳은 석회수라서 먹는 물은 꼭 사서 먹어야 한다.


 라비(벳남 생수)는 음식을 할 때 주로 쓰고, 식수는 제주삼다수를 주로 먹는 편이다. (6년 차 벳남살이의 어쩔 수 없는 소비다) 그래서 물 짐만 두 박스다. 에휴~


베트남 타이빈 빈컴센터 근처에 집이 있다. 짐을 풀어두고 다시 20분 정도 더 가면 의류공장과 사무실이 있는 3층 건물이 있다. 남편의 일터이다. 이곳은 벌써 벼이삭이 넘실거린다. 2 모작 3 모작이 가능한 쌀 국가답다.

의류공장으로 오고 가는 길

남편이 2년 전 코로나가 오기 전 이곳에 투자를 했고, 아직 유지 중이다. 다행스럽게 조금씩 일을 하며 건강도 회복되고 있다. 직원들은 사장님이 돌아오자 빨간 장미 꽃바구니를 준비하고 환영했다. 난 딸기 초콜릿과 제주 하루방 초코릿을을 선물로 사 왔다. 비주얼은 비록 동글동글 딸기품은 초콜릿이지만 받은이들이 좋아하면 괜찮 거였다. 어쩔 수가 없다. 바꿀 수도 안 먹을 수도 없다.



나의 글 '시골이 좋아?  도시가 좋아?'  난 둘 다 좋다. 도시는 도시대로 시골은 시골대로 사는 맛이 다르고, 느낌도 다르지만 어디든 살만 한 곳이다. 베트남 하노이 시내를 벗어나면 타이빈 시골 동네의 정겨움이 있고 오리도 볼 수 있고, 소도 볼 수 있고 정겨운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오늘도 왔다 갔다리의 삶을 산다. 어쩔 수가 없어서...


없는 줄 알았는 데 있고, 있는 줄 알았는데 없고 어쩜 좋을까요? 하하하 정신없이 짐을 싸다가 깜박 두고 온 물건이 있고, 두고 와야 할 짐도 야무지게 챙겨 와서는 아이고 내정 신이야! 머리를 툭툭!! 즐겁게 이중생활 두 집 살림을 하며 베트남에서 두 곳을 오고 가며 정신줄 부여잡고 살고 있다. 어쩔 수가 없어서...


여행 같은 나그네 삶에 익숙하다 보니 짐 싸기 달인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것만 챙기며 많은 짐들이 필요하지 않음을 절실하게 깨닫고 알게 되었다. 운동화 1개, 샌들 2개, 슬리퍼 1개가 전부인데 행복하다. 이런이런 궁핍한 삶이 행복이라고 주장하는 아이리스가 벳남에 실제 거주 중이다. 어쩔 수가 없어서...




'돈워리 비해피~'


자자~ 하던 일 멈추시고 시골 풍경 감상 한번 하시죠~~ 여기는 벳남 시골 타이빈입니다.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이곳에서 나만의 작은 행복을 찾는 중 '돈워리 비해피'입니다.


회사 땡땡이치고 어디론가 잠시 떠나고 싶은 날,


핸드폰 내비게이션이 작동을 잠시 멈추었던 날, 여기는 어디? 무작정 길을 따라가다가는 해외 미아가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오래간만에 뻥뚫린 그 길을 하염없이 달렸습니다.신나는 팝송도 함께 했죠~~ 그러다가 주렁주렁 바나나 나무를 만났답니다. 이곳에서는 흔하디 흔한 정원수요, 가로수요, 논밭에 여기저기 너무 많아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지요~


남의 바나나 탐하면 안됩니다. 왔다리 갔다리 하며 신나게 사진찍고 눈으로만 감상했지요.공짜구경에 신이났습니다.벳남 6년차 부부는 시골길을 실컷 방황해도 두려움이 없답니다. 덕분에 답답했던 마음도, 우울했던 마음도 바람과 햇살앞에 바짝 말랐습니다.

타이빈 시골 한적한 바나나숲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친구가 되어주었고, 그사이 바나나 열매가 미소를 짓게 해 주었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순리대로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옵니다. 꽃이 졌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 하지요. 우리는 무엇을 버려야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가끔은 양쪽 가로수 전체가 바나나 나무로 채워져 꽃길이 아닌 바나나 길(반하나? 길)에서 행복을 찾고,

골프처럼 채를 들고 왔다리 갔다리 하다 보면 어느 날 필드에서 홀인원도, 버디도 잡을 수 있는 행운을 만나기도 합니다. 인생속 그네를 타듯 두줄을 잡고 앞으로 뒤로 왔다리 갔다리 하다 보면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줄것이고요.


바나나 나무 중앙에 바나나 찾으셨나요?


왔다리 갔다리 하지 않았더라면 볼 수 없었고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많은 일들을 경험하며 살고 있답니다.


홈으로 돌아오는 삶


 여전히 도시녀와 시골녀로 종횡무진하는 일상이 힘겹지만 새로운 것들을 찾게 되는 지금의 삶이 나에게 예상하지 못한 웃음꽃을 줍니다. 타이빈 시골집에서는 무료함 대신 생동감으로 살게 되고 하노이 도시 집에서는 작은 아들의 반가운 미소와 마주합니다.


금요일 오후 하노이로 가려합니다. 또 짐을 챙겨야 하고 복잡한 소음을 견디어낼 준비로 바쁘답니다.

오토바이 바퀴만 보일 정도로 가득 실은 짐을 보며 난 이곳에서 행복을 알아갑니다.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얼마든지 왔다리 갔다리 하며 행복을 찾을 수도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하노이 시내 짐 오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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