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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May 30. 2022

틀에서 벗어나도 괜찮아~

하늘, 바다, 자연...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나뭇잎은 나무 위에서 자라는 거죠?

허허~ 그런데 나무 아래서 싱싱하게

싹이 나고 자라고 있는 나무도 있네요.

고개를 갸우뚱하며

'오홀 ~정말 희한하네'

틀에서 벗어난 현상들은 언제나

나에게 포착되어 사진에 담긴다.


삼겹살을 먹으러 갈까? 말까? 간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듯한 하늘

먹구름을 가득 품었다.

이 광경을 만나게 될 줄이야~~


'비야, 제발

식당에 도착할 때까지만 기다려줘'

우산도 없이 나왔는데... 쯧쯧

하늘은 서부영화에서 나올법한 모습으로

두 동강 난 채 무시무시하다.


기다려 달라던 내 마음을 무참히 거절하고

굵은 빗방울을 떨어뜨렸다. 에휴~~

와이퍼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순식간에 도로에 물이 차고 바람과

번개, 천둥, 뇌락까지 동반했다.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버렸다.


맛난 삼겹살이 나를 기다렸다. ㅎㅎ

오래간만에 외식으로 신이 났다. 고기를 먹은 후

입가심으로 먹는 물냉면 한 그릇을 반반

나누어 야무지게 배를 채웠다.  다행히

돌아오는 길엔 비가 멈추었다. 이런 날에

집 밖을 나가면 기상천외한 구름을

목격할 수도 있다.




1월에 선물로 받은 귤나무를 실컷 감상하고

2월~4월 사이 한국에 다녀오는 사이

열매도 나뭇잎도 말라죽었다.

화분만 덩그러니 마른 가지를 품고

베란다 구석으로 쫓겨났다.


그저 하늘의 비와 햇살과 바람이

버려진 화분을 돌보았을 뿐이다.

아직도 떨어진 열매 하나가 구석에 있다.

오 홀~ 기적 같이 마른나무 사이를

비집고 두세 개의 귤 싹이 올라와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게 아닌가?

귤 싹 2022년 5월


나 아직 살아있다고...

빼꼼히 내민 초록 새싹에 깜짝 놀랐다.


게다가 시멘트 틈새에 터를 잡은 초록이가

문을 열 때마다 작은 잎사귀 세 개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신통방통 하다. 그 옆에 초록 잎사귀

어디서 온 거니? 너희들...

틀 밖을 빠져나와 척박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연초록빛 새잎을 키워놓았네

참으로 대단하구나!


누군가의 돌봄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자라는

틀 밖을 빠져나온 초록이들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갈 순 없을까?

틀 밖의 세상은 생각보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 당당하다.






할 일은 많은데 만사가 귀찮아 온몸이

비비 꽈배기처럼 꼬여 침대 안에서

게으름을 부리고 싶은 날이 있다.


어디가?

바다

무슨 바다?

그냥~ 바다

어디에 있는데?

몰라...

잉? 뭐라고?

참내! 긴 세월 살았음에도

아직도 나는 그를 모르겠다. 

사춘기(10대)도 아니요

사추기(40대)도 지나갔는데...

갑자기 바다에 가자고 한다.


구글 검색 후

1시간 20분 걸리는 이름도 모르는

바다를 무작정 가자는 것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데리고

게다가

둘만의 데이트도 아니고 손님 한 분을 모시고

바다로 출발!!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 없던 이곳에...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노래가 차 안에 울려 퍼진다.


가다가다 허름한 가게에서 물을 사고

뜨거운 태양 아래 벼이삭이 고개를 숙여

익어가고 있음을 잠시 바라보며

시골 풍경이 이토록 아름다운줄 몰랐다.

벳남은 5월 말에서 6월 초

추수를 한다. 황금물결이 넘실넘실

난 이 빛깔이 참 좋다.

연초록과 노랑이 겹쳐지는

머스터드 혹은 옐로 그린빛 말이다.

베트남 북부 타이빈의 5월 모습


우아 ~~~ 이런이런 멋진 광경 이라니

따라오길 참 잘했다. 잠시 지루함을 잊었다.

집 밖을 나와 세상 구경은 신기하다.

앗 그런데... 저건 뭐지?

프랑스에 파리에 있을법한 에펠탑이

베트남 시골 건물 지붕 위에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핸드폰을 들이대고

찍었다. 하하하 역시 대박이야!

사진 한 장 찍은 게 뭔 대수라고

혼자 신이 났다.


'내 나이 묻지 마세요!'호 호호


바다로 가는 길

'어머나 이뻐라 꽃도 풀도 나무도'

여기가 어딘지? 낯설지만 새롭다.

베트남 북부 타이빈 어디쯤에서 우리는

바다로 가기 위해 헤매고 있다.


길을 잘못 들어섰나 보다... 다시 길 찾기를 한다.

빙빙 돌아서 돌아서 겨우 바다 입구를 찾았다.

 남자는 항상 그렇다. ㅎㅎ

이런들 어떠하리... 틀 밖을 좋아하니

나도 이제 익숙해진 채로 살고 있다.




페허가 된듯한 상가 건물들...

마치 고대 로마 폼페이 최후의 날이

오버랩될 정도였다.

화산 폭발도 아닌 이곳은 지금

수리 중인 건지? 무너진 벽돌들이

나를 반겼다.


길을 따라 가보니 파도가 철썩철썩

파도타기를 즐기는 몇몇 사람들과

꼬마들이 보였다.


어머나! 검 푸른 바다



초 자연적, 원시적 꾸밈없는 바다는

생전 처음이다. 태초에 처음 바다가

여기서부터 시작된 듯 한 모습이다.

나를 이곳에 데려다 놓고는 남편의 한마디


"바다는 들어가지 말고 바라만 보란다."

"왜?"

"물살도 거칠고, 모래밭도 아니고

진흙 갯벌에 물도 에메랄드빛이 아니라고...

이곳은 위험한 것 같아."

 없는 남자인 줄 알았는데...

보호막까지 갖춘 튼튼한 틀이 보인다.

천연산 검은 모래뻘 바다이긴 했다.


일단 차를 대고 코코넛으로 목을 축인다.

코코넛 음료수



푸른 하늘과 바다가 수평선을 이루고

하얀 포말이 파도치는 원시적인 바다에서

천막 두어 개를 엉성하게 맞붙여 그늘을

만들어 둔 쉼터에서 바닥에 굴러다니던 코코넛을

두툼한 칼로 탕탕 쳐서 구멍을 내고 빨대를 꽂으면

자연산 음료수가 완성되었다. (한화 1500원)

자릿값 포함 ㅎㅎ 바다 바람이 분다.


시원함 대신 부드러운 송풍정도로 땀을 식힌다.

너털웃음에 콧웃음이 난다.

여기 오려고 두 시간을 달려왔다고?

이런 바다 처음이야! 증~~ 말...

틀 밖의 세상은 못마땅했다.

작은 게 구멍이 있는 바닷가 모래밭


내 마음 틀 안에 바다는 이모양이 아닌데...

세상 구경 나온 아이리스의 틀은 어느새

무너진 폐허가 되어 무장해제 되었다.

새로 틀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자연스럽게 세상과 소통하며 그리 살려한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싫고

그건 그래서 안 좋은 거야

요건 요래서 진짜 나빠

매일매일 내 안에 틀을 만들어 놓고

힘들어했나 보다.


바다는 사실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하늘을 보니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사진 한 장 남기고 나온 바닷가


두 팔을 벌려 바다를 내 안에 품었다.

틀 없는 하늘과 바다가 다가왔다.




바닷가 근처 시장에 들렀다.

살아있는 꽃게를 샀다.

돌아오는 길에 구름 속 무지개도 만났다.

바다의 아쉬움이 하늘의 무지개로 대신했다.

사진은 타이밍! 그때 자전거를 탄 사람이 지나간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을 만큼 황홀하고

멋진 구름 속 무지개가 나를 계속

따라왔다. 비도 뿌리지 않고...

남편은 강을 거슬러 직선코스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배에 차를 싣고 건너는 강

30분~40분을 단축할 수 있는 선착장

차 안에서 강을 감상하며

강은 배만 건너는 게 아니다

차도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호호호

저녁무렵 배에 차를 태워 건너갔다.

틀이 없는 내 남자.

그래서 많이 힘들었다.

틀이 많이 있던 나

30년을 함께 살고 나니

우린 서로를 닮아 있다.


서로를 존중하며 틀 안으로

틀 밖으로 자유롭게 왕래한다.

그러다 보니 세상 구경은 언제나

신비롭고 재미있음을 알았다.


집으로 돌아와 꽃게찜으로

배를 채웠다. 세상 구경은

모르고 가는 게 스릴 있다지만

틀 밖으로 나가 보니 가끔은 후들후들

때로는 불안하기도 하지만 괜찮다.

아슬아슬 좌충우돌 벳남 살이로

이미 틀을 깨고 나왔음을 알린다.


음~~~ 맛있다.


소소한 행복은 한끼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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