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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n 13. 2022

노란 수박을 먹으며 빨간 수박을 생각해

수박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름의 시작이다

야호!


커다란 수박 한 통을 사 오면

저녁밥이 안 넘어갔다

 커다란 수박을

많이 먹을 욕심에 숟가락이

젓가락이 자꾸만 딴짓을 했다.


 아버지가 퇴근하시며

자전거 뒷자리에 꽁꽁 묶어왔던

그 수박 맛을 잊을 수가 없다.

한나절 더위와 싸우며 선풍기와

부채질로 힘겨웠던 하루를

수박 한쪽 시원함으로 

싹싹 날리곤 했다.


아버지는 열정이 많으신 분이.

자식 바라기 특히 남동생들에게

기대치가 높았다.

그러다 보니 성적에도 매우 민감했고

형제 우애도 신경 쓰셨다.


유난스럽게 공부를 잘하던 막내 이야기다.


부는 안 하고 놀기만 해서

성적이 떨어진 게 아니라 열심히 공부

했어도  열심히 공부한 누군가에게

성적은  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아버지의

생각엔 막내가 탐탁지 않았던 모양이다.


엄마는 저녁식사 후 커다란 다라 안에

얼음을 채우고 커다란 수박 한 통을

넣어 두셨다. 그러나 불똥은 동생의

성적으로 시작되어 큰 불씨가 되었다.

"너희들은 수박 먹을 자격이 없다" 

갑자기 애맨 수박 한 통을 번쩍 들어 안뜰에

통째로 직하강시켰다.


그날 아버지는 왜 그토록 화가 났을까?


수박은 3초 만에 산산조각이 났고

이곳저곳 수박 잔해가 빨갛게 얼룩졌다.

남동생은 엉엉 울었다.

아까운 수박 파편들을 치우며 엄마도 울었다.

그나마 덩어리가 큰 것들을

깨끗하게 숟가락으로  통에 담아

화채를 만들었지만 이미 기분도

마음도 울적해져 냉장고 속에서

수박도 빨갛게 울고 있었다.


아버지의

수박 사건 이후 남동생은 힘겹게 마음을

추슬렀지만 성적도 수박처럼 직 하강하였다.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것일까?


너무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르게 되었다.

전교 1등을 하던 동생의 성적을

멈추게  했던 아버지의 화를 이제는

렴풋이 이해할 듯하다.

수박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트라우마다.


달고 맛있는 수박을  먹는데

어떤 자격이 필요한건 아니었다.그날이후

난 수박이 그리 달지 않았다.


결혼 후

두 아들을 키우며 난 생각했다

자식 바라기를 하지 않으리라

욕심도 부리지 않으리라

무조건 사랑하며 키우리라

절대 트라우마를 만들지 않으리라


그러나 자식을 키우며

당근과 채찍이 필요했고

욕심을 갖게 되었다

더더 잘해야 한다고 다독이며

화내지 않으려 했지만

그럴수록 힘이 들었다


부모의 속마음과 자식의 속마음은

도무지 알  없는 수박 같다.

반으로 쪼개 보기까지는

잘 익었는지? 속상태를 알 수 없다.

통통 두드려보고

꽁지를 만져보고

겉에 줄무늬의 간격과 색깔로

간음하여 수박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듯이 자식키우기도 그렇다.


스스로 자신이 맛난수박으로

익어 갈 수 있도록 부모는 농부의

역할을 잘해야 할 것이며 때에 맞게

잡초를 뽑아주고 ,햇빛의 양을 늘려주고,

살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곳은 베트남

수박이 귀하지 않고 흔하디 흔하다.

1년 내내 수박을 맛볼 수 있다.

어릴 적 여름에만 한철 과일로 알고

있던 수박을 실컷 먹을 수 있다.

게다가 가격도 엄청 싸다.

한통에 한화 2000원~2500원선이다.

쪽으로도 작게 팔고 있어 구입이 편리하다.


수박 한 통 그게 뭐라고?


마음 한편을 후벼 파고

마음속에 미운 감정을 심어 두고 살았을까?

지난날의 수박 한 통을 생각하니

못내 마음이 짠해온다.


빨간색에 검정 씨를 품은 수박이

변신했다. 노란색에 검정 씨를 품고

세상에 나왔고 씨 없는 수박도 있다.

수박은 동그랗기도 하고

길쭉한 타원형이기도 하다.


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로 다른 맛을 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각기 다른 개성과 이미지로

세상 속에서 각기 다른 빛을 내며

사는 것이다.


그때 그 시절 수박 한 통으로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남아있다

그 덕분에 어쩌면 막내도 멋진 어른

되었고 지금의 삶이 달고 맛난

수박 같은 인생을 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여름이 되면 커다란 수박 한 통을

들고 아버지에게 찾아가는 막냇동생의

통 큰 마음을 난 알고 있다.


베트남에서 노란 수박을 먹으며

빨간 수박 추억을 생각해본다.

누구에게나 작아도 많이 아팠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이번 주 통 크게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건 어떨까?

빨간수박이 노란수박보다 맛있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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