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드럼 연주와 기타 반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한때 여행을 떠나고픈 충동을 일으켰다. 노래방에서 신나게 목놓아 부르던 때가 있었다. 엉덩이를 씰룩씰룩, 어깨를 들썩들썩,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계곡에 발을 담그고 여름휴가를 보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반백의 나이에 한국사람들이 여행 가고 싶은 나라 2위 (베트남)에 살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 했다.'덥다. 더워! 너무 덥다!'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어느새 해외 살이 6년 차에 접어들었다. 난 휴가지에 살고 있다.
한국에서 큰아들이 여름휴가차 이곳에 오기로 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오지 못했다. 코로나와 긴 여정을 함께하는 동안 우리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가 잠시 비켜주면 가족이 뭉칠 수 있었는데 아쉽다. 3년 만에 가족 합체를 기대했지만 다시 코로나도 주춤거리고 휴가날짜도 흔들렸다. 바닷가에 쌓아놓은 모래성이 파도에 휩쓸려가듯 그리움만 또 쌓였다.
휴가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일)가 별게 아니다. 집에서 먹고, 놀고, 쉬면 그게 바로 휴가다. 산이나 바다로 떠나야만 되는 듯 아니 비행기쯤 타 줘야 휴가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나 ㅎㅎ
바다 대신 야외수영장이 있고, 골프 필드장 대신 야외 골프연습장이 아파트 옆에 있고, 작은 연못에 물고기도 있고, 아파트 단지 내에 잭프릇나무도 있고, 이름 모를 꽃들도 정원에 피어있고, 계곡물 대신 수영장 물이 졸졸 계곡물처럼 시원하게 흐른다. 이곳이 바로 휴가지다.
내가 사는 하노이 아파트 앞
오션뷰 대신 노을 뷰가 아름다운 집에서 아니 휴가지에 살면서 휴가 타령은 나의 욕심이었나? 큰아들이 왔다면 지금쯤 진짜 휴가를 즐기며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거나 맛난 해산물 요리를 먹으며 하하호호 웃고 있었을 터인데... 휴가지에서 방콕이라니... 나도 어디론가 휴가를 가고 싶다!
안방에서 보이는 노을 뷰
급기야 3박 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타이빈으로 일을 하러 가는 남편을 따라나섰다. 바리바리 짐을 챙겨 휴가 아닌 휴가 같은 날을 보내고 왔다. 베트남 북부 타이빈 화이트 팔레스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의류공장 견학 나온 학생? 아니 한국에서 베트남 출장나 온 바이어(출장자)가 되었다.
의류공장에 기계가 쉼 없이 돌아가고 핸드폰이 뜨거워 질정도로 통화를 하는 남편의 일터에서 시원한 에어컨과 선풍기를 벗 삼아 노트북 좌판을 두드리는 아이리스는 지금 휴가 중이다.
시골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고, 거친 과일(가지채 꺾어온 듯한 손으로 벗겨먹어야 하는)을 맛 보라며 테이블 위에 턱 올려둔 미녀 삼총사(벳남 여직원)들과 점심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나 홀로 휴가다.
계란말이를 추가했더니 계란 부침개를 해왔지만 시장이 반찬인지라 감사함으로 먹었다. 쌀 국가답게 후한 밥 ㅎㅎ 김치와 깻잎, 조미 김과 튜브용 고추장을 가져온 덕분에 속을 채우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점심&열대과일 용안(리치)
3박 4일 공장 투어 이공장, 저공장 두루 다니며 체크를 한다. 35도~40도 이더 위에 휴가는 사치다. 에어컨도 없는 곳에서 하루 종일 옷을 만든다. 옷감을 재단하고, 박음질하고, 포장하여 완성해 나간다. 휴가란 말이 쏙 들어갔다. 난 지금 베트남 타이빈 공단 지역에서 휴가 아닌 휴가를 휴가라고 말하고 있다.
이더위에 오토바이를 타고 출. 퇴근을 하며 밥벌이를 하는 베트남 현지 사람들을 보며 휴가 타령을 한 나는
못내 미안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 쉴 틈 없이 일하는 공장 직원들의 땀방울을 보았다.
큰아들이 휴가를 포기했듯이 나도 휴가를 포기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아들이 오면 어찌해야 하나? 걱정이 앞섰는데 아들은 다음에 가겠다며 혼자만의 시간을 택했고, 나에게도 자유를 선물해준 것이다.
남편을 따라나선 휴가~ 차 안에서 과일도 나눠먹고, 휴게소에 들러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호텔방 안에서 한국식 집밥도 차려먹고 ㅎㅎ 녹차와 둥굴레차를 마시고, 분위기 좋은 팝송을 틀어놓고 와인 대신 적양배추 삶은 물을 들이키며 두런두런 옛 추억을 이야기하다 잠이 들었다. 이게 휴가라고?
호텔방에서 집밥을 차려먹다
굿모닝?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키위를 반으로 갈라 티스푼으로 떠먹고 아침을 차릴 생각이 없다. 휴가 맞다. 밥 안 하는 휴가다. 호텔 아침 조식은 소고기 쌀국수(퍼보)지만 패스하고 우리는
롯데리아로 향했다.
샐러드에 햄버거를 먹고, 소고기 듬뿍 올린 스파게티로 아침을 해결했다. 휴가 맞네 ㅎㅎ점심은 회사 도시락을 먹고 저녁으로는 이곳에 단 하나뿐인 한국식당에서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사 먹으며 삼겹살도 구워 먹고 돌아왔다. 새로운 휴가지보다 익숙한 휴가지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1층 로비에 비치된 그랜드 피아노는 포토존?
우리는 사진만 찍자며 피아노 근처로 갔다.
남편이 피아노를 연주한다. 용기백배다.
가요를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ㅋㅋ
그 곡이 쉽다며 끝까지 연주를 마쳤다. 하하
피아노를 내가 가르쳐 주었는데...
난 악보 없이 칠 수 있는 곡이 별로 없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뭘? 칠까?
일단 피아노 앞에 앉았다. 오랜만이다.
건반을 두 번 누르고 일어났다. 준비 없이
아름다운 곡을 연주할 용기가 없어서...
호텔1층 카페
다행히 늦은 저녁이라 로비엔 직원들만 있고
손님이 없어 참 다행이었다. 그곳은 식사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호텔 카페였다. 다음엔
피아노곡을 연습해 오리라 ㅎㅎ
그렇게 3박 4일 휴가의 피날레는 피아노 치기로
마무리되었다.
술과 담배를 입에 대지도 않으며 건강관리를 한 지 6개월 만에 남편의 건강상태, 정신상태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호숫가 산책 두 바퀴도 겨우 돌던 남편은 7바퀴도 거뜬하게 돌고 있다. 기적이라고 하지만 노력이 반이다.
누구나 건강을 잃었다가 다시 돌아오면 생각과 마음이 많이 달라진다고 한다. 휴가지에서 무슨 일이? 별일 없이 무탈하게 돌아왔음을 글로 남긴다.
휴가는 아플 때가 휴가였다. 다만 일을 조금 줄였고 본인의 컨디션에 따라 쉴 수 있기에 조금 편안해졌다. 보약도 기력 회복에 좋았고, 영양적으로 골고루 야채와 과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뭐니 뭐니 해도 마음관리가 중요했고, 마음이 좋아지니 몸은 따라오는듯했다. 휴가 같은 날들을 선물 받았다.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생각을 바꾸는데 몸도 마음도 지치고 힘이 들었다. 하지만 휴가처럼 슬슬 놀이처럼 살살 살다 보니 조금씩 좋아졌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대신에 '휴가처럼 슬슬 일해라'로 인생 모토를 바꿨다.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러운 아이리스의 여름 나기는 호텔에서 보이는 구름과 친구 하며 삶의 에너지를 채웠다. 그리고 간단하지만 호텔 조식보다 맛난 한국식 집밥을 차려먹고 천둥번개 폭풍우에도 웃을 수 있는 여유와 박자 리듬 안 맞아도 춤출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흰구름이 먹구름 되는 창밖 풍경이아름답다.
로마의 피렌체의 상징 두오모 성당의
돔 양식이 보이는 곳 휴가지는 베트남타이빈
내 마음속은 이탈리아에온 듯 한 기분이었다.
베트남북부 타이빈
휴가를 즐기러 떠나고 휴가를 마치고 일상 복귀를 서두르는 여름이 말복을 향해 가고 있다. 보고 싶은 큰아들의 휴가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더더 좋은 날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방콕 대신 휴가를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