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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Aug 23. 2022

달달 무슨 달?

미끼 던지고 아픈 달

"여보 내려와 달밤에 체조나 하자"

"뭐라고? 난 다 씻었고 나갈 생각이 없는데..."

"바람도 시원하고 달이 엄청 크게 보이네"

"어~진짜?"

"나와보면 후회하지 않을 거야"

아침저녁으로 남편은 아프고 난 이후

좀 과하게 걷기 운동과 산책을 하는 편이다.

슈퍼맨이 다시 되려나보다...


난 가끔 그를 시찰 나오는 암행어사?

먹잇감을 찾아 나선 하이에나처럼 어슬렁 거리며

퐁당퐁당 내 맘대로 산책을 따라나선다.

서로 다른 취향의 밤 산책길에 커다란 달을 만난

남편이 달달한 멘트로 나에게 달구경하자고

미끼를 던지자마자 엉덩이를 들었다.


9시 30분, 야심한 밤에 남편은 소화가

되지 않는다며 아파트 단지를 돌고 온다고 나갔다.

우연히 슈퍼문을 만난 듯했다. 보름달인가 보다...

화장기 없는 얼굴은 마스크로 덮었고,

헐렁한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슬러퍼를 질질 끌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운동할 생각은 없다. 그저 달구경 할 생각만 있다.

남편 찾아 삼만리를 하려고 내려오긴 했지만

애써 찾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만나곤 한다.

가로등이 있어 길을 밝혀두었지만 키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낮에 보는 느낌과 사뭇 다른 밤

 산책은 조금 으스스했다. 


잉어들이 살고 있는 연못을 슬쩍 내려다본다.

낮에는 없던 불빛들이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고

잉어 떼의 밤을 지켜주고 있었다.

 '어머나! 이뻐라!'

잠시 남편 찾기 패스하고 연못가에서 놀고 있다.

찰칵찰칵 불빛이 바뀔 때마다 ㅎㅎ

낮에 보이는 연못
밤에 보이는 연못

낮보다 밤이 훨씬 예쁘게 보였다.

물고기들 밤이 무섭지 않겠구나!!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슈퍼문이 구름 뒤에서

숨바꼭질하는 중이다. 저 달이 멋지다고 나를

이 야심한 밤에 내려오라고 한 거였다고?  

살짝 아쉬움이 밀려왔다.


다행히  연못을 지나 카페 앞에 도착하니

명당자리가 비어있다. 그 자리는 처음이다.

반대편 새 아파트가 입주를 희망하며 온몸에 레온

싸인을 휘감고 반짝반짝 빛이 나며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와우~달빛보다 눈부신 레온 싸인 볼거리에

푹 빠져 남편을 잠시 잊었다. 그때였다. 


텔레파시 파바박 뿅~그가 나타났다.


내가 이렇게 딴짓을 하는 동안 나를 찾아온

 이 남자는 바로 30년 공들인 내 남자 맞다.

배시시 미소를 머금고 내 앞에 서 있다.

방울방울 땀방울을 이마에

콧잔등에 달고서...

40층  길건너 새 아파트가  화려하다

헉헉 운동을 했다고 티 엄청 내고 있다.

산책 코스라서 난 슬슬 돌다 보면 만나겠지...

느긋했는데 씩씩 거리며 땀에 젖은 모양새가

달 밝은 밤에 비에 젖은 생쥐 같았다. 아이고~

슬슬 운동하라니까...

망토 없는 슈퍼맨 놀이라니


"아이스크림 사줄까?"

또 미끼를 던진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번에 미끼를 덥석 물었다.

"밤늦게 아이스크림 금지... 아닌가?

스스로 빗장을 풀고 미소 지으며 오케이 했다.


남편은 야외 테이블아이스크림을 올려두고

여기서 가만히 아이스크림만 먹고 있으란다.

자신은 한 바퀴 운동을 하겠다며 난 달님과

놀고 있으라니... 같이 먹는 거 이니고? 뭐야? 

구름 속에서 달님이 얼굴을 쏙 내밀었다.


이 시간에 산책 나오니 뭔가 새롭긴 새롭다.

'그대가 날 불러줘서 참 좋네'

바람도 시원하고 , 달님도 둥글고, 네온 불빛도

아름답고 소원도 빌어볼까? 혼자 놀기다.

슈퍼문 2022년 8월14일

저 멀리 달님이 나를 보고 있다.

미끼를 던지자마자 잡히는 참 쉬운 여자

어떤 미끼를 던져야 되는지? 잘 아는 남자는

30년째 변함없이 미끼를 던지고 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너무 달고 느끼 느끼해서

반도 못 먹었다. 아깝다 아까워!!


우리는 베트남에서 달님처럼

둥글게 둥글게 모나지 않게 살고 있다.

손톱 모양 초승달처럼 날카롭던 젊은 날이

지나고 서로의 마음이 반달처럼 반반이어서

소통이 불통되던 때도 많았다.


여전히 초승달처럼 날카로움이 남아있고

손톱으로 할퀴고 상처 내며 사랑이 야속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달밤에 체조하는 30년 차 부부로

뾰족한 모서리를 깎아내며 다듬어 가고 있다.


달밤에 체조한 후 옴팍 감기에 걸렸다. 남편만...

운동 슬슬하라니까 욕심부려 한 바퀴 더 돌더만

급기야 몸이 방전되어 많이 아팠다.

그니까 슈퍼맨 되지 않아도 된다는데...

남자들 왜? 그러는 걸까요?


하기야 다이어트하며 날씬한  몸매유지 하려고

여자들도 운동을 격하게 합니다만

운동 안 하는 것보다는 자기 관리하는 것이니

말릴 수는 없답니다.


건강에 좋다고 운동도 심하게 하면 탈 납니다.

달님에게 건강하기를 기도했는데 내 기도는

허공 속에 산산조각 분해되었나 보다ㅠㅠ

한국에 있는 큰아들까지 갑자기 코로나라니

마음속만 시끄러웠다. 도미노처럼 급 컨디션이 다운되었다.


팔월 팔팔하게 살기 쉽지 않았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무너지는 듯하다. 겨우 정신을 차렸다.

다시 보름달이 차오르겠지~~

모든 건 과하면 탈이 난다. 몸도 아끼며 살자.

다행히 남편도 큰아들도 회복 중이다.


달달 무슨 달? 안달복달?

미끼 던지고? 감기 걸린

지나간 슈퍼문에게 괜히 투정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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